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직장 문화
2010.05.02 19:03
전에 있던 나라의 일터에서는 사람들의 말수가 참 적었습니다. 적다보니 오히려 일이 안되고 서로 쌩까고 그런일이 많았거든요. 그래도 모두들 자기네 직장 문화가 안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가능하면 말수가 적지만 꼭 지킬 말만 하려고 노력했던게 많이 보였죠.
그런데, 여기 두번째 북/동 유럽 나라에 와서 보니 참 가관입니다. 불신의 직장 문화가 이런 건가 싶습니다. 오늘 한가지 예를 들면요.
1. 학기중에 자리에 있어야 할 교수가 너무 출장을 많이 가서 (한 학기의 2/3 이상) 잠시 돌아와 있을 때 모든 회의를 끝마쳐야 했습니다.
2. 그러다 보스가 제안한 것이 제가 금욜날 잘 생각해 본다음에 주말에 한번 나와서 자기들이랑 회의를 하자는 거였어요. 월욜날 또 출국이거든요. 저는 좋다고 했죠. 보스는 오기 전에 자기 핸드폰 전화로 확인하고 연구실로 나오라고 했습니다.
3. 마음이 상큼하지는 안 았지만 꾸역꾸역 일요일날 오전에 연구실에 왔습니다.
4. 와보니 아무도 없고 휭~ 하네요. 그래서 약속대로 전화를 거니까 연구실에 와 있냐고 "네", 회의 문건은 만들었냐고 "네" 라고 대답했죠. 그러니 30분 내로 온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5. 통화를 마치고 곧 연구실로 직접 전화가 걸려오는 것입니다. ??? 일요일에 ??? 저는 평소에 전화를 잘 받지 않지만 뭔 일 일까 라고 궁금해서 전화를 받아보니 어떤 대학 직원 쯤 될것 같은 분이 교수 있냐는 겁니다. 저는 없으나 곧 올꺼라고 약속했다고 나름 친절하게 전화를 받고 끊었죠.
6. 가만히 자리에 앉아서 생각해 보니, 내가 정말로 연구실에 나와있나 없나 우리 보스가 친구 시켜서 자기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서 확인시킨 것 같습니다. 이 나라에서 일요일날 사무실로 전화가 올 확률에 게다가 전화 거는 사람이 거의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제가 일요일날 보스랑 회의하는 확률보다 낮다고 봅니다. 로또를 연달아 2번쯤 당첨되면 비슷한 확률이 될까요?
이렇게 말 많고, 말 잘 바꾸며, 약속 잘 안 지키고, 게다가 사람의심도 많이 하고... 이런 문화 정말 좋지 않습니다. 일요일날 나와서 회의하는 것도 불편한데 잔뜩 의심도 받으면서 앉아 있으려니 답답하네요. 애초에 일요일날 회의 하자고 말 꺼낸게, 내가 주말에 안 나올줄 알고 월요일날 혼을 낼려고 작전을 짰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이런것도 있고, 보스가 시켜서 지난주에는 직장에서 떨어진 도시에 학교 탐방을 하러 갔는데, 저를 좀 생각해주시는 다른 남자 동료분께서, 칼침맞을 텐데 그 외진 곳에 왜 나 혼자 보냈냐면서 연구실이 발칵 뒤접어 졌더라고요. 그러자 연구실 사람들이 괜히 친절한척 저한테 전화랑 채팅으로 말을 걸어서 목숨은 무사하냐고? 묻더라고요. 처음엔 무슨 말인가 싶었습니다.
저는 이런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에휴.. 이전에 국제 기관에 2차까지 갔다가 한번 떨어진것도 있고 지금 직장 문화도 이런 분위기이고 ... 오늘 하늘은 더 어두워 보이네요.
그래도 세상에 이보다 힘든 일은 많이 있겠죠?
각 국가마다 국민성과 문화, 관습이 다르긴 하겠습니다만, 사시는 곳인 에스토니아가 구 소련에서 탈퇴, 독립국가가 된지 얼마 안된 나라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소위 말하는 유럽(북유럽,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등등과 비슷한 수준의 국민성과 문화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걍 쉽게 말씀드려서 유럽도 유럽 나름이고 소득과 국민수준이 구 소련연방에서 독립된 헝가리, 체코, 폴란드, 에스토니아등등과 전통적인 유럽국가가 같다고는 생각되지가 않네요.
유럽 거기 가 본지 꽤 오래되긴 했지만서도.....
유럽도 포투갈, 스페인까지가 마지노고 그 넘어 그리스, 터기쯤 오게되면 아시아 잘 사는 나라보다 별 것 없다는게 제 개인적 생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