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 필요한 걸까요.
2019.04.04 05:47
우리나라 자전거 하면 떠오르는 삼천리 자전거.. 아마 국내 생산은 접은지 제법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2018년 국내 가전에서 LG가 ㅅㅅ을 제치고 1등을 먹었다는데. ㅅㅅ TV는 이젠 해외 생산이라고 합니다. 국내에서 제대로 구입해도.. 수입판매원: ㅅㅅ전자 라고 씌어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전화기도 마찬가지.
반도체 조차도 해외 생산/조립이 (생산과 조립이 다릅니다!) 흔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어떤 특정 기업이 우리나라 수출에 기여한다는게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특히 GNP를 얘기할때는 그런게 잡힐 수도 있지만, 실제 생활에 영향을 주는 GDP를 얘기할땐 전혀 잡히지 않죠. 즉 ㅅㅅ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얘기가 (원래도 비현실적이었지만) 점점 더 비현실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주요한 기술 얘기가 나올때마다 나오는게 "국산화", "국산화율" 얘기입니다. 이건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기술을 우리가 갖고있으면 맘대로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이게 아무때나 나오는게 맞는 얘기인지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면.. 반도체 (제가 이쪽 일을 하고 있어서 조금 까칠합니다 ^^) 기술 얘기가 나올때마다 시스템 반도체 쪽은 너무 뒤쳐져 있기때문에 CPU 코어를 국산화 해야 한다.. 흠 이바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분이 하시는 얘기인지는 금방 알겠는데, 그런 전혀 모르는 분(들)이 또 목소리 내는 곳에 감투는 다 쓰고 계시기도 하거든요.
꼭 이런 얘기 나오면 학계나 업계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도 덧붙이는데요.. 학계는 이해가 쪼끔 가는데 업계 얘기는 왜 나오는지. 기술 개발하는 중소기업 지원보다는 어차피 지원 필요없는 초거대기업에만 몰아줄 거면서 말이죠.
국내 개발된 자주포나 전차 얘기에서도 빠지지 않는 파워팩의 국산화 문제.. 꼭 국산화 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라도 있나요 ? 비행기는 어느나라건 다른 나라에서 제트 엔진 사오는거 전혀 거리낌 없는 눈치던데 말입니다. 한두 회사나 한두 나라가 언제라도 적대행위를 할 수 있는 절대절명의 위기라면 또 다른 얘기이기는 하겠습니다만. 하긴 외교는 완전 전병 (사실 정부가 가사상태였던 지난 두 정권에서는 당연한 결과였겠습니다만)인 상황에서는 매우 중요했다가 지금 제대로 기능하는 정부가 들어오니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자유도가 생긴 것일지도.
코멘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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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준용군
04.04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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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4.04 07:38
바로 그 원천 기술 확보에 대한 의문입니다. 무한 경쟁시대에 원천 기술을 내가 꼭 다 가지고 있어야 하느냐는 매우 의문이거든요. 록히드 마틴이나 보잉, 에어버스 어느곳도 제트엔진 기술을 갖고있지는 않습니다. 미코얀이나 수호이도 아마 안 갖고 있는듯 하고요. (관련 기술들은 많이 갖고있기는 하죠. 그렇지만 어느 곳도 자체적으로 엔진을 생산하지 않습니다. 그래봤자 전혀 경쟁력이 없거든요)
그 원천기술이 없으면 경쟁력이 극도로 약해지는 경우는 예외로 하겠습니다만 요즘 그런 경우가 극히 드물기도 하고요, 보통은 라이센싱으로 대략 해결이 되거든요. 비싸다..
오히려 모든 원천기술을 내가 갖고있어야 돼 라고 하는 순간,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로만 만들어야 돼 라는 따름정리가 만들어지고 그럼 제품이나 산업 전체가 2류화되는 부작용을 겪게 되죠. 또 원천기술을 내가 소유한다고 할때 그 원천기술이란 것의 정의 또한 돈 받아쳐드실 분들의 입맛대로 결정되어버리기때문에 더 큰 문제를 낳습니다.
