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나름 돈에 대해서 냉철한 판단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고 살았습니다. 들고다니는 기기에는 포켓머니로 수년간 가게부를 써 왔고 환율 계산기에는 미국 달러, 한국 원화, 일본 엔화, 유럽 유로, 에스토니아 크론, 라트비아 라트, 등 모든 환율 정보를 갖고 다니면서 나에겐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자화자찬하고 살았었죠.


그런데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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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를 잠시 환승하면서 10시간 정도 돌아다닐 기회가 있었습니다. 날씨 좋고 밖에 사람들도 거닐고 보기 좋았는데요. 거기에 왠 꼬맹이 하나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 겁니다. 그냥 못본척하고 지나치려다가 ... 너무 훌륭한 연주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실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요. 왔다갔다 하니까 계속 눈에 띄어서 "엣다" 라고 동전을 하나 던저주려고 가보니 바이올린 케이스 안에는 벌써 은색으로 1 이라고 쓰여진 것들이 몇개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1라트 하나를 던저주고 왔습니다. 이 광장을 지나서 돌아오는 길에서는 어떤 할머니가 좌판에서 가죽 수첩을 파고 있었습니다. 가격이 3, 7, 9 라트씩 하길래 이게 얼마일까? 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3개나 다 사버렸습니다. 날씨도 너무 좋았고요. 사람들도 환하게 웃어줬고 꼼꼼하게 환율 같은것 따질 상황이 아니였습니다. 그리고 식당에서 밥을 시키니 밥값이 4라트 정도 나오네요.. 응?? 이게 환율이 ... ??? 알아보니까 1라트가 우리나라 돈으로 2000원쯤 되네요.


계산해 보니 절대로 싸지 않은 관광을 했습니다. -_-; 그렇게 꼼꼼하다고 자부했던 저도 날씨 좋고 사람들 이뻐 보이고 하니 그냥 획하나 봅니다.


한가지 더 크게 해버린 게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출장지의 호텔을 예약하는 게 있었습니다. 50유로짜리도 있었지만, 모두가 같은 곳에 묶는 하룻밤에 122유로나 하는 호텔에 4일밤이나 휙하고 예약과 송금을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번주 월요일날 확인해 보니 제 연구비 잔고가 벌써 마이너스라서 이번 호텔 지불한 것 부터 시작해서 저에게 되돌아 오는 돈이 하나도 없네요. 대략 90만원 정도는 사비로 그냥 넣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번 여행이 제 연구랑 도움되는게 아니라서요. 그냥 알던 사람들 재회하는 기쁨 정도 밖에 없네요. ㅠ_ㅠ


마지막으로, 어젯 저녁에는 앞으로 절대로 술 마시지 말고 야채만 먹고 아껴 살자고 다짐하고는 장보고 집에와서 보니 장바구니 안에 3리터 짜리 와인 한박스가 들어 있네요. 유럽이라 싸서 다행입니다. 3리터에 3만원 정보 밖에 안했어요.


소비 관성은 정말 무서운것 같습니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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