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제가 사는 동네에는 도깨비 시장이라는 전통 시장이 있습니다. 코스트코나 이마트를 싫어하는 아내를 위해서 자주 가는 곳입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채소나 고기를 싸게 팔거든요. 물론 안친절합니다. 매우 불친절한 사람도 있고 안좋은 물건을 비싸게 파는 상인도 물론 있습니다. 가장 안좋은 점은 주변에 주차할 만한 공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주차하는데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보통은 근처 공용 주차장에서 세우는데, 원래 주차를 할 사람이 연락을 하면 바로 가서 차를 빼줘야 합니다. 그게 맞는 것이더라구요. ^^

 암튼 추석 전에 차를 대고 고기를 사고 있는데, 누군가 바로 연락을 했습니다. 저는 전화에서 바로 차를 빼준다고 했는데 상대방이 차를 긁었다며 바로 와주라고 요청을 하더군요. 아니, 차를 얼마나 긁었길래 시장옆 어두운 골목에서 전화를 하는 거지 하면서 달려갔습니다. 가보니 차 옆을 살짝 긁었더라구요. 물어보니 도로가 좁아서 지나가다가 자기 백미러로 긁었는데, 정말 살짝 긁혔더군요. 저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 정도면 괜찮으니까 그냥 가라고 했습니다. 네, 제 차가 좀 오래되서 DPF도 정부 지원으로 달 정도이고 해서 그 정도는 그냥 페인트붓으로 칠해도 되겠더군요. 새 차면 몰라도 낡은 중고차를 갖고 다른 사람들 괴롭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시장이잖아요. 어두운 골목이었고 저도 좁아서 좀 간당간당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방도 나쁜 사람이 아니었고 이 시간에 모른척하지 않고 갔으니, 좋게 좋게 해결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모든 거를 정확하게 처리하자고 했다 보면, 이제 40 넘다 보니 원칙에 어긋나기 않는다면 "둥글게 둥글게"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작은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전에 제가 양심적으로 행동했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물론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고 적어도 제게 연락한 분에게 성실하게 원칙을 지킨 사람은 일정 범위 내에서 그거에 따른 보상을 받아야 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추석이잖아요. 이제 출근 준비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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