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살이
2017.06.07 00:36
초등학교때부터 서울의 한 동네에서만 살다가
어쩌다보니 대전으로 이직하게 돼서
지금은 주중엔 대전에 있고 주말에만 서울에 있습니다.
대전에 처음 내려왔을 때에는 격주로 서울에 올라가려 했는데
그 어떠한 연고도 없는 대전에서 주말을 보내니까 정말 삭막하더군요.
대전이 광역시라고는 해도 서울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정말 할게 없었습니다.
서울에 있을 때에는 경복궁 야간개장도 가고, 광화문 거리도 가고, 가는 김에 청계천도 가고
삼청동이나 북촌도 가고, 남산도 가고 (요즘 중국인 많이 줄어서 다시 갈만해 졌습니다.)...
서울이 지겨우면 파주 출판단지 가서 보물섬 헌책방에서 책 사고 (제가 가 본 헌책방 중 가장 좋아요)
지식의 숲에서 밤새 책 보다가 새벽에 자유로에서 속도 좀 높여서 집에 오면 정말 좋았거든요.
(집이 목동이라 파주에서 자유로 타면 아주 쾌적하게 집에 올 수 있습니다.)
파주에서 밥 먹으려면 신세계 사이먼 아웃렛 가면 괜찮았고..
하남 스타필드 생기고선 거기도 자주 갔고...
좀 멀리가고싶으면 제이크가든이나 아침고요수목원 가면 좋았고..
테라로사 본점도 가곤 했고...
한 여덟시 쯤 집에서 나와서
광화문 교보문고가서 책 보고 오는것도 매주 일요일의 습관이었습니다.
대전은 아는게 없을 뿐더러..
찾아봐도 갈 곳이 정말 적고 활성화도 잘 안돼 있더라구요.
대청호가 괜찮다고 해서 가봤는데 그냥 물이 많았고... (두물머리같은걸 기대했는데...)
세종시엔 뭐가 있을까 싶어서 갔는데 거리가 한산하더라구요.. 고라니도 걸어다니고..
여기서 장 보면 어떨까 싶어서 이마트를 가 보니 서울보다 25%정도 비싸서 물만 사 왔습니다.
대전에선 할게 없다보니 어느샌가 매주 서울에 올라가고 있는데
금요일이면 서울로 올라가야 하고, 다시 일요일이면 대전에 내려와야 하다 보니
시간 소모가 커서
예전처럼 어디 놀러가진 못합니다.
대전에도 작년 말에 교보문고가 생겨서,
서울에 있을 때 처럼 교보문고 가서 책 보고 오는 습관을 들여볼까 했는데...
책이 없어요 ㅠㅠ
보유하고 있는 책이 적어서,
종종 읽을만한 책이 없거나... 책이 있어도 비닐로 싸여 있어서 읽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차를 가져가기엔 주차가 지옥이고 (대전에서 난생 처음 불법주차 딱지 떼였습니다.)
버스를 타고가자니 대중교통도 정말 불편합니다.
서울이 맞고 대전이 틀리다.
이런건 아닌데,
정말 오랫동안 서울에 살았더니 거기에 너무 익숙해져서
대전은 말은 통하지만 거의 외국같습니다.
그동안 해왔던 습관들을 다 바꿔야 하고
아는 사람도 없어요.
외국가서 살기는 훨씬 더 힘들것 같아요.
연고없는 한국에 와도 이렇게 적응이 힘든데.. (대전은 그래도 말이라도 통하는데..)
차라리 대학생때처럼 같이 놀기도 한다면 외국에서 지내기 좀 더 수월할텐데
저는 오로지 회사가 대전이라 대전에 오게 된거라.... 생각과는 많이 다르네요.
출장과 연휴와 휴가가 겹쳐서 거의 열흘간 서울에 있다가
내일 출근해야해서 대전으로 내려오니 기분이 급격히 가라앉습니다... 하하
타지살이는 참 힘드네요..
