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릴리프라고 아시나요?
2025.07.07 23:37
한국말로는 필승조라고 합니다. 보통 5선발 경쟁에서 밀려난 투수들이 가는 보직이라고 하더군요. 여기서 욕심이 나는 선수들의 경우 팀을 낮춰서라도 선발로 올라가려고 한다는군요.
제가 이직했을 때 바로 투입되었던 프로젝트는 패전처리조(추격조) 같은 경우였습니다. 프로젝트 기안하고 초안을 잡은 분석가는 꽤 괜찮은 커리어에 인정받아서 AI팀으로 이동하고 제가 실무자로 왔는데 다들 망한 프로젝트라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전임자가 뼈대는 잘 만들어놨는데, 팀장님이 욕심 부리면서 껍데기는 화려한데, 중요한 로직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프로젝트였습니다. 아시겠지만 경력자가 이런데 투입된다는 의미는 어찌 되었던 살려내서 "너의 능력을 증명하라"입니다. 투수로서는 끝물인데다 마무리도 제대로 못지면 그냥 퇴출인거죠.
다행히 저와 함께 일했던 차장님이 무척이나 해박했고 다른 부서/팀과의 조율하고 정리하는데 뛰어난 분이었어요. 저는 짧은 기간내에 쿼리와 요건을 정리하고 빠르게 뼈대를 잡아가서 결국 2달 정도 야근해서 프로젝트를 살려내고 1차례 연기해서 제시간에 시스템 오픈하고 부서장님도 마무리 보고를 했습니다. 1년 정도는 해당업무 담당해서 안정화시키고 후임도 받아서 인수인계 하고 저는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다른 중요 시스템 개발 사이에서 해당 시스템 홍보하고 이를 다른 부서에 전파하는 걸로 꽤 인정받아서 같이 일했던 차장님은 작년에 승진을 했습니다. 저도 다른 일을 하다가 올해초에 직급 조정을 했구요.
그 차장님이 올해초에 팀에 복귀하면서 팀장님이 되셨네요. 얼마전에 술자리에서 그러시더군요. "이 정도면 1선발은 아니어도 3선발 정도로는 올라온거 아닌가요?" 저는 그당시 인정 받은 덕분에 다른 일을 하면서 고집스레 제 주장을 해서 작년에는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고 올해에도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프로젝트 할 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나이 많은 퇴물 투수 데려다가 패전 처리시키다가 어찌어찌 동점까지 버티니까 이제는 선발 등판까지 하라는 거 아닙니까?" 그래도 어찌어찌 버티고 경력자 포스를 뿜어내며 시키는 일을 그럭저럭 해내니 여기까지 왔네요. 올해 4번째 계약 했는데, 좀더 일해보고 싶습니다.
아래는 제가 좋아하는 엘지 트윈스 롱릴리프 롸켓 이동현 선수입니다. 경기도 안좋고 사방에서 구조조정, 정리해고, 권고사직이 난무하는 요즘입니다. 이번달도 다들 잘 버티고 더위 잘 이겨내시기를 기원합니다.

코멘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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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07.08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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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색주
07.09 22:42
중간 계투로 버티다가 작년에 어쩔 수 없이 선발, 계투, 마무리 모두 뛰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는게 즐겁기도 한데, 집에 와서 운동갈 체력도 안남아 있는게 좀 갑갑하기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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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뷔1
07.08 06:13
열심히 노력하시는 모습에 힘을 얻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PointP
07.08 08:07
가끔보면 똥처리(?)만 전문으로 하시고 수당 두둑히 챙기시는 분들도 종종 봤습니다. 그게 너무 멋있었습니다. 짧고 임펙트 있게 일 하시는 모습들이... 언제나 화이팅입니다! -
제 나이로는 이미 퇴물 끝자락인 듯 하네요. ㅡㅜ
// 저는 현재 위치는 감독도 아니고, 주루코치 레벨인데 꼴찌인 팀을 가을 야구 할 수 있을만큼 해 봐~ 라네요.
3년만에 복귀 해서 제로베이스로 출발 할 줄 알았는데, 들어와서 보니 지하 4~5층에 있네요.
연내 지상까지만 올라가 보려고 여기 저기 미친듯 다니고 있습니다.
같이 하던 수행팀원들은 몇명은 유지보수팀, 몇명은 TFT. 몇명은 IT 기획팀 / 전략사업본부 등으로 다 뿔뿔히 흩어져 있습니다.
운영하던 프로덕트는 갖고 있으니, 연내에 프로젝트 하나만 수주 하면 흩어진 팀원들 다시 원팀으로 구성하는게 올해 목표 입니다.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으럇찻차~ 열심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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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색주
07.09 22:43
기존에 일하던 팀원들과 팀워크가 있으니 수주만 하시면 금방 예전처럼 되실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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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다들 현역에서 버티는게 대단 합니다.
저는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낙오...^^
다들 힘냅시다 -
맑은하늘
07.09 06:23
제목만 봤는데. 공도리라 릴리프 밸브가 생각나네요.
찬찬이 읽어보겠습니다.
KPUG 분들. 같이 야구 함....응원 + 치맥 함 가시지요 -
맑은하늘
07.09 06:33
기운들 내시지요.
인생이란게 레고 블럭이라고 하면.
가장 필요한 뼈대. 그중.이쁜 부분. 얼굴 마담
기타 등등 있겠지만
어느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것은 없는것 같습니다.
필승조 #1, #2, #3, #4 조직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돈을 주고, 받는 자본주의 직장의 입장에서.
나는 필요한 사람인가 하는 입장에서는
누구나 어떤 모습으로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급여의 정도의 차이만 있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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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세상. 연봉. 인센티브 가능한 능력 발휘하시고' 커리어도 , 직장 명함도 운도 따르시고, 돈도 마니 받으시고
/아무쪼록 롱릴리프가 회원님들 모두 되시기 바랍니다.
기운 빠지는 나이,
돋도기 노안의 나이,
체력이 딸리고,
좀 뛰었더니 족저근막염(?)으로 발바닥 아픈 나이...
그렇지만,
늘, 언제, 어디서나 화이팅입니다. -
슈퍼소닉
07.09 08:59
복잡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한 마디만 하려구요! 무적LG!!!
선발로 등판하실 수 있으시다니 축하드 립니다!
미국에 있었을 때 언젠가부터 NFL을 보면서 노장들을 응원하게 되는 저를 발견했었습니다. (지금은 Rodgers랑 Flacco 정도나...)
하는 일이 원래 사람들이 늦게 자리를 잡게 되는 일이라 아직 노장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네요...
이제 발표를 하더라도 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등판시키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선발을 해본 적도 없는데 말이죠 ㅠㅠ.
퇴물이 되어 가고 있는... 혹은 벌써 된 것 같은 불안감이 종종 들게 되네요 ㅠㅠ
(요즘 것(?)들은 잘 모르는... '마음은 박남정인데 몸은 김정구'라는 농담이 있었지요...
박남정 씨 몇 년 전에 지역 공연에서 보니 춤추며 매우 들어 하더라고요... (그리고 제 선입견과 달리 깊이 있고 울림 있는 말씀까지...)
하긴 뭐 그 딸이 벌써 왕성히 활동하고 있으니...)
덤으로... Black Sabbath와 Ozzy Osbourne이 주말에 마지막 공연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Youtube로 좀 봤네요.
이렇게 한 시대가 또 저물어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