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 대한 맹신은 근대 이후 "사고의 틀"까지 지배하고 있습니다.
2010.06.14 15:57
"과학"이라는 단어는 근대 이후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과학의 "패러다임"으로 설명가능하지 않은 모든 것을 "야만"으로 치부하는 것이 그것이죠.
야만으로 치부되는 대표적인 것들로는 민간요법, 무속신앙, 종교 등이 대표적입니다.
주위에 한의학? 그게 무슨 과학이냐? 그건 민간요법일 뿐이다...라고 하는 양의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나마 한의학은 대학에 학과까지 개설되고 우여곡절끝에 양지로 나왔죠. (그 과정에 서구의 과학과 많은 융화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부 종교 또한 지금은 양지로 나왔습니다만, 여전히 비종교인(저를 포함한^^)들의 관점에는 "야만"적인 것으로 비춰지기 쉽상입니다.
과학의 패러다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야만으로 취급하는 태도는 굳이 로고스 중심주의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더라도 매우 오만하고 이분법적인, 폭력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아래 포스팅을 읽다가 써 봅니다.
과학 그 자체와는 달리 과학에 대한 관념은 이 시대에 이미 이데올로기입니다. 인류역사 수천년 가운데 비과학=야만의 등식이 성립하는 시절은 고작 최근 2백여년에 불과하죠.
코멘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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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6.1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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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현대사회에서 비과학=야만 의 등식이 성립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돌아가신 조상님께 제사 드리는것, 각 지방마다 전해오는 명절 행사 등등이 모두 야만이 되어 버리는데요...
모든 종교를 가진 사람도 야만이 되어 버리고요..
민간요법, 무속신앙, 종교를 모두 뭉뚱그려서 야만 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생각하는것 자체가 "야만" 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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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축제
06.14 17:53
적어도 서구화가 잘 된 사람이라면 비과학=야만이라는 등식이 사고의 기본회로로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서 조상제사를 '정말 조상이 와서 음식을 맛보고 간다'고 믿는다면 근대화 교육이 덜된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진지하게 조상제사를 지내는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도 혈액형별 스타일을 믿는다던가, 타로점을 보면서 거기에 벌벌 떤다던가 하는 사람도 제법 많은 것으로 봐서는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믿지만 실제로 합리적이지 않은 사람이 사회에 제법 많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반실증주의는 다 폐기해야한다는 얘기는 좀 그만 듣고 살았으면 좋겟습니다. 그 논리에 의하면 프랑크푸르트의 비판철학하는 사람들도, 소쉬르, 레비 스트로스 같은 구조주의자들도, 후설, 하이데거같은 현상학자들도 다 바보인 셈이거든요... 반실증적이라고 해서 비합리적인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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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6.14 21:44
여기서 논리의 큰 비약을 볼 수 있는데요. 반실증적이라고 해서 비합리적인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실증적인것 모두가 합리적인것은 아닙니다. 고등학교에서도 배우는 명제의 참과 거짓만 알고 있어도 이러한 사고가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지만 실생활에 그 내용을 떠올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죠. ㅠㅜ
실증주의가 꼭 필요한 곳에 반실증주의가.. 반실증주의라고 해서 모두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라는 핑계를 가지고 끼어들어올려고 하는 곳이 많습니다. 물론 그렇게 함으로써 경제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함이라고 보이고요.
저는 한의학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한의학의 접근방법 자체는 부정하지요. 나중에 인간의 과학지식이 현저히 달라졌을때는 그 시각이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만. 물론 접근방법에 있어서 완전히 틀린 양의학도 존재할 수 있지만, 양의학 자체의 구조상 그런 부분은 자연도태될 수 밖에 없으니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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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별 성격이라던가 각종 점들이며 지하철 포교(?)활동을 끔찍히 싫어하는 저로서는 아쿠아필님의 글에도 어느정도 수긍이 갑니다.
비과학적인 행동이며 말들을 듣더라도 걍 그런가부다~~ 하고 맘 편하게 가지면 될것을
보통은 저의 심기를 건드려서 그 자리가 좀 불편해질 때가 많거든요.
하지만, 제가 과학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점보러 다니는 사람들을 얕잡아 볼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 사람들은 그게 재미인걸요.
덕분에, 과확 외적인것에 대해 좀 더 평온한 눈빛으로 바라봐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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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가
06.14 18:23
과학으로 설명 안되는 인간 행위들 모두는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것들이 야만이지요.
야만일 뿐 아니라 폭력과 압제이기도 했습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잊지 말아야 할 과거의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과학은 인간 해방의 첨병이었습니다.
왕초보님과 같이 저도 한의학에 대해서는 의심이 갈 때가 많이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검증이 된 것이냐, 아니면 되는 것만 보는 것이냐... 만인 해방이냐, 운명적 소수 특권이냐...
그러나 과학적 세계상 안에 갇히기는 종교 속에 갇히는 것 만큼이나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요.
무엇이 가장 시급하게 고쳐야 할 인간의 문제이냐, 무엇이 그 기준이냐, 이걸 과학이 어떻게 정하겠습니까?