대전 정도면 서울과도 가까워서 별 탈 없을줄 알았더랍니다 ㅠㅠ
코멘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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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릅나무
06.07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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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수도권을 나오면...다 시골이라고 보시면 마음이 편합니다.
문화생활시설이... 엄청나게 차이가 많이 납니다.
당장 주변에 미술관과 박물관 같은 시설에서부터.. 차이가 엄청나게..나기 시작해버리니... 어쩔수가 없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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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c
06.07 05:14
차이가 엄청 나죠. 그래도 대전만 해도 서울이나 수도권 접근이 좋잖아요.
더 아랫지방으로 내려오시면 답답함이 엄청 커집니다. 서울 가기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습니다.
문화생활은 포기할 수 있는데 사람이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은 정말 노답입니다.
물론 다 적응하면서 사는거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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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산왕
06.07 07:18
모처럼 지방 가셨으면, 운동 추천합니다 :)
운동과 명상 하면서 에너지를 축적하는 건 어떨까요? 저도 올해 목표중 하나가 근무 시간 단축, 그리고 20대의 몸으로 돌아가기 입니다.
곧 보스가 바뀌는데, 바뀌자 마자, 은근 슬쩍 "주 4일 근무만 할래요" 이럴려고요. - _ -;
정신도 육체도 혼자서 조용히 있을 시간이 필요하니, 건강한 생활을 목표로 삼아 보세요... 라고 말하면서 저는 어제 치킨과 케익, 과자를 우걱우걱 먹긴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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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6.17 04:36
이상과 현실같다는 생각입니다...
배가 많이 나오는 현실 저도 아쉽네요... -
사드사랑
06.07 08:02
유성 근처를 둘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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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또는 그 주변도시 에선 당연하게 여겼던 사소한 하나하나의 혜택(?) 들이 그외의 지역으로 이동하는 순간 더이상 누릴수 없는것들이 매우 많습니다.
모든것이 서울로 집중되는 현상 때문이겠죠.
20여년전... 아무생각없이 아버지 호출에 잘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시골로 내려왔을때....
고향집 에서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아침밥 먹는거 외에는 모든것이 낮설더군요.
어릴적 어울리던 친구들은 다 떠나고 고향인데 아는사람도 없고... 처음엔 왜내려왔나 싶더군요.그래도 살다보니 적응이 되더군요.
그나마 가끔 서울가면 길 찾느라 고생은 안합니다만. 탁한 공기에 내가 살 적에도 이랬었나 싶을정도로 갑갑함을 느낌니다.
대전 이면 그나마 큰도시 입니다. ㅎㅎ 소도시들은 더 심합니다.
없는것에 허전해하지 마시고 즐길수 있는것을 찾아보세요. ^^ -
맑은하늘
06.17 04:38
없는것 생각보다 있는것을 찾아보는것...
좋은 생각입니다. 강원도 군생활하다...서울 집으로 휴가나왔을때...탁한 공기로 인해..머리 아팠던 기억이 있네요 -
윤발이
06.07 10:09
저는 대구 사람인데 서울에 살다 보니.. 촌놈은 역시 고향이 낫다고 생각 되더라구요..
뭔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극이나 새로운것 보다는 이전의 추억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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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6.17 04:40
저는 그래서 동대문 골목이 그리워 가끔 가네요 ! 이전의 추억에 대한 그리움... 동감입니다. -
행복주식회사
06.07 10:16
그래도 대전이면 지방에서는 매우 좋은 편입니다. 심지어 다른 광역시급 도시와 도시생활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도 대전이 좋은 편입니다. 그들만의 리그지만 대덕밸리 덕분에 둔산동 일대나 수도권 이외에 거의 없는 코x트코도 있고...향후 균형 발전과 인근 세종시와의 접근성을 고려하면 솔직히 대구나 광주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큰 그림으로는 한국은 수도권 다음은 경부 라인인데 여기서 볼 때도 중간 기점에 해당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직 촌이라는 인상이 있듯이 땅값과 집값이 수도권과 비교해 개발 여지가 많아서 저렴합니다. 이것도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큰 혜택이라 생각됩니다. 서울이면 대기업 다녀도 부모님 도움없이는 평생 일해도 서울에 30평 아파트를 마련할 수 없을 것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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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날다
06.07 10:39
대전은 그래도 큰 도시죠.. ㅎㅎ
세종시 덕분에 유성 쪽이 다시 살아나고 그래서, 괜찮아요.
