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뭘 먹고 살아야 할까요 -- 아이 없는 사람이 쓰는 쓸데없는 이야기
2017.02.10 00:16
철학 얘기를 하자는게 아니고, 그냥 미쿡에 살면서 보는 것들 얘기입니다.
인종차별 얘기가 다시 열심히 나오고 있지만, 백인의 역습 얘기가 피부에 와닿는 요즘입니다. (길게 적었다가 다 지운 부분은.. 혹시 정치라고 하실까봐.. 미쿡 정치얘기라) 그런데 백인 친구들의 아이들이 사는 모습은 우리 아이들이 사는 모습과 제법 다릅니다.
옛날 제가 우리나라 살땐 아이들에게 너 커서 뭐 될래 하면.. "대통령, 장군" 아니면 오답입니다.
요즘에야 대통령, 장군 하면 집안 말아먹을 직업이지만 그때만 해도, 선망의 직업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두 직업이 아니면 집안을 말아먹을듯이 인식이 되던 때였죠. 요즘은 뭐가 선호되는 직업일까 궁금하긴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보는 보통 백인들의 아이들은 선호하는 직업이 매우 다양합니다. 난 우편배달부가 될거야.. 왜 ? 내 시간이 많거든. 난 요가 강사. 왜 ? 내가 요가를 잘 할 거 같아. 아직 배워본 적도 없잖아. 주위에서 보는 모든 직업을 선호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우리나라 부모들과는 달리.. 이런 꿈들을 부모들이 밀어주고, 또 그렇게 자라나고 꿈의 직업을 갖는 아이들도 있고 꿈이 바뀌는 아이들도 있지만, 다 그럭저럭 잘 살아갑니다. 큰 돈 벌것 같지 않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도.. 유산도 별로 없는데.. 이 동네서 별장 두세개 갖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이 동네는 허접한 집한채가 10억을 가볍게 넘어갑니다)
우리 아이들은 옛날 우리나라의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부모가 구식이라 그런가 봅니다) 꿈은 거창해야 합니다. 애들 꿈이 거창하지 않으면 부보가 윽박질러서라도 거창하게 만듭니다. 모든 아이가 그 부풀려진 꿈 (자기 것이 아니고 부모의 꿈 -_-)에 맞춰서 살아갈 수는 없지요. 많은 아이들이 그 꿈대로 자라나고, 그 꿈을 이루기도 합니다만. 그 꿈을 못 이루는 아이들은 아무 근거없는 열등의식을 갖고 살아가고, 꿈을 이룬 아이들도 그게 자기 꿈이 아니었으니 아무 의미도 없고. 돈 잘 벌 것 같은 직업을 갖고 근검하게 살고, 부모가 물려준 유산도 제법 있는데.. 별장도 없고, 심지어 직장 근처에 살지도 못해서 (집값이 비싸니까) 먼 곳에서 출퇴근 대란을 매일 겪으며 살아갑니다.
왜 이럴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안 나옵니다. 우리 아이들은 뭘 먹고 살아야 할까요.
코멘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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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아자씨
02.10 06:07
추천:1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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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하루
02.10 07:44
잘 읽었습니다.
혹 선진국? 들이 옛날에는 우리나라랑 비슷하진 않았나요?
우리나라가 성장하는 과정중이면 희망이 있겠죠
이번에 시골에 가서 느낀점은
아직도 무슨당은 빨x이 뭐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아직 몇십년은 더 걸리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이가 자라면서 주변에 모든 직업이 존중받고 잘 먹고 사는걸 보면서 자라야 모든 직업을 선택의 대상으로 고려하겠죠 -
사드사랑
02.10 08:35
감사합니다. 사회의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맞는 말씀들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미쿡의 백인들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미쿡이, 부인할 수 없는 신분제 사회여서 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제가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미쿡의 모든 사람들이 저렇게 자유로운 꿈을 꾸고, 그 꿈대로 살고, 그러면서도 여유를 누리며 사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영미계 백인들에게 한정된 얘기입니다. 소수민족들은 여전히 제한된 꿈을 꾸고, 꿈을 제대로 이룰 수 없고, 꿈을 이루더라도 여유를 누리며 살 수는 없는 곳이 미쿡입니다. 없는 사람은 아프지도 말아야 하는 곳이 미쿡입니다.
