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신문을 골라볼 수 없는 시대

2018.02.04 17:15

matsal 조회:402

일본에는 마토메 사이트라는게 있습니다. 특정 개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기사만 모아서 특정 관심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뉴스를 보기좋게 모아서 보여주는 곳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주인장의 의견을 써서 기사에 개입하거나, 특정 사이드의 뉴스만 올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따라서 모든 마토메 사이트는 특정 경향에 치중하기 마련이고 편파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네이버나 다음 뉴스 포털도 훌륭한 마토메 사이트 입니다. 컨트롤을 쥔 사람이 맘만 먹으면 기사 노출량을 조절하여 아무리 큰 언론사 기사라도 거의 안 보이게 만들 수 있고, 지방 신문사라도 계속 전면에 배치하여 클릭수를 엄청나게 늘릴 수 있습니다. 이미 조중동과 버금가거나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언론 권력이 된 거죠. 




10여년 전 조선일보 등의 신문에 대한 구독 거부운동이 있었던 건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만 해도 바로 곡소리 나오면서 당황하는 언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10년이 흐른 지금와선 그 당시 구독거부 대상이었던 언론 중 망한 곳은 없고, 여전히 그때와 같은 영향력을 끼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구독수가 다시 증가하여 언론들이 버티고 있는 것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종이 신문의 구독수는 매년 점점 감소하고 있어서 10년 전 거부운동이 있었을 때보다 더 적습니다. 그럼 자연히 언론들도 규모가 작아지고 기자수도 줄어들어야 하고 기사 수도 적어져야 하겠죠. 실제로, 지난 10년간 전세계적인 언론사가 차례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한국 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닥 달라진게 없습니다. 여전히 조중동이 3강이며 매일경제, 한국경제, 연합뉴스가 3중, 그리고 경향 한겨레 이하 짜잘한 언론들로 나뉘어져 있죠. 게다가 조선일보 등 상위권 언론들의 매출액 규모는 오히려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결국 종이신문이 아닌 다른 곳에서 줄어든 신문만큼 피를 수혈하고 있다는 것이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언론 매체들이 전혀 변하지 않을 수 있었던 핵심은 종편과 스마트폰 입니다. 조중동이 기를 쓰고 종편을 키운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며, 이미 조선일보만 해도 종편에서 1/4 이 넘는 매출액과 짭짤한 순이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물론 TV 진출 만으로는 언론 영향력을 유지할 수 없으며, 활자로도 기사가 나와야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죠.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60% 가 포털 뉴스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고 하며, 포털사이트 점유율 70% 가 네이버입니다.  따라서 종이 신문과 방송은 완전히 포털 뉴스에 밀려버린 상태이며, 포털 뉴스를 제압하는 자가 한국에서 최대의 영향력을 지닌 언론이 됩니다. 또한, 포털 뉴스는 신문사가 공짜로 기사를 제공해주는게 아니기 때문에 기사 클릭수, 조회수, 광고 노출에 따른 수익을 언론사에 나눠주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70%) 이 부분도 조중동 매출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등 비호감 언론이 여전히 그 덩치와 영향력을 유지하는 건 새로운 언론 환경인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도 강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포털을 이용할 때 로그인하지 않으면 불특정 언론사의 기사에 언제나 노출하게 되며, 로그인을 해도 언론사별 필터링 설정을 제공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만 제공합니다. 게다가, 주요 포털 사이트(네이버, 다음)에선 자기들 임의로 기사들의 노출도를 결정합니다. 물론 그 기준은 알수도 없고 지들 맘대로이며, 공정하거나 형평에 맞지도 않습니다. 이미 네이버에서 돈 받고 특정 기사를 전면에 올려주는 행위를 한 것이 들키기도 했죠. (네이버는 조선일보 지분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이제는 신문 불매 운동을 하고 싶더라도 이미 불매한 상태라면 더 이상 영향을 끼칠수도 없고, 인터넷=포털을 여는 순간 조선일보 등 원하지 않는 언론사에 돈을 내고 있는 상황이 된 겁니다. 게다가 노출량도 조작해서 보고 싶지도 않은 신문사 기사를 전면에서 계속 봐야 하고 말이죠. 마치 전기요금에 KBS 수신료를 포함하는 법으로 강제한 듯이, 이제는 손쉽고 효과적으로 언론사에 항의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언론사에 시민의 생각을 어필하는 방법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불편하고 더럽고 오래 걸리지만요. 먼저, 네이버 등 특정 편중 의심 뉴스포탈에 대한 탈퇴 운동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 이건 근본적인 해결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음도 조중동 노출도가 높은 건 마찬가지거든요. 따라서 뉴스 포탈에 대한 법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단순 '뉴스 유통자' 입장이 아니라 엄연한 뉴스 공급자 중 하나로 등록하여, 사기업이 맘대로 타사의 기사를 배치할 수 없게 하고 국가 시정위에서 주기적으로 감사하여 언론 권력에 대한 견제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뉴스 포털은 검색 포털과 완전히 분리하여 운영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국회와 정부에 충분한 압력을 넣어야 합니다.

둘째, 언론사를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화이트리스트로 보는 것입니다. 포털에선 특정 회사의 기사를 빼고 보는 기능은 없어도 특정 회사의 기사만 보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이를 이용해서 자신이 선호하는 언론사만 볼 수 있습니다. 대신 기사의 폭이 적어지고 회사가 여러개 일 경우엔 돌아가면서 들르기가 귀찮아지지만요. 아예 언론사 홈페이지를 가는 방법도 있는데, 홈피마다 디자인이 다 달라서 번갈아 가면서 보기엔 피곤합니다.

셋째, 적극적으로 언론의 잘못을 신고하는 것입니다. 신문기사나 방송에서 가짜뉴스나 잘못된 정보를 흘린다면 방통위 등 해당 매체 관할 시정위에 신고를 넣어서 종편 취소 등 강력한 시정조치를 내리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민언련 같은 공정보도를 위한 시민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습니다.


어느 방법이든 쉬운 건 없습니다. 그만큼 시스템을 잘 짜놔서 여러분 모두에게서 돈을 쥐어 짜내는 상황이니까요.




권력과 회사는 계속 지능적으로 진화합니다. 외부에 내놓는 말이야 어쨌든 내부적으로는 실패의 역사를 충실히 학습하여 이전에 자신들의 권력을 내놓을 뻔 했던 위험한 사건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이중 삼중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합니다. 때로는 그것이 효과를 발휘하여 시민들을 효과적으로 억압하기도 하지만, 결국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나 다시 폭발하게 됩니다. 지난 10년간 시민들의 여론을 효과적으로 호도해오고 영향력을 휘둘렀던 뉴스 포털도 슬슬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점점 조여드는 포위망 앞에서 끊임없이 발버둥을 치겠지만, 결국 변혁은 올 것입니다. 그런데, 불매운동을 벌이고 포털 시스템이 박살나면 전부 끝날까요? 곰곰히 따져보면, 지난 70년간, 아니, 일제시대까지 포함해서 100년간 한국 땅의 언론은 특정 세력을 대변하여 국민 여론을 왜곡, 유도해왔습니다. 만약 포털 시스템이 붕괴되더라도 그들은 분명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서 연명하고자 할 겁니다. 이런 썩은 고인물과 같은 환부를 도려낼 수 있는 건 지속적인 견제와 감시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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