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낙타와 사자

2017.08.07 01:00

SYLPHY 조회:839

니체는 삶을 대하는 방식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낙타, 사자, 어린아이

낙타는 맡은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삶을 말하고
사자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삶을 말하고
어린아이는 삶이 목적인 삶을 말합니다.
(제가 이해한 버전이라 틀릴 수 있음)


저는 제가 사자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회사를 다니며 회사에 얽매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회사의 일과 관계 없는)저만의 분야에서 저만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창조해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자의 대표적인 특징이 창조와 자유입니다.)


낙타의 삶은 수동적인 삶을 말합니다.
누군가가 일을 주면 그때 행동하는 삶.
일을 잘 하냐 못 하냐, 열심히 하냐 대충 하냐와 관계없이, 수동적인 삶은 낙타의 삶이라고 합니다.



제가 사자의 삶을 살고 있다고 착각한 것은 보이지 않는 수동성 때문이었습니다.

고등학교때는 대학에 가야한다는 불안감으로 수동적으로 공부했고
대학에 와서는 잘 하는 분야를 발굴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수동적으로 공부했습니다.

대학원에서는 전문연구요원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열심히 연구(?) 했습니다.
(연구는 열심히 한다고 성과가 잘 나오는건 아니지만.. 병역이 걸려있으면 안 될것도 되더군요)

사기업에서 전문연구요원을 할 때에는 이 회사 얼마 더 안다니고 나올 생각이라, 밥벌이에 대한 걱정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저만의 시스템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돈을 벌어다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정부출연연구소로 오게 되면서 밥벌이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한동안은 예전과 같이 따로 시간을 내어서 공부하고, 저만의 시스템을 계속 만들어 나갔습니다.

어느샌가 부터, 정말 조용하고 갑작스럽게, 이 열정이 사라졌습니다.
어느샌가 부터, 그저 시키는 일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아무 것도 안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사자로 착각할 수 있는 ‘창조’의 행위를 해 왔었지만, 그 창조는 수동적인 것이었습니다.

니체도 경고했듯, 수동적으로 창조하는 행위는 여전히 낙타입니다.



최근 두 달간 저 스스로를 돌아보며 살펴본 결과, 저는 낙타였습니다.
사자인 적은 없었습니다.
단지, 사자인 척 하는 낙타였을 뿐이었습니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갈 수록
저는 그냥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임을 깨닿습니다.
니체의 말이 구구절절 와닿습니다.

사자가 되도록, 사자가 된 이후에는 어린아이가 되도록
정신과 육신을 수양하겠다고 다짐합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공지 [공지] 2025년 KPUG 호스팅 연장 완료 [9] KPUG 2025.08.06 327
공지 [공지] 중간 업데이트/ 다시한번 참여에 감사 드립니다 [10] KPUG 2025.06.19 953
공지 [안내의 글] 새로운 운영진 출범 안내드립니다. [15] 맑은하늘 2018.03.30 32471
공지 KPUG에 처음 오신 분들께 고(告)합니다 [100] iris 2011.12.14 443410
27677 중고부품 사기가 까다롭네요 [2] 페퍼민트 08.08 579
27676 어제,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씨가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2] 냉소 08.08 552
» 낙타와 사자 [7] SYLPHY 08.07 839
27674 하도 더워 데탑을 정리하고 노트북을 더 활용하려 했는데... [2] Electra 08.06 657
27673 무더위 피서...택시운전사 관람 후기 [8] Pooh 08.06 469
27672 써멀그리스 재도포 했습니다. [8] file SYLPHY 08.06 995
27671 엄청 오랜만에 글쓰는거 같습니다~ [5] file 쿠군 08.05 403
27670 딸바보의 딸래미 자랑. [7] file 맑은샛별 08.04 447
27669 오랜만에 근황 [13] file Electra 08.04 448
27668 오늘 도착한 PC 자랑..^^ [3] file Seoruni 08.03 577
27667 처가 새 책을 출간 하였습니다. [6] minkim 08.03 470
27666 아랫 놋북 가방 나눔글보고...저는 가방을 만들어 사용해서..인증샷을..ㅋ;; [13] file 몽배 08.02 426
27665 노트북 가방 나눔 인증! [6] file 박영민 07.31 466
27664 휴가 잘들 보내고 계시지요? [10] file Lock3rz 07.31 432
27663 타카타 에어백 이야기 [3] file SYLPHY 07.30 847
27662 GPD Pocket이 왔습니다~@_@ [11] file 돈돈돈까스 07.29 1375
27661 다들 여름 휴가 일정 잡으셧나요? [14] 윤발이 07.29 339
27660 브리스베인 갑니다. [9] file 최강산왕 07.28 368
27659 운수 좋은 날 [5] file Lock3rz 07.27 391
27658 GPD 사가 참 덕질 하기 좋은 제품을 내주고 있습니다. [3] 스파르타 07.26 592

오늘:
10,355
어제:
15,725
전체:
16,619,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