즉 미쿡이 이상사회라는 얘기는 전혀 아니고, 그런 사회가 이루어 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본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두분이 말씀하신 그런 사회가 참 그립습니다. 제가 걱정해야 할 제 아이도 없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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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2.10 18:59
찬찬이 읽어봐야할 주제네요.
저 또한....자주하는 생각...고민입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다니는 직장인들은 .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 삶이 유지가 되나 ? 기타등등이요.
꿈 이전에....생존이 힘든 사회입니다. -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자라야 아이들이죠.
얼마전에 학원 10개 다니다 지친 초등학생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안 좋더군요.
누구 좋을려고 그렇게 하나 싶고.. 아이 인생을 어른들이 너무 간섭하는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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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산왕
02.11 21:16
건강한 몸과 마음 정도만 챙겨 주시면, 애들 인생은 애들이 알아서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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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
02.13 06:33
요새 세상은 꿈이고 자시고 간에 생존자체가 문제가 되는 세상으로 가는 듯 해요.
미국,중국,한국이나 필리핀뭐고 간에 종류는 다르지만 비슷비슷한 헬 스파이럴...
원래 그런건지 더 그래진건지, 인식을 그렇게 하게된건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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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식회사
02.13 14:31
어려운 주제 같습니다. 한국은 교육 뿐만 아니라 美, 철학, 경제, 장래희망 등 모든 것이 일률적 혹은 단순하다는 것입니다.
즉 아름다운 여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서양과 비교하면 단순합니다. 다르면 개인취향으로 이상하게 취급하고...심지어 덕후 취급도 받습니다. 그만큼 일률적이라는 뜻입니다.
철학 역시 유교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독교나 불교도 유교를 기반으로 해서 기형적으로 한국식 종교 문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육 방식 오로지 입시로 통합니다. 특성화고등학교라고 만들어놓고 이 곳도 대입을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인문계, 고등학교 특성화 고등학교 심지어 특목고도 명문대 진학을 위해 자녀를 보냅니다. 따라서 교육의 목적이 입시이니 경쟁을 피할 수 없지요. 교육이 경쟁의 도구일 뿐입니다. 현재 수험생 70%가량이 대학을 갑니다. 정상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16년을 정규 교육 과정에 쏟다보니 20대 중후반이 되어야 사회에 나옵니다. 그러면서도 전공을 살리는 대학생 졸업생은 10%도 안되는 학과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면서 향후 4년이면 대학교 정원 64만명보다 수험생이 적어집니다. 정상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최소 2~3배 잘 사는 미국에 이어 신자유주의 지수가 2위에 올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정치 세력이 들어와도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꿈의 문제는 결국 현실로 보았을 때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요가 강사의 꿈을 꾼다.
요가를 배운다.
요가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편배달부의 꿈을 꾼다.
우편배달부가 되기 위해 준비 혹은 입사를 하고 교육을 받는다.
우편배달부로 살아간다.
결혼을 한다.
집을 사거나 렌트한다.
아이를 낳고 학교에 보낸다.
다른 곳에 10억짜리 별장을 하나 산다.
아이가 소방관이 되겠다고 한다.
소방관이 될 수 있도록 운동도 하고, 교육도 받게 한다.
또 다른 곳에 별장을 산다.
아이는 소방관이 된다.
은퇴한다.
별장에서 살다가 하나 판다.
하나 더 판다.
노인요양원에 입주한다.
사망한다.
재산을 상속할 것은 상속하고, 일정부분 국가나 사회단체에서 정리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모두 돈이며, 그 돈이 개인에게 분배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그 전에 사회 전체의 합의, 적절한 부의 규모 등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우리가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부족하기에 아이들은 대통령, 판검사, 국회의원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도록, 최소한 명문대학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었을까요?
시스템의 문제, 합의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부의 규모는 적으면 적은 대로 나누고 살면 되는데.... 부를 나누는 시스템에 대한 합의가 많은 자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 저 할아버지는 박스를 주울까요? 그런 상황에 있는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운영하는 식당에 가서 편한 마음으로 손님대접 받으며 식사를 하면 안 되는걸까요? 그 돈을 지역사회에서 내고, 중앙정부에서 지원하고, 세금을 더 걷고, 더 내는 시스템과 합의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되는데....
많이 가진 분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민 합의는 될 텐데, 선거 때만 되면, 그런 것을 안 보거나, 속이는 사람을 뽑기 일수니...
분배구조를 우선 개혁하는 것이 아이들이 먹고살 수 있도록 하는 지름길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