대전-서울 거리면, 분당-일산 거리와 엇비슷하니.. 큰 차이도 아니고요.. ㅋㅋ
제가 유성역에서 대전종합터미널까지 걸어가본 적이 있는데, 대략 1시간 30정도 걸리더군요.
나름 재미있고, 대전이 이렇구나... 하는 공부가 되었네요.
대전역 주변 시장도 재미있었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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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
06.07 11:16
보물섬 예전엔 옛날 책도 많았는데 작년에 가보니 애들책위주로 바뀌었더라구요. 봉지 커피마시며 시간 떼우기 좋은 곳이죠.
대전 코스트코있는데 피자나 핫도그 드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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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대전에 살면서도 이렇게 다른생각을 할 수도 있군요. 서울에서 태어나 모든교육과정 군대 결혼까지 모두 서울에서 했습니다만 지금은 대전에 삽니다. 대전와서 서울과는 다른 환경에 500%만족합니다. 매주 100km씩 자전거를 타고, 퇴근은 시속 100km로 차를 몰고, 주차공간 걱정 해 본적 없고, 집값도 싸고, 음식 등 물가도 싸고, 대전처럼 이런저런 고속도로가 잘 연결된 곳이 없어서 주말엔 그동안 못 가본 여기저기 다닙니다. 삼십분만 넘게 달리면 아들과 하룻밤 캠핑할 곳이 나오고, 대청호에서는 카약으로 두세시간 노 젖다 오면 여기가 천국이다 싶어요. 문화, 교육, 체육시설 모두 좋아요. 아. 유흥은 서울에 비해 많이 부족한듯 하나 저랑은 관련이 없어서...대전 오고 나서 저는 많은걸 경험했어요. 더 많이 책을 읽고, 더 깊이 사람을 사귀고, 더 가족과 가까워지고, 종교적으로 더 강인해졌고, 신체가 훨씬 강해졌습니다. 그게 꼭 대전이라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저는 서울을 떠나며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서울 갈 생각이 없습니다. 제 생각에...님의 경우 가까운 사람(가족, 연인...)이 곁에 없어서 그런것 같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섯부른 참견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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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6.17 04:43
모든것은 생각의 차이..
종이 한장 차이일수 있네요.. 대전의 장점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생각하게되네요. 관점의 차이... -
42195m
06.14 01:25
삶의 방식이 그 곳에 맞다면 참 좋은데, 아무래도 서울이 더 맞으신 듯 합니다.<br /><br />대전은 평지이고 도시가 구획이 반듯한 편이어서, 다른 대도시와 다른 느낌이죠. 운동하기 좋지요.<br />교통 체증 적고, 국토의 가운데라서 조금만 나가면 좋은 자연이 있고, 주차 걱정이 없습니다.<br /><br />대둔산부터 충청, 전라, 경상 웬간한 산은 당일치기로 갈만한 거리고, 역시 주말에 웬간한 전국 곳곳 여행가기도 좋습니다. 대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안 가는 곳은 없고, 고속도로, 기차도 중심이니까요. -
맑은하늘
06.17 04:34
살다보면 적응되겠거니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름 대도시이기도 하구요...
말씀하신 서울 생활...위성도시에 살지만 많은 경험 해봐야겠다...하는 생각 해봅니다.
힘내시고...대전에도 정 붙이시기를 기대합니다.
대학때..서울살다 울산갔더니..적응안되던 기억이 있네요...
ㅎㅎㅎ
시골이죠, 대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