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출근하기 3일째.
2010.05.20 08:08
남편이 저번주 금요일에 일반 병실로 옮겼습니다.
주말에는 시부모님과 제가 3교대로 수월하게 넘겼는데
시어머님은 외손주들 보시느라 주중에 오실 수가 없어서
이번주는 시아버님과 제가 맞교대를 하고 있습니다.
아버님이 새벽에 오시면 제가 회사로 출근하고,
퇴근하면 집에 가서 씻고 저녁 먹고 옷 갈아입고 병원에 가서 아버님과 교대를 합니다.
저녁에 환자가 잠을 자면서 안정을 취하면 사실 할 것도 없는데
이 사람이 낮에 계속 자고서는 밤에 잠 안 온다고 짜증을 부리네요.
밥이 안 먹힌다고 두세 숟가락 먹고 말아서 갈수록 힘이 더 없어요.
전동칫솔인데도 혼자 양치질 못하겠다고 하고
물 마시라고 하면 입만 삐죽 내미네요.
혼자 힘으로 걸어야 불침번을 안 서는데
올해 70세이신 아버지가 병수발 들고
낮에 일하고 밤에 병원에서 쪽잠을 자는 아내에게 미안하지도 않는지
운동할 생각도 안 하고 축 처져 있습니다.
엊그제는 당뇨가 있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지 뭐예요.
그런데도 물 대신 주스를 마시겠다고 하는 생각 없는 사람입니다.
이번주에는 친정 엄마가 아이를 봐주시기 때문에 병원 출퇴근이 가능했는데
낼모레 가셔야 해서 다음주부터는 병원에 못 오거든요.
그러니 주말까지 걷기 열심히 하자고 했더니만
저더러 며칠 휴가를 내거나 어머님더러 외손주들 학교 쉬라고 하고 와 계시면 안 되냐고 묻네요.
육체적 문제도 산더미 같은데 정신적인 힘마저 박약하니 참 막막합니다.
아프면 다 이런가요?
코멘트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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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움
05.20 08:40
벌써 자기만 아는 애기가 되어 버려서
말을 안 들으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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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패야 말을 들어요; 여유로움님을 위한 특제 쇠파이프 제작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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閒良낭구선생
05.20 08:18
병수발 드는게 보통 힘든게 아닙니다.
얼마전에 와이프가 교통사고로 입원했는데
간이침대에 있을려니 죽을맛이더군요.
나을때까지 잘 다독거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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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움
05.20 08:39
간이침대는 왜 이리 좁고 짧은지 모르겠어요.
누우면 발이 공중에 떠 있답니다^^;;
아내분 얼른 쾌유하시길 바랍니다.
낭구선생님도 건강 유의하시며 간병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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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5.20 08:20
^^ 그래도 이런 불평을 하실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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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움
05.20 08:35
그런가요 ^^;;
처음에는 살아있는 것만도 다행이다 했는데
병원생활이 길어지면서 피곤이 쌓여서 말이 곱게 안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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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사람맘이 간사해요~ 그래도 여유로움님은 천사에요 ㅠ.ㅠ 걍 애 하나 더 키운다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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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조금 더 해주시고, 평생 구박하세요 ^^. 남편분이 많이 좋아지신듯보여서. 여유로움님도 행복한 투정으로 보이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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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움
05.20 08:33
평생 볼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몸도 피곤하고 마음도 피곤하네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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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늑대
05.20 08:30
힘드시겠네요.
저와는 사정이 다르지만 제가 작년에 교통사고로 6달 병원에서 꼼짝못하고 있었는데
육체적인 통증과 함께, 정신적인 충격도 있었나 봅니다.
밤에 잠을 못자고 식욕이 전혀 없는 걸 보더니 주치의가 바로 신경정신과 진료를 보내더군요.
진단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약먹고 상담받고 하니 금방 호전된 경험이 있습니다.
전 전문간병인과 지냈는데, 퇴원한 지금도 제2의 엄마라고 부르며 가끔 만나 같이 식사하며
그때 얘기하면서 지냅니다.
이 모든 어려움도 곧 지나가리라 믿으시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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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움
05.20 08:34
명랑늑대님 힘드셨겠어요.
