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글링을 잘 해야 승진하는 회사..
2018.08.01 19:56
한참만에 쓰는 글이네요.
이 내용도 회자된 지 꽤 된 것인데. 들어보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저글링을 잘 해야 승진하는 회사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다들 회사를 성토하고 대표자를 비난하고 그랬었죠.
여러가지 생각을 해 봤습니다. 과연 현재 우리나라 사회구조와 뭐가 다른가 싶어 말이죠.
요즘 애들은 유치원부터 초 중 고 대 사회생활까지 엄청난 경쟁을 합니다.
그리고 그 경쟁이 다 상대구조 입니다. 몇 명을 통과시킬지를 정해놓고 시험을 치르고 시험 점수로 평가하는 것이죠.
사실 이 시험점수로 평가하는 것은 굉장히 무식하고 단순한 방법입니다. 개개인에 대한 평가 오류가 심하게 날 수 있음을 감수하고
전체적인 총합, 집단 총계의 평가 통계에서 우수한 쪽을 뽑았다고 만족하는 구조이지요.
그리고 그 평가는 그냥 무식하게 하나의 잣대를 이용해 버리죠. 예를 들면 수능시험이나 공무원시험 같은 게 그렇습니다.
그리고 경쟁과 조금이라도 높은 점수를 받는 쪽이 보다 좋은 댓가, 학습조건, 노동조건, 사회적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사회가 그렇게 굴러갑니다. 승자는 모든 것을 얻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 경우도 나오죠.
이런 상황에서 상대평가에서 다른 경쟁자를 밟고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정당화가 됩니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평가의 고도화, 평가를 잘 받으려는 고도화가 모두 이뤄집니다.
평가의 고도화 쪽에서는 공부와 학습과 관계가 적어보이는 기묘한 문제를 출제합니다. 변별력이라 하죠.
평가를 잘 받으려는 고도화 쪽에서는 온갖 네트워크와 정보망을 통해 그 기묘한 문제가 무엇일지 슈팅하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이 기묘한 문제의 출제는 변별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죠. 우리사회에서 상당히 왜곡된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변별력이라 함은 학습의 단계를 측정하고 피평가자가 어느 단계에 가 있는가를 구분하여 차기 학습과 발달에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달성할 수 있는 문제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변별력은 일정 점수 이상을 받는 사람을 줄여서 제한된 인원만 선발할 수 있는 구조를 완성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함을 의미합니다. 학습단계 측정 그런거 없습니다.
이해력과 사고력, 그리고 윤리성, 보편성 등의 종합적 변별을 위한 평가과정은 온데간데 없죠.
이런 불합리한 시험을 높게 받은 사람이 우수한 사람이다? 동의할 수 없습니다. 말도 안되는 변별을 위한 시험일 뿐입니다.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이런 불합리를 받아들이고 수용합니다. 그러면서 이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깔보고 경시합니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이 이 불합리를 깨지 못하고 오히려 수긍하고 동의합니다. 자신도 언젠가 합격하여서 저쪽으로 갈거야 하고 말이죠.
그리고 이 시험의 보편성을 지지하고 오히려 견고히 만들고 있지요.
이 말도 안되는 내용을 적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우연찮게 그 문제 자체를 평가하게 된 일이 있었는데, 참으로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키워진 다음 세대에 면목이 없었습니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인공지능으로 특정 재능과 직역에 적합한 사람을 선발하고 지원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은 생각까지 들더군요.
차라리 저글링이 나아 보였습니다...
코멘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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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후^^
08.0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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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리티
08.02 00:29
객관식 시험은 일정 수준의 소양교육과 그 점검을 하기 위한 비용대비 효율적 방법이지 사람의 능력과 자질을 평가하는 방법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 썩고 오래 된 방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쓰고 있는게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에다가 무작정 기묘한 문제를 많이 만들어내기에는 창피한지 시간소모적 문제를 많이 내고 시간을 적게 줘서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구조의 시험이 많다는 것도 참 개탄스럽습니다.
이게 뭘 위한 평가인지 말이죠..
시험을 보는것도 공부의 하나죠.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가를 효과적으로 알게 하는. 근데 시험이 공부를 위한 것이 아닌 점수와 통과만을 위한 형태로 인식되다 보니 시험의 목적이 영 왜곡되어버린 상태. 그리고 그걸 전국적으로 지지하고 있지요.. 답이 없습니다.