예를 들면 CPU 코어 기술을 내가 가지겠다 라고 생각하자구요. 실제로 중요한건 시스템 IC 시장에서 강점을 확보하는 것이지 CPU 코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IP를 라이센싱하는데 큰 돈을 들이고 있다 라고 생각하고, 그럼 IP중에 제일 비싼게 뭐냐.. ARM이다. 그럼 ARM을 우리가 개발하자.. 라는 단세포적 발상을 하게 되어서 저런 얘기가 쉽게 나오는데요.. CPU 코어 기술은 단순한 Instruction set만은 절대 아닙니다. 차라리 저런 원천 기술을 보유하기 위해 수학과에 장학금을 앞으로 100년동안 때려박겠다 라고 한다면 오히려 가능성이 크겠습니다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왜 애플이 ARM을 쓸까요. (살짝 바꿔서 쓰긴 합니다만 말이죠) 한동안 꿀빨던(?!) 386 (할재 인증 -_-;;) 개발 국책 프로젝도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반면교사 거리. 비슷한 예가 운영체제 개발. -_-;; 휴*스, 타*젠 등등 삽질은 찾기 쉽죠.
우리나라 산업의 대일의존도가 심각하니 일본이 가진 기술은 다 우리가 개발하자 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일본이 우리나라와의 무역을 장기간 끊는다는 극한의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이겠지요. 까잇거 하면 좋겠지만 그런 극한의 시나리오대로 진행이 된다면 일본 경제의 타격또한 엄청납니다. (마치 중국의 불경기때문에 우리나라 수출이 영향을 받는 거랑 비슷합니다. 우리나라는 거의 유일한 대중국 무역흑자국이니까) 오히려 그런 상황이 되면 경제는 가장 큰 걱정거리가 아니기 쉽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시스템 IC라는 것을 뭐라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눈뜬 사람들이 제법 있다고 알고 있는데 눈뜬 분들 목소리는 아무도 안 듣는듯 하네요. 갑갑합니다. (사실 이 문제도 원흉은 ㅅㅅ입니다만. 그 부분은 천천히 얘기하죠)
희대의 방산비리들은 또 조금 다른 얘기이긴 합니다. 정말 양쪽 얘기 제대로 들어보기 전엔 함부로 입 열면 안되는듯. 반도체는 어느 정도는 맘대로 얘기할 수 있습니다만.
디자이너와 공돌이.. 어느 정도는 따로 살아야 합리적인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상반된 예들이 많이 있어서요. 처우만 제대로 해준다면야 디자이너를 갈아넣은들 공돌이를 갈아넣은들 뭐가 문제겠습니까. 세상을 바꿀 물건을 만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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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마다 케바케죠.
소프트웨어 위주 사업이라면 국제간의 협업이 더 이득이 될 수 있지만
하드웨어 및 현장 노하우 위주라면 사업장에 아무도 들이지 않는게 당연히 더 유리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동네 음식점 경쟁도 치열하죠.
그 외에도 하청이라든지 국방사업같이 특수성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결론은 케바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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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4.04 08:32
진리의 케바케 맞습니다. 그런데 아무데나 핵심기술 국산화를 들고나오니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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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국산화 워딩 박는 기자 사설이 아니라 경영 책임자가 한 말이라면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갈 돈 계산까지 끝난 후 핑계를 붙인 거겠죠.
국산화라는 건 자국인 모두가 아니라 혼자만의 주머니에만 전부 슈킹해도 국산화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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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
04.04 09:34
솔직히 "국산화"라는 개념도 요즘은 좀 모호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어릴땐 '국산화'라는 말이 좋아 보였는데, 요즘은 그냥 폐쇄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원천기술 부터 최종 제품까지,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가 국산이어야 국산화이냐의 문제도 있고....
국산의 의미가 우리 국민이 원천기술을 가져야 한다는 건지, 특허권이 우리나라에 소속된 기관/단체/개인에게 있어야 한다는 건지,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건지.....잘 모르겠습니다. 요즘 같은 세월에 국산이 어디있냐 싶기도 하고...