제 남편이 낮에도 못 자고 밤에도 못 잔다면 문제인데
낮에 자니까 밤에 못 잔다고 생각했거든요.
주말에 수면 패턴을 변경하도록 한 다음에도 자는 데 문제가 있으면
신경정신과 진료에 대해 문의해 보아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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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5.20 08:40
멜라토닌이나 수면유도제 같은 처방을 한번 문의해보세요. (수면유도제-수면제가 아닙니다-는 일반의약품도 있습니다) 프로작 (항우울증제) 같은 것도 정신과 전문의가 아니어도 소량은 처방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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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빠이야
05.20 09:11
긴 병에 효자 없다고 병실생활 길어지면 환자도 환자지만 옆에 있는 보호자도 참 힘듭니다.
환자는 더욱 아이 같아지게 마련이구요.
8년전쯤 약 4개월가량 병원에서 출근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지나면 다 그냥 추억거리일 뿐입니다.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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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움
05.20 17:36
이제 겨우 한 달도 안 되었는데 벌써 지치네요.
4개월이라니 정말 힘드셨겠어요.
조금씩 나아지면 곁을 지키는 보람이라도 있을 텐데
그제보다 어제가, 어제보다 오늘이 더 처져 있으니 힘만 들어요.
이 또한 다 지나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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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도 힘들고 보호자는 더 힘듭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몇년동안 병원수발을 어머니가 다하셨는데......
전 일주일 휴가내서 해보니... 정말 죽겠더군요...... 고생많으십니다만....
아픈사람이 제일 고생입니다....
그저 고생하신다는 말씀밖에 못드리네요.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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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움
05.20 17:38
온갖 약품과 의료기기 덕분에 육체적으로는 지금까지보다 컨디션이 좋을 텐데
정신력이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바심이 나요.
아픈 사람이 제일 고생이겠지만,
피곤한 아버님과 제 생각이 더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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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말리
05.20 10:17
매일 환자들을 보면서도
보호자 입장이 되어본적이 없어
그 어려움을 감히 상상할수 없지만..
웃는 보호자에게 간병받는 환자의
회복이 빨랐던것 같습니다.
힘내십시요! 쾌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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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움
05.20 17:35
앗, 정말 찔립니다.
왜 낮에 운동 안 하고 잠만 잤냐고 화를 내거든요 ㅠ.ㅜ
밥 말리님 참 좋은 선생님이실 거라 생각됩니다.
힘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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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드시겠네요.
병수발에는 장사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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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한박스
05.20 13:40
아휴~ 많이 힘드시겠어요. 그런 생활 자체도 힘든데, 아기처럼 굴다니..
하지만, 왕초보님 말씀대로 '아기처럼 구는 것'조차도 감사하게 여겨주세요~
아픈 본인은 어떻겠어요 ㅎㅎ;;
요새 아버지께서 가벼운 골절상을 입으셨는데, 회복이 더디다고 몹시 우울해하십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으셔서 그런가봅니다. 타지에서 해드릴 수 없는게 없어서 가슴이 아픕니다.
물론 -_- 이 양반이 다리를 다친게 산에서 발을 헛디뎌서 다친거구 -_-
낫기만하면 펄펄 날아다니면서 온산을 누빌것이 분명하지만...
일단 당장은 아프고 슬프고 우울한 일이니까요.
어쩌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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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넷
05.20 15:12
2년전에 동생이 아파서 한 두달 정도 병원에 입원한 것을
구 케퍽넷에 올려서 아시겠지만, 환자 병수발 드는 것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환자보다 보호자가 더 지치게 되더군요...
기운 내세요...
곧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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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들어놓으신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나도 언제든 아플 수 있는데 그때 부려먹어야죠!!!
힘내세요! 그 남푠 궁뚱이도 때려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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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5brj
05.22 08:07
고생 많으십니다.
보호자(대부분 아내)가 몸살이 나서 누울 정도가 되면 투정 & 어리광 부리던 환자(대부분 자식 or 아들 같이 철 없는 남편)가 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이글 그대로 프린트해서 병실에 도배하시면 효과가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