그리고 통과한 사람이 우리 사회에서 높은 사람이 되는데, 자신이 통과하여 대접받은 그 시험구조 자체를 부정하기가 싫겠지요. 악순환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바뀔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저같은 그걸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이 뭔가 이야기하면, 지금 구조에서 큰 수입, 이득을 얻는 조직과 회사들이 죽어라고 물어뜯습니다. 자기네 이익이 걸려있으니까요. 이것도 답이 없네요. 그 큰 금력, 권력과 싸울 방법이 없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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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8.01 23:39
조금 무리한 단순화를 하자면 두가지 문제에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1. 평가자가 평가를 하고는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책임을 질 수 없는 사람에게 평가를 시키는 일도 많고요. 책임을 지게되면 평가에 신뢰성이 더해집니다.
2. 평가자가 평가를 할 능력이 없습니다. 능력이 없으면 책임을 질 방법도 없지요.
사람을 어떤 자리에 넣는 (그게 학교가 되건 직장이 되건 별 차이는 없습니다) 것은 그 사람뿐만아니라 그 주위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또 그 자리라는 것도, 해당되는 사람도, 한가지 잣대로 규정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따라서, '평가'라는 잣대를 들이대려고 하는 순간,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미국식 교육과 영국식 교육에 큰 차이가 있는데요, 미국식 교육은 대량생산, 영국식 교육은 개인교습의 성격이 조금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 가보면 큰 강의실에 와글와글 듣는건 똑같습니다 -_-;;) 한사람 한사람 교육에 집중하면, 천재들을 발굴하기에 유리합니다. 모든 것을 잘하는 천재들은 발굴하기 쉽고, 그런 아이들은 미국식 교육에서도 잘 큽니다만, 그런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고, 또 모든 것을 잘하는 천재들은 특정한 한가지만을 잘하는 천재들에 비해 그런 특정분야는 떨어질 수 있습다. 그래서 특정한 한가지만을 잘하는 천재들을 발굴하는게 매우 중요한데요,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운이 좋아야 '괴짜'일 뿐일 이런 아이들을 발굴하고 키워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죠.
회사에서는 더 심각합니다. -_-;;
정치로 가면 나라를 말아먹지요. 정치인/정당들이 한 짓들이 과거에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만 따라다녀도 누구 목소리를 들어야 할지 가 뻔한데, 아직도 콘크리트 라는 사람들이 많은걸 보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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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리티
08.02 00:35
좋고 합당한 문제를 만드는 평가자는 퇴출입니다. 뽑을 수 있는 명수를 갈라낼 수 있는 기묘한 문제를 낸 평가자들이 대우받고 살아남습니다. 좋은 문제는 예측이 쉬워서 슈팅이 쉽거든요.
그 평가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평가자 쪽에 꽉 차있고, 연관되어 이익을 보는 집단, 회사와 한 덩어립니다. 맞는 방향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구조 안에 못 들어갑니다.
답이 없는 말씀을 드리니 죄송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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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8.02 03:42
제가 공부할때도 이런 문제들이 불만이었습니다. 시험문제도 시험보면서 하나하나 더 배워나갈 수 있는 좋은 문제들을 출제하고 정성껏 채점해주시는 선생님들이 있는 반면 (극소수, 그렇지만 제 삶에서 이런 선생님들을 몇분! 만난 것만으로 저는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다수 선생님들은 변별력이나 교육적 측면 둘다 전혀 모르는 분들이셨습니다. 아마 지금도 그 현실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선생님도 직업입니다. 사명과 명예만 먹으며 사는 직업이긴 하지만 직업입니다. 직업인 이상, 다른 직업들과 '처우'를 가지고 경쟁을 하게 되는데, 선생님이란 직업이 우수한 인재 그룹을 끌어들이기 힘든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보입니다.
1. 일단 처우가 안 좋습니다. 이 처우에는 사회적 인정 같은 것도 포함되는데, 지금까지 사회에 보여진 선생님 그룹의 반사회적인 측면때문에도 좋은 인재가 선생님이 되는 것을 꺼리는 한 원인이 될 겁니다. 대다수 나쁜 선생님들에게 인생에 길이 남을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나는 저런 인간이 안되어야지 하는 측면도 매우 클 겁니다. 여기에는 일선에 계신 선생님들 뿐만 아니고, 장학사 등등 그 상위 기관의 폭정/부패/무관심 등도 일조했거나 더 큰 원인을 제공했다고 봅니다.
2. 선생님이란 자리가 그리 도전적인 목표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건 사실 일부 대학교수직을 제외하고는 공통적인 문제인데요, 이 문제가 '창의적'인 인재가 선생님이 되는 것을 꺼리게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생님 이외의 다른 도전적인 목표를 제공하는 다른 직업을 함께 가져야 하고, 그것을 학내의 시각으로 보면, 학외의 전문인력을 선생님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물론 저도 몇분 겪었지만, 평생 존경할만한 선생님들도 없지는 않습니다. 제자 일이라면 자기 목숨이라도 선뜻 내놓을 분들도 계십니다. 1988년에 불어닥친 전교조 운동 이 그 한 예라고 하겠습니다.
