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보셨나요?
2021.09.06 21:58
이제 큰애가 고3입니다. DP를 보면서 걱정이 안된다고 하면 거짓말일 겁니다. 저는 군대에서 장교로 복무했고 주로 병사들의 가혹행위를 막으려고 노력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부대내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모두 막았고 그런 일이 있었을때 모두 영창을 보냈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어요. 저같은 의무 복무 장교들의 경우 "군인"이 직업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인턴"에 불과했고, 그들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었습니다. 장교/부사관/준사관의 경우 "군인"이 직업이고 이게 생계이기 때문에 부당한 명령에 항거하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사실 부당 행위에 적극 가담하지나 않는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상급부대 있으면 문제가 생기는 하급 부대에 가서 소위 말하는 5부 합동 조사를 해서 탈탈 터는데 육사 출신이나 줄이 있는 장교들 아니면 이런 경우 진급은 물건너간다고 보면 됩니다. 군인은 직급 정년제라는 것이 있어서 일정 직급까지 진급을 못하면 그만 둬야 하는 것이고, 급여나 복지 모든 것들이 계급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모든 간부들은 진급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습니다. 네, 그들도 직장인입니다. 줄이 있으면 부대에서 몇 명이 탈영을 하고 본인이 개판을 쳐놔도 잘 빠져나가서 잘 삽니다. 저도 저러한 부조리를 보면서 군생활을 했으니 말이죠.
DP에서 나온 말중에 가장 뜨끔한 것은 바로 "방관자"였습니다. 물론 부대내에서 황장수처럼 개판을 치는 것들은 잘 기다렸다가 영창을 보내거나 다른 부대로 전출을 보내 버립니다. 사실 간부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굳이 휘하 병력의 앞길을 막는 짓은 피하려고 합니다.(네, 압니다. 비겁하죠.) 저는 전방에서 보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서 영창 보내본 적은 없고, 영창 갔다가 전출 온 병장을 본적은 있습니다. 그냥 평범한 아저씨인데, 왜 객기를 부리다가 자기 인생 망쳤는지 모르겠더군요. 저도 그때 방관하지 않고 개입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방관자" 아니였냐고 물으면 솔직히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렵더군요.
간만에 사람을 몹시 불편하게 만드는 드라마였습니다. 정해인이 저 얼굴에 35밖에 안되었다는 것이 좀 놀랍기는 했지만 말이죠. 넷플릭스의 경우 전 세계에 송출되기 때문에 국방부에서 이 드라마를 몹시나 불편해 한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거기 이런 글이 나오죠. 군대 수통은 아직도 1953년이라고 말이죠. 제가 군생활 했던 2000년도 초반에도 1953년 수통을 쓰고는 했는데, 거의 2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20년된 수통을 쓴다니 현타가 오더군요.
군대 좋아졌다, 요즘 군대가 군대냐 라고 말하는 40대 아재(저는 40대 중반) 댓글을 보고 제가 어찌나 화가 나던지요. 세상은 벌써 20년이 바뀌었는데, 군대는 아직도 그대로이고 30년 전에도 군대 가혹행위로 내무반에서 수류탄 까고 기관총으로 난사했고, 20년 전 제가 막 전역하고 얼마 안있어서도 기관총 난사가 있었죠. 부조리한 세상이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도 군대도 안가고 지 자식도 군대 안보낼 "개새끼"들이 전쟁 하자고 덤비는 이런 한국이 답답하네요.
코멘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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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준용군
09.06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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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들이
09.07 09:57
내 안의 비겁함이 커지고 있는 것인지 어느 순간 보고 불편한 내용은 피하게 되더라구요.
그저 따뜻한 지브리 만화가 제일 재미있고 즐거운 사람이 되어버렸네요.
아침 방송으로 DP 관련 내용을 조금 듣기는 했는데 불편하다는 이야기에 아 이건 내가 볼 드라마는 아니네 싶었습니다.
해색주님 글을 보며 내가 후임병들을 덜 괴롭혔다는 건 그저 방관자였다는 이야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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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조국
09.08 03:50
학군으로 다녀오셨죠 ? (다들 잘 아시겠지만 학군장교와 학사장교는 많이 다릅니다. 학사장교로 의무복무만 하려는 사람들은 또 좀 다릅니다) 말씀하신 대로 학군은 어디서나 "전역날짜 세고 있는 장교" 취급을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사고치는 중위들 보면 학군이 많아보이기는 하는데 (제 짧은 군대 경험이라 실제와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실은 학군이 숫자가 다른 과정 장교보다 훨씬 많다는 것은 언제나 감안하기는 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대위 다는 사람들은 장기하는 사람들이라 아무도 인턴이라고 보지는 않은듯 합니다. 소령진급 포기한 나이든 대위 (지금 저보다 훠얼씬 어린 -_-;;) 들도 제가 본 분들은 다들 열심히 군대생활 하고 계셨고요. 육사나 학사나 학군이나 3사나 과정 상관없이 어디나 폭탄은 있고요.. 학군도 잘하는 중위들은 정말 잘하더군요. (극에서 극을 본듯 합니다) 대위 이상은 정말 명예만 먹고 사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살고 있었는데 사고치는 별들 보면 울화통 터지고, 간혹이라고 할 수 없이 터지는 각종 사건사고들은 이걸 당하는 젊디 젊은 아이들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넷플릭스는 보지만 DP는 보지 않았습니다. 미쿡 넷플릭스에 나오는지도 모르겠고요.. 차마 볼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리뷰 글들은 많이 보았는데.. 현실의 순화버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더군요. 지금이라도 이런 내용이 방송을 탈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가져야겠습니다. 강철부대 같은, 애들 고생만 시키는 군대 광고용 프로는 이제 그만 만들기를 바랍니다.
