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부천 호텔 화재 관련하여 옆.집.에 게시된 글에 댓글을 달았는데...

케퍽에 제 경험담을 써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좀 더 상세하게 작성해볼랍니다.


일단 돌아가신 분들께 조의를 표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젊음이 철철 넘치던 막 군대 갔다와 복학해서 학교 다닐 때입니다. 잠실 주공1단지 꼭대기 5층에 살았었죠.


부모님께서 와서 보시더니 뭐 이런 째끄맣고(방2개) 오래된 아파트가 몇 천만원이냐며 그냥 전세로 살어~~ 했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라 전세가격은 저렴했거등요... 근데 약 10년 정도 뒤에 누가 그리될 줄 알았나요 T^T 그 때 샀었으면 팔자가 폈겠죠. ^^ (물론 부모님이)


여튼... 어느 날 밤 쿨쿨 자고 있는데 누나가 '하뷔야~ 어디 타는 냄새안나나?' 라면서 깨우는 겁니다.

비몽사몽 짜증을 내면서 '아~ 먼데~~' 하면서 베란다 쪽을 보니 매우 밝은데 뭔가 불빛이 일렁일렁하더군요. 

베란다 쪽 창문을 여니깐... 글쎄 바로 아랫 집에서 난 불이 우리집 베란다로 막 치솟는겁니다. 옛날 일인데도 그 장면은 제 뇌리에 박혀있어요. 사진 찍은거 처럼.

'빨리 피하자~~~!' 라면서 둘다 놀라 옷을 챙겨입고 누나가 현관문을 열고 먼저 튀쳐나갑니다. 저는 나갈려다가... '아 통장~~ 지갑~~' 이러면서 방으로 돌아갔죠. 전기합선으로 발화한거라 새벽2시 캄캄하죠. 베란다 화재 불빛에 의존하여 서랍 안에 챙길것을 챙기고 돌아서는데....


열려진 현관문에서 거대한 시커먼 연기가 꾸역꾸역 밀려오고 있더군요. 마치 영화 'Abyss'의 액체 생명체처럼... 딱 현관문 직사각형 연기 기둥이 밀려들어오고 있었어요.


제가 베란다로 통하는 큰 창 열었죠. 현관문 열렸죠. ==> 연기가 빠져나갈 굴뚝이 완성된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베란다는 창문으로 막히지 않는 걍 테라스? 발코니? 형식이었음)


뭐 여튼... 텨텨텨 할라고 현관으로 돌진!!! 그 와중에 맨발로 나가면 ㅉ팔릴거라는 생각에 신발을 더듬거리면서 숨을 들이쉬는데 턱! 목구멍에서 막히는 겁니다. 그 때 진짜 '아~~ 불나면 이렇게 죽는거구나...'  50000가지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화재 이틀 전에 제가 영화 '타워링'을 봤습죠. 네 압니다. 연식나옵니다. 거 보고 또 보고 그거요. 그 영화...   화재 재난 영화의 시조새.. 머 암모나이트 같은거요. 아아~ 물론 TV에서 해주는거였어요. 설마 제가 70년 대에 나온 영화를 극장가서 봤겠냐구요.


거기서 물에 적신 수건으로 입을 막는 장면이 빡~! 생각나면서 현관 바로 옆 화장실에 수건을 물에 적셔서 입을 틀어막았죠.

물에 젖은 수건을 입에대고 들이마시니 호흡이 가능해지더군요.


검은 연기+정전 상태의 계단... 계단난간을 더듬거리면서 한 층 내려가서 불 난 집 문 앞에 당도하니 왠걸??? 검은 연기는 모두 다 위로 올라가서 수건이 필요없더군요. 내려가는데 소방관이 올라오면서 괜찮냐고 물어보길래 괜찮다고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가서 위를 올려다보니 헐~ 저희 집 옆집은 베란다에 나와서 옆 아래집 불끄는거 구경 중....  -_-;

시선을 아래로 내려서 내 발을 보니 신발은 짝짝이... (그 와중에 맨발은 아니었네~~~ ㅋ)


출동이 신속해서인지 화재 진압은 1시간이 안걸렸던걸로 기억하고... 집에 들어가도 된다고 하길래 물이 철철 흐르는 계단을 올라가서 집에 들어갔죠. 들어갔더니......  문을 그렇게 열어놓고 간 관계로 우리 집이 굴뚝 역할을 해서 집안 곳곳이 온통 검댕이 가루가... -_-+

전기가 나가서 뭐 해 뜰때까지 할게 없어 대충 눈 좀 붙이다가 아침에 정리를 시작했던거 같습니다.


근데 제가 생각해도 제가 미친 놈인게 그 날 오전에 강의가 있어서 수업듣는다고 정리는 누나한테 떠 맡기고 학교를 갔...


끝~



3줄 요약

- 옛날 살던 아파트 아랫집 불남.

- 검은 연기 마셔봤는데 그거 진짜 질식됨. 들이쉬면 클남.

- 그럴 경우 젖은 수건 입에 대고 숨쉬면 숨 쉬어짐.


진짜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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