연관되어 이익을 보는 집단 까지 가면, 정말 모든 것을 AI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만 듭니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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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리티
08.02 00:49
한가지 사례를 더 말씀드리면, 작년부터 한국사가 수능시험에 갑자기 필수로 등장하고 대학입학에도 적용하라고 강제하였죠.
그 때 학생들이 한국사를 너무 모른다. 알기 위해서는 수능 시험에 필수과목으로 포함하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심하더군요.
한국사가 필요하면 차라리 한국사능력검정 등급으로 정했다면 학생들이 알아서 공부하고 등급 따서 별 문제없이 목적을 달성했을 겁니다.
작년 수능에서 몇몇에게 들은 내용이 있습니다.
교육과정평가원에서 몇 번의 한국사 모의시험을 낮고 평이한 난이도로 실시했습니다. 절대평가 과목이기도 하였고. 수험생들이 부담이 없었죠.
대학들은 그 기준으로 한국사 최소 기준 등급을 설정, 공고했습니다. 과락기준이었죠. 등급 이하면 무조건 불합격으로.
그 담에 실제 수능에서는 한국사 난이도를 확 난이도를 높여 출제했습니다. 결과는 뭐 뻔하죠
한국사 최저를 못 맞춰 국영수탐 점수 잘 맞고도 탈락한 사람이 부지기수로 나왔습니다. 여기저기 곡소리 났습니다. 특히 이과에서 말이죠.
실제 수능에서 한국사 난이도를 확 높인 이유를 알지는 못합니다만, 그 다음 한국사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한국사 관련 강사 수요도 확 늘 것은 당연하죠.
출제위원이 한국사 난이도를 실제 수능에서 확 높인 목적이 무엇이었을까요? 익히 짐작이 갔습니다. 수험생들만 크게 피해를 봤죠.. 이게 뭔지..
우리나라 교육에는 교육은 없고 시장과 탐욕만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 제공자나 수요자나 마찬가지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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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8.02 03:45
이 사건이 수십만 수험생을 울렸다면, 국정농단 수준의 범죄인데 아무도 책임지는 분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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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08.02 02:45
올리신 글들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 하게 됩니다.
결국 피해자는 생기는데,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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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산왕
08.02 09:29
멋진 생각이십니다. 피델리티 님 덕에 조금이나마 교육이 나아질거라는 희망도 가져 봅니다.
왕초보님 말씀처럼 평가자를 평가할 사람도 필요하고요. -
맑은하늘
08.03 10:32
제목을 보고 얼마전 ss회사에서 회의하다가 bb탄 쐈다는 이야기 들었네요. 가해자는 처벌이 없다는...ㅜ.ㅜ
신기한 대한민국입니다
과거에 제가 위 문제에 나름 흥미를 가지고,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어 보고 했습니다. 진지하게 연구를 한건 아니지만, 제가 느낀 바는 이렇습니다. 참고로 나이가 젊은 사람이나 늙은 사람이나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1. 일단, 의외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통계를 내본건 아니라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어쩌면 대부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객관식 시험 잘보는거 = 어마어마한 능력" 으로 진심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교육계에 있는 사람조차 그런사람이 있더군요.
따라서 피델리티님과 같은 문제의식을 애당초 가질수가 없습니다. "객관식 시험 잘보면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니 그 능력에 따라 자연스럽게 잘먹고 잘살게 되는것. 그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네." 이렇게 사고 합니다.
게다가 "객관식 시험 준비를 하면 그 와중에 자동으로 공부를 할수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공부=고통"이라는 고정관념이 아얘 머리속에 박혀있는것을 의미합니다. 시험이 있어야 공부를 할수 있다. 그래서 시험은 의미있는것 이런 사고 방식이죠.
2. 종합적인 절대평가, 이를 테면 심층면접이라던지, 논술, 실기평가, 여러가지 다차원적인 방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평가자를 못믿는다"는 것입니다. 즉,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우리사회의 기본적인 신뢰성 문제 때문인것 같습니다. 애당초 서로가 서로를 못믿으니, 교사든 교수든 평가자 자체를 못믿습니다. 따라서 컴이 채점하는 객관식 한방을 제일 선호하지요.
따라서 제가 느낀 결론은 아마 계속 앞으로 최소한 수십년 동안은 큰틀에서 변화는 없을것 같습니다. 유일한 변화 가능성은 지금처럼 애매모호하게 겉으로는 고상하게 공부, 속으로는 돈돈 이러지말고, 아얘 미국식으로 화끈하게 금권주의로 가버리면, 좌우지간 돈만 벌면 되니 공부에 대한 관심이 덜해지고 그럼 공정하든 말든 관심없다 여차저차 해서 해결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