예를 들어, 제가 다니는 국내 회사가 DBHitek 같은 Foundry 공정을 기반으로 Chip을 설계해서 Wafer 생산, 중국에서 조립해 오면, 어떤 회사에는 중국산으로 분류되고 어떤 회사에서는 국산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만약 제가 다니는 국내회사가 대만이든 일본이든 어디가서 기술협력을 통해 회로를 개발해서, 특허는 국내회사가 가지고, 대만 Foundry에서 생산하고, 중국 Assy에서 조립해서, 국내 회사에서 판매하면....이건 국산화 아니겠죠?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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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시대에는 잘 맞아 떨어졌고 지금도 환상이 남아있죠.
과거에는 산업구조가 단순했고 1~2단계 이상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국산화의 정의도 단순했지만
지금은 4차 5차 하청 구조에 세계화, 지적재산권 등 기업이란 게 단 혼자만의 소유물이 아니게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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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4.04 15:30
맞는 말씀입니다. 마지막 줄까지.. ^^
거기다 "국산화율"까지 들어오게 되면 이건 완전 군사독재시절 실적맞추기 놀이에 들어가게 되는듯합니다. 무게, 부피, 가격, 원가, 뭐 나름 핑계를 붙일 수 있는 단위들이 있긴 하지만.. 보통은 그저 숫자 늘리는데 급급하죠. 아무 의미도 없는데.
인텔이 말레이지아 회사가 되는 것도 그런 이유이고요.
개인적으로 어떤 회사의 국적의 기준을, 그 회사의 이익이 어느 나라의 국민에게 돌아가느냐로 보는데요, ㅅㅅ은 우리나라 회사는 아닙니다. 근로자들의 안전은 도외시해서 산재로 마구 죽어나가는데 (반도체와 휴대폰 쪽에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했고 지금도 발생할 겁니다. 썩어빠진 검/경/법은 ㅅㅅ 감싸기만 하느라고 국민은 개돼지로 여기기도 하고요) 사방에 돈 먹여서 감출 생각만 하고, 그렇게 발생한 이익이 특정 개인 집안과 특정 매국 정치꾼들에게 돌아가니까요. 반국가적 기업이라고 하는게 가장 잘 맞겠네요. 미쿡에서도 세금 안내기로 악명높은 애플이나 구글 마소 같은 회사들은 미쿡 회사가 아니라고 할 수 있죠. 주소가 미쿡이라고 미쿡 회사가 아니듯 주소가 우리나라라고 우리나라 회사도 아닌 겁니다. GM이 단물만 빨아먹고 도망가는데 GM을 우리나라 회사라고 생각할 사람 없듯이 말입니다.
이 동네 (실리콘밸리) 수퍼마켓들은 매우 다양한데요.. 겉으로 봐서는 구분할 수 없는 여름용 챙모자를 중국마켓에서는 30불에.. 한국마켓에서는 3불에(!) 판매합니다. 중국마켓에서 파는 모자는 국산 (Made in Korea)인데.. 일본산 재료를 쓴 고급제품 이라고 씌어있고, 한국마켓에서 파는 모자는 중국산 (Made in China)인데, 한국산 재료를 쓴 고급제품 이라고 씌어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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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날다
04.04 22:29
국산화.... 필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국산화할 필요 없고, 해서도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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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다면 우리나라가 전세계를 정복해서 국산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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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4.05 01:13
이거 제일 바람직합니다! 언어도 통일해서 효율성을 제고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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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윈도우 프로그램 국산화 하겠다던...사기(?) 아닌 사기극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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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4.09 03:15
티** 사기사건 이죠 ? 아직도 그 사기는 진행중인 듯 합니다. 언제나 정권이 사리사욕에만 물들면 (이라고 쓰고 자*당 계열이 정권을 잡으면 이라고 이해) 고개를 들고, 제정신을 차리면 복지부동 하죠. 진보라고 다 눈뜨고 있는건 아닙니다만.
디자이너가 창의적으로 컨셉을 발표 하고 공돌이에게 그건 니가 알아서 해야지 라는 말과 상반되긴 합니다만 생산 코스트가 제일 문제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