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디어에 대한 평가
2018.03.19 01:45
MBC : 역시 관록과 미디어 카르텔 최상위에 속하는 인재풀이 엄청나네요. 지난 10년간 오직 권력유지를 위해 억압하고 조작하는 방송만을 내보내다가 한번 해금되니 그야말로 국내 미디어 최대 화력을 뿜뿜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미 더러워졌다고 포기하기엔 너무 큰 스테이크 였습니다. 국내에선 거의 두번째로 정상화가 완료된 방송임이 점점 확실해지는 듯 합니다.
KBS : 좀 많이 멀었고, 특히 신임 사장이 아직 국회 비준을 받지 못해서 추진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구 권력의 주구로 활동해온 박기자들이 아직도 설치고 있는 거죠. 하지만 MBC 의 사례를 보면 새 사장 취임 이후 1~2달만에 빠르게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SBS : 묘하게 지킬과 하이드 같이 여전히 적폐가 남아있는 곳입니다.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자잘한(?)편이기 때문에, 적어도 KBS 정상화 + 6월 지선을 기점으로 확실히 정상화되었는지 판단할 수 있을 듯 합니다.
JTBC : 그동안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작동해온 언론입니다만, 인재풀이 부족한 점이 아직도 부각되는 듯 합니다. 지금까진 사실상 손석희무쌍으로 혼자서 날뛰어왔고 그나마 태블릿 보도 이후로 명성이 높아지면서 꽤나 양적 질적 향상을 했습니다만, 만약의 일로 손사장이 하차한다면 과연 현재의 위상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 아직도 우려되는 곳이죠. 아울러, 종편 취지에 맞는 방송사가 JTBC 하나만 유일하다는 점 때문에, 종편 제도 자체의 존폐여부도 거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적어도 공중파 급으로 끌어올림으로서 밑바닥 수준의 종편 이미지를 벗어나고, 이를 통해 좋은 인재들을 끌어모아야만 미래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김어준 : 요즘 김어준에 대한 촌평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제 의견은 난세의 공돌이 입니다.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계기는 2000년대 초 딴지 일보였죠. 그 당시까지만 해도 인터넷 세계는 고급인력들 위주라 말도 곱고 전체적인 글 문화도 긍정적이었습니다. 그 때, DC 와 아햏햏, 그리고 걸쭉한 욕설로 침투해왔던 '일반인' 들의 문화는 저에겐 매우 이질적이었고 지금도 거부감이 많습니다. 그리고 악명높은 코갤역갤-일베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딴지일보도 지금까지 쌓여온 추문이 상당히 많아서, 김어준 개인의 역량 자체는 한계가 분명하고 남에게 존경받고 남을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아마 정치인으로 나온다면 결코 실패할 사람일 겁니다.
그 이후로 김어준을 접한 건 나꼼수 방송시절 때 였습니다. 마치 볼드모트에 시달리는 머글들처럼 IT 업계의 미래가 안 보이고 새마을운동의 암흑이 우울하게 다가온 시대에, 미네르바처럼 과격하게 미래를 예언하고 쫄지 말라고 떠들던 사람들은 무모해 보였죠. 결국, 나꼼수는 과도한 예언 남발과 컨텐츠 부족으로 사람들의 신뢰감을 받지 못하고 박근혜 황제의 등극과 함께 처참하게 갈려 나갔습니다만, 시사 방송으로서의 가능성은 분명히 보였기에 앞으로도 계속 팟캐스트 방송을 할 것이라고 생각 했었습니다.
그 이후로 또 몇년을 훌쩍 지나서, 다시 김어준을 보게된 건 태블릿 보도가 터지고 난 직후입니다. 절망적인 시대에 미래를 거의 포기하고 이민의 유혹을 느끼던 찰나에, 한국에 내려온 마지막 동앗줄인 태블릿 보도를 통해 극적으로 다시 시사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당시 상황에서 제대로 언론역할을 하는 곳이 JTBC 뉴스룸 말곤 공식적으론 없다는 걸 금방 깨달았죠. 그 때, 게시판에 회자되던 팟캐스트 방송을 찾아서 본 것이 파파이스 입니다. 파파이스는 이전에 그가 진행했던 어느 방송보다 훨씬 재밌었습니다. 과거에는 고정멤버들이 미확인 소스를 가져다 예언서를 뿌리는 방식이었는데, 파파이스는 진행을 거진 외부 초청 전문가들이 하고, 거기에 김어준이 자신의 색을 입힌 정치적 멘트를 살짝 덧붙였죠. 지난 9년간 준비해온 대명박/대근혜 컨텐츠도 충실하여 방송 독자적인 볼거리도 많고 말이죠. 지금은 파파이스가 끝나버렸지만, 똑같은 방식을 차용한 뉴스공장은 매일 즐겨듣고 있습니다.
