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낙타와 사자

2017.08.07 01:00

SYLPHY 조회:1035

니체는 삶을 대하는 방식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낙타, 사자, 어린아이

낙타는 맡은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삶을 말하고
사자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삶을 말하고
어린아이는 삶이 목적인 삶을 말합니다.
(제가 이해한 버전이라 틀릴 수 있음)


저는 제가 사자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회사를 다니며 회사에 얽매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회사의 일과 관계 없는)저만의 분야에서 저만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창조해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자의 대표적인 특징이 창조와 자유입니다.)


낙타의 삶은 수동적인 삶을 말합니다.
누군가가 일을 주면 그때 행동하는 삶.
일을 잘 하냐 못 하냐, 열심히 하냐 대충 하냐와 관계없이, 수동적인 삶은 낙타의 삶이라고 합니다.



제가 사자의 삶을 살고 있다고 착각한 것은 보이지 않는 수동성 때문이었습니다.

고등학교때는 대학에 가야한다는 불안감으로 수동적으로 공부했고
대학에 와서는 잘 하는 분야를 발굴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수동적으로 공부했습니다.

대학원에서는 전문연구요원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열심히 연구(?) 했습니다.
(연구는 열심히 한다고 성과가 잘 나오는건 아니지만.. 병역이 걸려있으면 안 될것도 되더군요)

사기업에서 전문연구요원을 할 때에는 이 회사 얼마 더 안다니고 나올 생각이라, 밥벌이에 대한 걱정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저만의 시스템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돈을 벌어다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정부출연연구소로 오게 되면서 밥벌이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한동안은 예전과 같이 따로 시간을 내어서 공부하고, 저만의 시스템을 계속 만들어 나갔습니다.

어느샌가 부터, 정말 조용하고 갑작스럽게, 이 열정이 사라졌습니다.
어느샌가 부터, 그저 시키는 일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아무 것도 안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사자로 착각할 수 있는 ‘창조’의 행위를 해 왔었지만, 그 창조는 수동적인 것이었습니다.

니체도 경고했듯, 수동적으로 창조하는 행위는 여전히 낙타입니다.



최근 두 달간 저 스스로를 돌아보며 살펴본 결과, 저는 낙타였습니다.
사자인 적은 없었습니다.
단지, 사자인 척 하는 낙타였을 뿐이었습니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갈 수록
저는 그냥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임을 깨닿습니다.
니체의 말이 구구절절 와닿습니다.

사자가 되도록, 사자가 된 이후에는 어린아이가 되도록
정신과 육신을 수양하겠다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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