과학자들은 그 찬란한 업적을 후광으로 의제 결정권 마저 은근히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창조 과학자들이 그들의 과학으로 창조를 입증하려는 것도, 그들이 정말 과학자라면, 과학의 탈선 내지 월권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대체로 창조 과학이라는 것은 근본주의적 신앙의 pseudo-science 에 해당합니다만...
그런데 소위 창조과학자들과 같은 오류에 빠지는 과잉 과학자, 혹은 과잉 과학이 실제로 작동하는 듯 합니다.
과학 내에서 구체적으로 특정한 예를 들기는 참 어렵습니다만, 조금 거리가 있는 비유로 말한다면
삽질을 기준으로 한국 경제의 방향을 정하는 것도 그런 경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군인이 쿠데타를 한다든지...
2mb 재임 중에 창조를 과학으로 분장하고, 삽질 매뉴얼로 경제 원론을 대체하려는 시도가 지속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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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06.14 19:46
한의학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훑어보기 완료했다는 걸 본것 같은데....한의학(중의학)의 체계화를 위해(미래의 먹거리 찾기.....)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여 훑어본 결과....한약은 양방에 비해 별다른 특이점을 찾지 못했는데, "침"은 다르다고 했던것 같습니다.
만약 아직 양방에서 치료 못하는 질병을, 한약으로 확실한 치료를 하고 있다면..... 제약회사들의 장점인 유효한 성분분석 ---> 대량생산 체제로 떼돈 벌었겠죠.
한의학이 일부 양지로 나왔으며 일부 처치 방법이 양방에서도 응용되고 있는 것들도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한의학은 음지에 있습니다. 또한 기초 지식에 대한 심화된 연구가 없이 양방에서 사용되던 방법론들을 한방에서 받아들이는 것들에 있어서는, 실제로 환자들은 첨단 치료를 받는 듯한 환상을 받기 쉽지만, 자신들이 실은 마루타 라는 것을 모르죠.
한의학이 무용지물이 아니며 수천년동안 인간이 비과학적으로 쌓아온 경험의 양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전적으로 맹신하고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간단한 예가.. 다리 부러졌는데 뜸뜨러 한방의원 가시겠습니까 ? 뇌출혈로 인사불성인데 일단 한의원 가서 침부터 맞으시겠습니까 아니면 MRI부터 찍어보시겠습니까 ? (MRI있는 한방의원도 있습니다만 굉장히 위험한 것이 이분들은 그 결과를 판독하는 전문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습니다. 최소한 상당수의 한의사들이 학교를 다닐땐 말이죠. 책 몇권 읽어서 하는 수준과 전공해서 몇년을 배우고 연구해서 아는 수준의 차이는 삶과 죽음을 가르기에 충분합니다)
아 허리아플땐 그저 한의원 가서 치료 한번받는게 짱이야.. 맞을 수도 있죠. 플라세보 (위약) 효과의 치료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것들 조차도 요즘 양방에서 과학적으로 연구된 훨씬 효과적인 치료를 통해서 더 빨리 제대로 치유될 수 있습니다. 한의원만 가시는 분들은 그 차이를 맛 볼 기회를 평생 가질 수 없으니 그분들의 신앙은 변하지 않죠.
한방 우월론.. 에서 내놓는 예들 중 흔한 것이 양방 병원에서 포기한 것을 한방 병원에서 치료해서 씻은 듯이 나았다.. 사실 이런 예 자체가 과학적인 예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일반인들은 모르죠. 또한 그런 예가 전체 증례에서 얼마나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지는 일반인은 알 방법도 없고, 주장하는 분들도 그런 사소한 얘기를 할 필요도 없죠. 그렇지만 실제로 양방 병원에서 포기한 것을 씻은듯이 치료한 예는 한방보다는 민간 요법이 더 많을 겁니다. 큰 차이는 민간요법은 한방과는 달리 조직적으로 광고하는 조직이 없죠.
과학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야만으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은 과학이 발전해야 할 여지로 보죠. 일식 월식 같은 것들도 옛날에는 기적으로 생각했었지요. 과학이 발전해서 이제는 설명하고 예측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측 이란 것이 과학의 큰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약을 환자에게 썼을때 어떤 효과가 있을까.. 부작용이 있다면 왜 그런 부작용이 생길까 이런 것을 연구분석하고 개선할 수 있죠. 절대.. "연때가 맞지 않아서 그렇다" 이런 것으로 만족하고 결론을 내리는 부류가 과학의 탈을 쓸 수는 없습니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한방이 양방보다 훨씬 나을 수도 있습니다. 골프 완전 쌩초보도 아주 가끔 홀인원을 하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부분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양방이고, 한방은 아직 그런 노력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게 큰 차이죠. 실제 처치에 있어서는 일선 의사들은 최신의 방법을 사용하기 보다는 증명된 보수적인 치료를 택하는 경우가 있어서 의료기술의 발전이 더디다 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그것 또한 의술 이란 것이 사람의 생명을 다루고 있고, undo 라는 것이 불가능 한 경우가 많아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