그나마 이제는 휴대폰을 쓸 수있으니 조금씩 개선되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육사출신의 줄이란 것도, 지금은 육사 역차별 얘기도 제법 나옵니다. 결국은 좋은 자원은 진급하고 그렇지 않은 자원은 그 능력에 맞추어서 잘 쓰는게 맞을텐데 진급심사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진급할 수 있는 자리에 맞는 사람은 조금 능력이 모자라도 진급하고, 맞는 자리가 없는 사람은 능력이 출중해도 2차 3차에도 진급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 이상과는 거리가 좀 있는 듯 합니다. 거기도 스트레스 어마어마 한 듯 하더군요.
현대전은 육군도 경기갑 또는 기갑 위주로 간다고 보면, 사단수만 줄이는 지금 육군 개편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하는 듯도 합니다. 전문가들이 하시는 일이겠지만, 만에 하나 전문가가 하는게 아니고 정치가 들이 하는 일이라면 큰 일이겠죠. 그렇다고 육군에 맡겨두면 자기네 감투만 늘리려고 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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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감 때문에 안 보고 있습니다. 군대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들, 정말 다녀온건지 묻고 싶어집니다. 전방은 전방대로, 후방은 후방대로,병과는 병과대로. 각양각색의 군대 생활. 제 아들녀석은 정말이지 안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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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9.10 09:14
대부분의 소시민들의 이야기인 군대이야기..
그리고 지금 군대가있는 아이가 있는 처지에서...DP 드라마가 옛날 전방에서의 트라우마와
지금 휴대폰이 있다고 하지만...24시간 갇혀지내는.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인권 사각지대인 군대에서의 모습이 차마
드라마를 볼 마음의 여유가 없는듯합니다.
군대. 어려운 주제이고...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6.25때 수통 등등...
어려운 현실이 조금이나마...나아지고
극단적인 상황들은 .하나도 없을정도로
최소한의 생명을 버리는 이들은 한명도 없어지기를. 그런 최소한의 시스템이. 직장인이라는 밥줄이라는 것 이전에 최소한의 모습은 .완벽하게 개선되기를 바래봅니다. -
제가 육군으로 86년 7월에 입대해서 만기전역했습니다.
논산 4주, 병참 주특기로 후반기 교육받고 자대에서는 2,4종계 했습니다.ㅎ
당시는 꿀보직이었어요.
그 당시에도 창고에 모포니 수통이니 미군들이 쓰던 제품들이 많았었어요.
우리끼리 2차대전 때 쓰던 수통이라고 놀랐고,
품질은 정말 좋네, 이러면서 농담하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국산 프라스틱 수통보단 훨씬 견고하고 좋아보였어요.
그런데 아직도 남아있다니 ~~ㅠㅠ
제 큰 아들이 작년에 전역을 했습니다. 6사단 전투지원중대 박격포 주특기
특이하게 6개월 단위로 동기를 끊더라구요...
지 사촌 형과 동반입대해서 훈련소 - 자대배치 - 같은 내무반 - 전역..
걱정 진짜 많이 했는데 구타는 없었더군요.
다행히 서로 의지해서 별 탈 없이 무사히 전역을 했습니다.
코로나로 휴가도 못 쓰고 전역을 일찍 하는 걸로!
내년엔 둘째도 현역 입대를 하게 되는데 사실 걱정이 되긴 합니다.
워낙 보이지 않는 사고도 많은 곳이 군대라서...ㅠㅠ -
내무반 구타 가혹행위 보는데... 진짜 몇십년전... 30년도 넘은 이제는 제 기억에서 사라진줄 알았던 그 거지같은 기억들이 되살아났습니다. 보는순간 진짜 피가 꺼꾸로슷는듯한 느낌과... 그러면서도 와~!! 이런게 어떻게 방송을???
복무중 어느해인가 당해년도 국군 사고사례전파 1호 가 저희사단 에서 나왔습니다.(점호중 야삽으로 구타와 이로인한 2차충격으로 사망) 사단은 발칵뒤집어지고 간부들은 쉼없이 군기순찰돌고... 그러거니말거나 사병들은 하루걸러 세면장에 집합당해 줄빳다 맞고... 하루는 때리다 걸려서 집합시킨 고참은 군기교육대 가고... 그 뒤로도 집합과 줄빳다는 계속 되었습니다...
진짜 군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안다치고 나오면 잘하는겁니다.
장교로 근무하셨으니 학사장교와 사관학교 출신 의 차이도 아실것이고 그안의 엄청난 카르텔도 아실겁니다
장교와 부사관의 관계도 이해 하실것이고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 버린 주변사람들중에 자기는 전부 군생활 잘했다고 합니다
아무도 가혹행위 했다 하지 않으며 괴롭히지도 때리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철저한 3자의 눈으로 보고 부정하지 않으면 현실을 직시하게 되겠죠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만 보고 들으려 합니다
저는 드라마 예고편이나 짧은 씬들만 봤습니다
본편은 보지 않았습니다 (저는 넷플릭스를 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