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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 없는 뮌헨 여행

2016.09.07 00:21

사드사랑 조회:351

물론 출장. 언제나 그렇듯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밀어붙이는 일정에, 엄청난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면서 싸워야 하는 시각들이지만, 그래서 그런지 잠시라도 틈이 보이면 재빨리 뛰어나가서 잠시라도 걷고(!) 돌아옵니다. 이런 짓을 출장을 가면 어디나 예외없이 하고 돌아다니네요. 말그대로 비가오건 눈이오건. 이번엔 물론 비가 왔습니다.


꼭 알아야 하는 독일어: Eingang (입구), Ausgang (출구) -_-;;


그러면서 느끼는건.. 사람 사는건 어디나 비슷하다 입니다.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들 많이 다르지만 일본을 가나 유럽을 가나 우리나라를 가나.. 다들 바쁘게 살고.. 어디나 약간의 개념없는 관광객들은 부딛히고.. 어디를 가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많고.. 아이들은 어디나 천진난만하고. 뭐 그렇더군요.


뮌헨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한달 전에 폭탄테러가 일어난 도시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이 아무것도 일상이 아닌 것은 안 보이고, 그냥 평화롭기만 한. (어쩌면 이게 큰 변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뮌헨 공항을 빠져나온건 이번이 처음이라 뭔가 비교할 만한 것은 없네요) 거지는 단 한명도 보지 못했고, 장애인도 두세명 정도 밖에 못 보았다는 것이 다른 곳과 조금 다르기는 합니다만, 대낮부터 길가 식당 테이블에 앉아서 술이 잔뜩 취해있는 사람들도 많고. 인도사람 아랍사람 참 많고요.


지하철은 처음 타보는데도 거의 불편함을 모를 정도. 단지.. 올라타면 급하게 출발하는 우리나라 지하철과는 달리 (제가 사는 곳 -- 미쿡 -- 에 있는 전철/경전철도 우리나라 지하철이랑 조금 더 비슷해요) 출발 시간이 있어서.. 그 시간 될때까지는 대책없이 서서 기다립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서서 기다리는데 문은 닫혀있다는 사실. 타려는 사람이나 내리려는 사람은 반드시 문에 있는 버튼을 눌러줘야 열립니다! 이것때문에 호텔 도착하는 열차에서 못 내릴뻔했..다는. 웃기는건.. 검표하는 사람을 한번도 본 적이 없어요. 기계는 당연 없고. 돈내는 건 모조리 양심에 맡기는 시스템! 그리고 표를 파는 것을 거부하는 기계가 많다는 현실.. -_-;;


일단 호텔에 짐을 풀고부터는.. 바쁜 일정 시작. 제가 자는 시각이 미쿡 일하는 시각이라는 것도 함정. -_-;;


이번에 회의가 있는 호텔 (따라서 제가 묵는 호텔)은 뮌헨 시내라고 불릴 수도 있는 장소이지만, 한쪽 구석의 끝에 위치하고 있어서.. 시내의 모든 명소가 신기하게도 대략 도보로 편도 한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축구경기장은 멀어서 못가봤습니다) 그래서 시간만 나면.. 걸어서 다니는. 구석구석마다 공원이 참 많습니다. 신호를 너무나 잘 지킨다는 소문이 있는 독일이지만, 빨간 신호등에서 서서 기다리는건 나.. 나머지는 모조리 개무시하고 건너고. 가끔 할머니 할아버지 지나가시다가 제 옆에 서서 힐끔힐끔 보시면서 기다리기는 하시네요. 저것도 사람인가 하고 볼 수도 있고.. 나 말고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네 하고 볼 수도 있죠. 오래된 성당들도 발에 채일만큼 많군요. 그런데.. 유럽에 있는 오래된 교회들 중엔 술집이 된 곳도 많다 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잘 새겨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뮌헨에는 교회처럼 생긴 건물을 지어서 쇼핑몰/박물관/술집 이런 것을 하네요. 오래된 주위 건물과 조화를 맞추기 위해서 인듯 하고요. 그래서 잘 못 보면 교회가 술집으로 바뀐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미쿡에 살면서 익숙해진 것은 삼보 이상 승차 (어디서 많이 들어보시던 구호죠 ?). 그런데 이곳엔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말도 안되는 짐을 들고 걸어다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미 1-2키로는 걸었고, 적어도 1-2키로는 더 걸어야 민가가 나오는 상황! 저 정도면 무슨 카트라도 끌어야 할텐데 그냥 들고 다니네요. 그리고 튼튼해 보이는(!) 여인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도 신기합니다. 미쿡이면 말도 안되게 비쩍 말랐거나 말도 안되게 살찐 분들이 많은데 여긴 그 양끝단은 별로 안보이고 그냥 엄청난 근육질의 사람들이 많네요. 남자들은.. 신기하게도 말도 안되게 살찐 분들이 제법 보입니다. -_-;;


표지판이 정말 없다는 것이 신기할 지경입니다. 거리 이름을 알리는 표지판도 찾기 힘들고.. 웃기는건 LTE가 안되는 곳이 참 많아요. 로밍하는 탓도 있겠지만..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래서 호텔서 구글맵으로 장소를 찾아서 가는것은 쉬운데.. 돌아올땐 LTE가 없으니 구글맵은 별 소용없고.. 주로 기억에 의존해서 찾아오죠. 뭐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오프라인 맵을 하나 설치해서 갖고는 다니는데 그넘은 의외로 별 소용이 없더군요. 저한테 길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말 다했죠. ^^


화장실.. 이거 큰 문제예요.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_-;; 또 일단 화장실을 찾더라도.. 어느게 남자화장실이냐.. Herren (남자)/Damen (여자)는 그냥 흔히 쓰는 표지인데.. 이곳 뮌헨은 바이에른/바바리아 말로 적어놓은 곳도 있습니다. 이땐. b로 시작하는게 남자.. M으로 시작하는게 여자! 주의하세요.


