터키 군사반란(!) 발발 및 진압
2016.07.17 16:18
여러분은 말의 어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를 들어서 땅굴이라고 말하면 없어 보이고, 터널이라고 말하면 좀 있어 보이나요? 같은 의미로 우리 나라에서는 군사혁명과 쿠데타 그리고 군사반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군사반란은 아주 태고적부터 있었던 반란의 의미를 민주공화정 체계에서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의미이죠.
원래부터 반란은 군인이던 누구던간에 '무력'을 갖고 하게 되어 있는데, 왜 군사반란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을까요? 민주공화정 체계에서는 투표로 대표자(대통령이던 국회의원이던)를 뽑게 되어 있는데, 이를 군인들이 무력으로 엎어버린다고 해서 군사반란이라고 합니다. 즉, 나라를 지켜야할 군인들이, 정치군인화 되어서 정치에 개입하고 정치권과 결탁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정치군인의 범주에는 다양한 나라의 군인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집트의 낫세르, 한국의 박정희 그리고 터키의 아탈튀르크 케말 파샤가 있습니다. 터키나 이집트의 경우 무능한 왕정을 둘러 엎고 종교를 정치에서 분리한 세속화의 화신이라는 점에서 저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봅니다만, 가운데 계신 분은 글쎄요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실 터키인들에게 있어서 아탈튀르크는 한국의 이성계+충무공 이순신+박정희를 한대다 버무려 놓은 영웅이었습니다. 무능한 왕정을 실력으로 들어엎고(사실상 망해가던 상황) 산산조각난 나라를 억지로 꿰매고 외세와 싸웠으며 내부의 소수인종들을 탄압했지요. 그런 그의영향을 받은 군부들은 터키의 세속정권들을 비호했고 종교정당이 집권하면 군사반란을 일으켜서 정권을 다시 세속정권에 넘겨주는 그런 나라였습니다. 지극히 비민주적이기는 하나, 터키의 이슬람화를 막는 장벽이었고 러시아의 흑해 함대를 최일선에서 막아줄 나라였기 때문에 미국도 쉽게 건드리지는 못했습니다. 기실 터키의 자주국방이나 국방 기술력 자립화는 한국과 상당히 유사하며 무기를 구매하는 패턴도 상당히 많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신형 자주포나 주력 전차들의 기술도 터키에게 가장 먼저 팔려나갔습니다.
어떻게 보면 현재 이슬람 사회에서 가장 세속적인 나라이고 우리 나라와 가장 관계도 깊은 곳들 중 하나인데, 한국의 언론들은 이에 대해서 반응이 아주 차갑군요. 어떻게 생각해 보면, 그 나라 정부도 한국처럼 권위주의적이고 지극히 독재국가처럼 나아가는 곳이라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그 나라의 대통령이 권위주의적인데다가 정적 소탕도 주기적으로 하고 인권이나 언론의 자유 따위 개나 줘버려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현정부와 하는 행태가 많이 비슷한데다가 언론 조작이나 탄압에서도 일가견이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이슬람주의자들이 폭탄을 터뜨리고 터키에서는 군사 반란이 일어났는데 언론은 아무 생각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것보다 연애인들의 사생활이나 잠자리에 더 관심을 갖고 언론은 때가 되면 그런 것들을 풀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돌립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불평하지 않습니다. 이미 언론은 아무 생각이 없고 찌라시와 다를 바 없이 변했습니다. '아몰랑'이 현정부와 언론 그리고 정권의 대변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 생각 없는 정부, 연애인들의 가십거리에만 열광하는 사람들에 깜짝 놀랍니다.
브렉시트가 터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고민 안하다가 당일 서킷 브레이크 걸리고 돈 빠져나가고 일본 엔화 폭등하고 나니 그제서야 사람들이 물어봅니다. 브렉시트가 뭐냐고. 정부가 지나치게 사람들의 눈을 가린다는 생각이 들고 지나치게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싸드 같은 경우에도 이미 오래전에 결론이 났었고 발표만 남은 것을 아무런 논의 없이 생각 없이 그냥 언론에 터뜨리고 대통령은 외국으로 날라 버립니다. 분노한 민심에 총리가 가서 계란 몇 방 맞고 나서는 달걀 던진 사람 색출해서 징역형을 내리겠다고 언론에 엄포를 내립니다.
나라가 20년은 후퇴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20일 때에는 정부가 시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낮은 자세에 협조라도 얻으려고 했는데, 이미 정부는 지극히 '권위주의적'이 되어 버렸고 아무 생각없이 나라 팔아먹어도 1번을 찍겠다는 분들 덕분에 일방적인 발표만 해버립니다.
속이 상해서 좀 긴 글을 적어 보았습니다. 오늘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언론은 이미 생각이 없으니 해외 정보나 제대로 된 의견이 필요하면 차라리 페이스북을 하세요.'라고. 한국의 양대 경제 전문지에서 해외 석학의 글을 자기 마음대로 바꿔서 번역을 하다가 걸려서 정식으로 항의를 받은 나라가 한국이고 정부가 대놓고 언론에 전화해서 요청하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요즘 같아서는 외국인들과 창피해서 국내 정치에 대해서 말을 못하겠더군요. 과연 인도나 파키스탄에 비교해서 과연 한국이 더 성숙한 나라이고 발전한 나라인지는 말할 수 없었습니다.
코멘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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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뷔
07.1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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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정권이 바뀔지 의문이지만, 바뀐다면 언론 정화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사드사랑
07.19 01:53
토닥토닥. 낫세르도 우리나라에 전래된 위인전의 영향일 뿐이라고 봅니다. 당시 국왕 파룩이 많이 부패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당시 위인전 내용을 곱씹어보면.. 웃기는 내용이 많았던 듯 합니다. 그런걸 왜 애들한테 읽히는지.
브렉시트는 사실 수십년동안 진행되어온 일이지요. 우리나라의 현실은 20년 후퇴가 아니라 1961년으로 돌아간 겁니다. 이제 장기집권 개헌 얘기까지 나오고 있으니 딱 싱크되지요. 이래가지고서야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을 욕하기도 쉽지않으는.. 우리나라나 터키나. '혁명 두달뒤'.. 우리는 반공을 국시의 제 일의로 삼고.. -_-;;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어제 터키 소식을 전해 듣고 뉴스 몇 개를 유심히 봤는데 상세하게 다루지 않는 느낌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