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 사상과 존대말이 없는 문화
2010.05.01 23:46
요즘 들어 이곳에서 한국 분들을 만나는 일들이 제법 생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예과여서, 예과부터 공부하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본과(석사)과정에 준함)에 올라오니, 한국 분들이 상당히 많더군요.
모르는 사람들끼리는 하는 존대는 그렇다 치고 한국 사람끼리는 나이가 한 살만 차이나도 존대하는데,
한국에서 지낼 때는 너무 당연스러웠던 문화가, 요즘 참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일단, 제가 한국에서 4년 다 공부하고, 군방의 의무도 마치고 온지라
이곳에서 1학년 부터 시작할 때, 다른 신입생들의 경우 저와 나이 차이가 기본 8살에서 많으면 10살까지도 납니다.
그들과 얘기를 할 때, 비록 19살 또는 20살다운 생각들을 하고 있다고는 느껴지지만,
존대말이라는게 따로 없어서 인지, 인간적으로 아랫사람이다 또는 동생이다. 라는 느낌은 잘 들지 않더군요.
결정적인 예로, 한 살 어린 한국인 동생이, 8살 어린 독일얘보다, 뭔가 더 어리게 느껴지네요 --;
한국에서 10년 차이라면, 같은 해 입학한 동기라해도, 절대로 같이 어울릴 수가 없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대등한 대화의 상대라고 느껴지고, 상대방도 저를 그냥 같은 동기 정도로 취급해 주었습니다.
(여기도 물론 40대 중반에, 정말 늦은 나이에 들어오신 분들이 계신데, 그런 경우는 어쩔 수 없이 겉돌기는 하더군요)
이렇게 예과 2년 동안 평등한 분위기에서 지내다가
요즘 다시 한인 사회와 조금씩 교류하면서, 그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존대하는 경우들이 좀 있다보니
한국말에 존대법이라는게 평등사회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
코멘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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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이 항상 좋은 것 만은 아니고, 나이 어린 사람이 느끼는 책임감과 부담이 존대말로 조금 줄어들 수 있는 장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리광을 부릴 정도는 아니지만, 항상 웃사람을 이해시켜야 하고 나도 그 사람만큼 조심해야 하고 이런거 생각하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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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한박스
05.02 00:33
카자흐스탄어에는 존대가 있습니다.
Сыз (suoz, 스즈) : 당신
Сен (sen, 센) : 너
그런데, 이게 친해지면 나이에 상관 없이(물론 아주 나이가 많다면야 좀 다르지만)
"너" 해야하고.. 덜 친하면 "당신"해버리는지라.
교회 자매들은 저한테 "당신"을 쓰는데, 이웃들이나 일하는 센터 동료들, 제 학생들은 "너"를 씁니다.
어려워요 어려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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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간다
05.02 06:45
나를 기준으로 위, 아랫사람 모두에게 존대하면 해결됩니다.
그렇다고 사람 봐 가면서 상대방 속성에 따라 존대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아랫사람이 나이를 이유로 내게 존대를 했을때 하지 마라 할 수 있다면
불편하시기는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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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m
05.02 06:56
음 뭐랄까... 그 8살 아래의 독일얘는, 일단 동생이라기 보다는 "친구" 라는 느낌이 드는데,
1살 아래의 한국인 얘는, 친구 라기보다는 "동생" 또는 "후배" 라는 인식이 강하게 들더군요 -_-;
그래서 적어본 글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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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냐.. 미국이라던지 그런 나라는 자립심과 독립심 더불어 개척자 정신을 높게 평가해 주는데요,
한국의 경우에는 안전빵 위주의 사고방식이라서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들이 보여서 참 안쓰럽습니다.
(그래도 안전빵으로 잘먹고 잘살면 좋을텐데 말이죠.. 그것도 아니고)
여행중에 한국사람을 만나면 나이가 어린분들이 자꾸 치근덕거리면서 "자신은 처음 해외여행을 하는 여행자이기에 약자다"라는 뉘앙스로 붙어드시는데요, 썩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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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5.02 11:21
히딩크가 우리 대표팀에 처음 주문한게.. '형'을 쓰지 말라고 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영어권에서도 존대를 열심히 주장하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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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권 국가에서 언어상에서의 오는 존대말 개념이 덜 하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elderly people이나 그 조직의 senor에게 대해 respect가 없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국어 문화권이 허례허식적일 때가 더 많은 것 같고 그 것이
대학에선 학번, 군대에선 계급과 기수, 사회에서 입사기수, 직급과 나이를 상당히 따지는 사회가 결속력이 강할 수 도 있습니다만 때론 비효율로 연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저 적당히 알아서 윗사람 존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넘 따지는 것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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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평등 문화를 구현하고자(응?) 처음 한 것이 이름을 모두 영어 이름으로 바꾸고 그걸 부르자는 거였다죠.
물론 뒤에 직급을 붙이거나 xx님같은 호칭도 금지인 거고요.
의외로 효과가 있더군요.
다들 의견도 좀 활발하게 내고 그랬는데.....
결론. 회사서 가장 높은 사람이 마음속으로 다른 사람을 인정 안하니 겉으로만 저래보이고 속은 도루묵. (...)
그래도 그 소수 인원을 제외하고는 꽤나 평등해졌으니 나름대로 성공입니다. ( -_)
말을 어떻게 하느냐가 사람의 태도나 마음가짐에 정말 많은 영향을 주는 거 같아요.
나이가 벼슬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평등의 방해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사회에서든 존중을 받으실 분과, 무시를 받아 마땅한 인간이 있기 마련이죠.
단지 형식적인 높임의 문제는 아니고, 그렇다고 평등의 문제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