음식은 푸른 채소를 구경하기 힘들다는게 불평. 감자가 무지 맛있다는 기억. 우리나라 음식점들이 있다는데 뭐 그런거까지 찾아먹고 싶지는 않고요. 수퍼마켓은 대략 일요일에는 닫으니 물 같은건 미리 구입해두면 좋습니다.


뮌헨 주위에 볼게 많다는데.. 틈을 봐서 뛰어다니는 저로서는 그냥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인듯 합니다. 노이슈반슈타인 (디즈니랜드의 실물성)과 짤스버그 (오스트리아, 사운드오브뮤직) 등이 대략 반나절/하루 정도 투어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이긴 합니다. 다음에 휴가로 오면 가봐야지 하고 점만 찍어두었습니다.


시내에서 볼만한 곳들:


1. English Garden -- 큰 공원입니다. 평평한 남산공원이다 라고 생각하시면 대략 크기는 나올듯.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시냇물엔 그냥 물살타기!를 하는 애들로 바글바글하네요. 주위에 볼만한 명소들이 많습니다. 이 공원 자체는 거의 볼게 없는듯. 입장료 없음. Marienplatz니 하는 곳들 대략 이 공원 근처에 모여있습니다.


2. Olympic Park -- 뮌헨 올림픽 경기장이 있던 곳을 공원처럼 만들어두었습니다. 나름 경치는 좋지만, 화장실을 찾기가 매우 힘듭니다. 매우 높은 남산타워 처럼 생긴 탑 밑에 그 입장료 받는 건물에 화장실 있습니다. 화장실은 무료.. 탑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유료.. 아마 7유로. 조그마한 동산 같은 것이 있는데 (아마도 인공) 그 꼭대기 올라가면 주위가 잘 보입니다. 신기한 것은 탑 주위 즉 가장 낮은 곳엔 온갖 인종들이 많고 온갖 언어가 난무하는데.. 이 동산 꼭대기는 완전 독일말에 백인만. ㄷㄷㄷ 주의사항.. 남들이 다닐만한 길로만 다니세요. 잘 안 다니는 길로 다니시면.. 못 보던 것들을 볼 수도 있습니다!


3. BMW Welt -- 올림픽 공원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BMW 본사가 있습니다. Welt라고 불리는 전시장, 하늘에서 보면 큰 BMW로고가 그려진 동그란 모양의 박물관, 4기통 엔진을 본떠서 설계했다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는 않습니다만)본사 건물, 그리고 공장건물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나름 볼게 많습니다. 삼성 IoT 전시장은 시간낭비 (차차 나아질 수도).. 2층의 오토바이 전시장은 가볼만 하고.. 오토바이는 대략 다 올라타볼 수는 있고, 차도 문 열린 것은 타볼 수 있네요. 어떻게 정말 운전해보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엔진 전시해 둔 것은.. 풀어보니 분해가 됩니다! 황급히 다시 조립했단. 거기 식당이 두개 있습니다. 나름 먹을만. 테이블에 붙은 의자에 앉을때 주의하세요! 그리고 Welt 바로 바깥, 박물관쪽 밖에 BMW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도대체 뭘 보여준다는 건지 궁금할 정도로 극히 빈약합니다만) 별도 건물이 있습니다. 직원은 친절한듯. 투어를 선택하면 유료. 그냥 둘러만 보는 것은 무료. Welt의 화장실은 2층 뒤쪽에 있습니다. 참 잘 감춰두었네요.


4. Nymphenburg Palace -- 먼기억의 베르사유 궁전을 험하게 베낀듯한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대략적인 배치는 똑같고요. 유료라는데.. 다 둘러보고 나와서야 알았네요. 아직도 도대체 어디서 돈을 내야 하는지 모릅니다. ㅠㅜ 표지판이란건 아예 실종. 구글맵이 있어도 길 잃기 쉽습니다. ㄷㄷㄷ 입구가 매점인데 이 매점에 화장실 있습니다.


아무것도 살게 없었으니 망정이지 뭔가 사야했으면 도대체 어디를 가야할지 모르겠더군요. Bauhaus라고 건축자재 파는 곳은 찾았습니다만. 건널목 마다 버튼을 눌러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잘 찾아보고 누르세요. 안그러면 굉장히 오래 기다립니다. 버튼은 버튼 누르는 모듈과 땅이 바라보는 곳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독일인들도 그거 잘 모릅니다  -_-;; (어쩌면 제가 오해한 것일 수도) 매우 친절한 경우에는 버튼을 누르면 조그마한 화면에 신호가 오고있음 (signal kommt) 이라고 독일어로 얘기해 줍니다.


추신. 의외로 맥주는 별로였던듯 합니다. 뭘 먹어야 할지 몰라서일지도. 어쩌면 캘리포냐 맥주도 제법 맛있어서일수도 있고요. 와인이 의외로 괜찮았습니다만.. 뭐 독일까지 가서 와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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