김어준의 가장 큰 특징은 보편 타당하고 합리적인 일반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해석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정상적으로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고 거짓정보에 대한 검증 프로세스를 거칠 수 있는 국내 대학생 수준의 사고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는 고등학교까진 이 과정을 안 배우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배웁니다.) 특히, 워낙 소송을 많이 당하다 보니 논리와 비판적 사고에 강한데, 더 쉽게 비유하자면 대학교 공돌이 입니다. 안희정이나 진중권 같은 사람들의 문과 특유의 두루뭉실한 답변이나 논리 비약이 거의 없죠. 이미 세상에 찌들어서 무조건 종북몰이를 하거나 역사교육도 못받은 일베충은 그를 이해할 능력이 없겠습니다만, 정상적인 공돌이로 대학교육을 거친 제 시선에선 가장 합리적인 생각을 하고 그걸 여과없이 표현해내는 언론인 중 한명이 바로 김어준입니다. 물론 저는 제 생각과 판단이 우리나라를 부강케하고 사회를 건전하게 만든다고 믿고 있고, 따라서 제가 동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언론인에겐 호감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전 이것이 모든 언론인 - 기자, 방송국 직원, 연예인 - 들이 기본으로 갖춰야 할 소양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어준의 시대는 지금이 최전성기 입니다. 지금까지 그에 비견할만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라면 손석희 및 극히 일부 기자들밖에 없습니다만, 이미 시동을 걸고 질주중인 MBC 의 사례를 보면, 적폐에 굴복하던 미디어들이 차례로 정상화 함에 따라 그와 '똑같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논리적, 합리적 추론을 공표하는 언론인들이 다시 많아질 것입니다. 아마 문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 쯤 되면 다시 세상엔 김어준과 같은 말을 하는 방송인들이 득시글 거리고, 그보다 훨씬 머리좋고 날카롭고 재밌게 방송하는 사람들도 나타날 겁니다. 그렇게 되면 김어준은 원 오브 원에서 원 오브 헌드레드가 되겠죠. 애초부터 김어준의 능력의 한계도 뚜렷하고요. 하지만 모든 언론과 기자들이 권력에 굴종하고 돈의 노예가 되어 국가와 사회를 도탄에 빠뜨리는 와중에서도 끝까지 저항한 손석희, 김어준 등의 결코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똘아이(?) 같은 기질로 버텨나갔던 사람들의 모습은, 2016-17년을 살았던 모든 대한민국 성인들의 마음속에 남아있을 겁니다.
코멘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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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들이
03.1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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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LPHY
03.20 00:30
대체로 공감하구요..
김어준은 더 플랜의 내용과 대응이 실망스러웠는데, 제가 평소 생각하는 김어준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아서 그럭저럭.
손석희는 지난 대선때부터 줄곧 실망스럽습니다.
손석희가 MB시절에 아무 것도 한 것도 없는데, 당시 목숨과 미래를 담보로 나꼼수 찍은 멤버들 (김어준, 주진우, 정봉주, 김용민) 얕잡아 보고 숟가락 얹으려는게 보여서 이번에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본문엔 없지만, 이번에 진중권.. 정봉주를 근거 없이 깐다고 각도기 완전 잘못 들이댔다가 털렸잖아요.
그런데 과거 송지선 아나운서가 자살하기 전 인터넷에 올린 글을 하나하나 조리돌림해서 깠더라구요. 진중권 이사람 완전히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싶더군요.
어떤 내용인지는 구글에 송지선 진중권 요렇게 검색해 보시면 나오구요.
이번에 정봉주 복당 만장일치 거부 보면서 이건 또 뭐냐 싶더군요. 흐흐. 정치세계는 참 쉽지 않아요~ -
왕초보
03.20 02:34
jtbc/손석희는 최근 행보를 통해 한계를 명백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비교하긴 뭐하지만 제 생각엔 하순봉씨랑 별 차이 없다고 봅니다. 진중권씨도 요즘 보면 어디다 붙어야 할지 제대로 파악 못하신 수준으로 보입니다.
목숨걸고 딴지 건다는 측면에서 김어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쓰레기들입니다. 저보다야 훨씬 나은 분들이시겠습니다만. 소위 언론이라는 이름을 걸지 않은 조중동한경오야 어디로 튀더라도 똥물이니 피하기만 하면 되는데, 나름 언론이라고 이름 걸고 나왔다면 이름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한테는 이제 jtbc/손석희도 똥물이라 뭐라고 하시건 상관없으신 부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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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도 어드매쯤 이었나요. 처음으로 딴지일보 나왔을 때가 기억 나네요. 엄청 놀랐습니다. 스스로를 “황색언론”으로 자처하며 선데이서울 이외에는 비교하지 말라던 그 어이없는 용기. 그런데 기사 내용들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압권은 “딴지 이너뷰”였죠. 진대제, 박근혜, 유시민, 정동영 같은 빅가이들 앉혀놓고 폐부 깊숙이 찌르는 질문부터 “쓰리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같은 상상하기 힘든 질문까지... (당시에) 말도안되는 엉터리 같은 언론이 그들을 앉혀놓고 그런 인터뷰를 한다는데 정말이지 놀라웠습니다. 후에 무릎팍도사 같은 프로그램이 그 컨셉을 따라한게 아닌가 싶더군요.
나꼼수때는 정말 가슴이 조마조마 했죠. 수위를 한참 넘어선 폭로전.. 결국 정봉주를 감방에 넣는 것으로, 당시에는 김어준은 끝났다 라고 생각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살아 있네요. 정말이지 그는 난사람 이라고 생각 합니다. 아마도 계속 재야에서 야인으로 살아갈 것 같습니다. 황색인듯 아닌듯, 미친사람인듯 아닌듯, 이부와 삼부리그에 걸쳐서 말이죠. 정치? 당연히 안하죠. 지금처럼 계속 짙은 옐로우색을 유지하길 바래 봅니다.
세상을 구하는 건 빠루 하나 가 아니구요?
저번 주 일을 미뤄뒀던 과거의 저를 욕하면서 시작하는 여유로운(?) 월요일 아침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