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방송대 이야기 해봐도 될까요?

2016.10.25 18:50

해색주 조회:1009 추천:1

 준용군님이 쓰신 글을 보고, 방송대에서 만났던 분이 떠오릅니다. 저는 경영학 전공 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코딩하고 자료 뽑고 숫자 매만지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분야는 주로 통계학 전공하신 분들이 하는데, 저는 이 분야에 흥미를 갖고 하다가 이렇게 된 것이죠. 여하튼 방송대는 학사 관리가 엄격하고 한 학기에 일정날짜는 나가서 수업을 들어야 합니다. 그것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말이죠.


 당시 같이 수업을 듣던 분들 중에 좀 나이가 많으신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은 나름 탄탄한 공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오신 고졸이십니다. 시험 끝나고 스터디 그룹 멤버들끼리 식사를 하는데, 본인 사연을 이야기 하시더군요. 본인이 공기업에서 계속 승진이 안되어서 회식 자리에서 상사에게 물어보니, "고졸이어서 안된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처음에는 억울하고 실망했는데, 나중에는 "그까짓꺼 따면 되지"라고 생각하시고 출퇴근길에 보던 방송대를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직장 후배에게 같이 공부하자고 권해서 정보통계학과를 들어왔다고 하시더군요.


 통계쪽은 통계+프로그래밍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저학때에는 VBA로 회귀모형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짜도록 합니다. 당시에는 R이 없어서 그랬지만 지금은 대부분 R로 하는데 이것도 난이도 낮지는 않죠. 그렇게 대부분의 학생들(졸업율이 10%가 채 안되요)은 중간에 그만두거나 나가 떨어집니다. 저도 스터디 그룹 안들어갔으면 중간에 바로 그만두었을 거에요. 아까 말씀 드린 분은 주변의 도움도 받고 본인도 열심히 하셔서 결국 졸업을 하셨습니다.


 당시 스터디 그룹을 했던 분들 중에 몇 몇은 간호 대학원, 야간 MBA, 통계 대학원을 진학해서 공부를 계속 했구요, 그 어르신은 이후 석사를 거쳐 작년에 박사를 받으셨습니다. 하루에 몇 시간 밖에 못자면서 박사 과정 수업 듣고 논문을 썼다고 하시더군요. 지금 제가 다니는 방송대 석사 과정은 2/3가 의사이고 나머지는 해당 분야의 인원들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다들 밤잠 못자고 주말 반납하고 공부하고 죽을 둥 살둥 하고 있습니다.


 다들 힘들게 살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는 다른 것 같습니다. 힘내시고, 행복한 가정 꾸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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