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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택시기사

2010.07.02 11:15

도예 조회:855

 

며칠 전 출장을1주일 다녀온 후 아침에 도착해서 공항에서 곧바로 사무실로 가서 일을 보았습니다.

퇴근 시간에 짐을 바리바리 들고(차를 가져오지 않은 상태라) 회사 앞에서(강남) 안양 가겠다고 승차를 했습니다. 여름을 많이 타는 지라, 에어컨이 시원해서 좋았습니다.

 

퇴근 시간이라 길이 많이 막힐 것 같아, 평소 출퇴근에 활용하던 간선도로로 가자고 했더니, 기사분은 경부고속도로로 해서 양재동에서 빠지는 것이 더 좋다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고속도로 진입할 때까지 길이 막힐 것 같고, 경부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우회하는 경우라, 그냥 제가 알려준 길로 가자고 했습니다.

기사 분은 길 상황은 자기들이 더 잘 안다고 계속해서 구시렁구시렁 하시더군요. Over night 비행기로 도착해서 낮에 출장 때문에 밀린 업무 처리하느라 한참 피곤한 저도 한마디 했습니다. “이 시간대에 매일 운전하고 다니는 길이라 내가 더 길 상황을 잘 압니다. 그러니 그냥 제가 안내하는 길로 가시죠.”

 

큰길에서 다른 택시처럼 쌩쌩 잘 가시던 기사 분이 우면동 이면도로에 들어서면서 아주 여유 있게 가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에어컨 끄고 창문을 내리고…(이 부분은 7시가 약간 넘은 상황이라 뭐라고 할 수가 없더군요.) 내가 안내한 길이 생각보다 막히지 않았다고 생각했던지 한마디 더 하더군요. “고속도로로 해서 가면 신호등도 없고 한데, 이 길은 신호등이 많고, 자기는 고속도로로 해서 빨리 간 후 서울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되었어. 사실 안양 방향은 승차를 거부할 수도 있었는데.” (이후로는 한마디 말 하지 않더군요.)

 

참고로, 기사 분 연세가 꽤 있어 보였습니다. 적어도60세 이상으로 보이더군요. 젊은 사람이었으면, 피곤한 저도 한마디 했을 것 입니다. 택시를 운전하는 것은 서비스업인데, 손님이 이리 가라 저리 가라 지정하는 것이 싫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우면동 이면도로를 나와서, 우면산 터널과 만나는 과천으로 가는 왕복8차선의 제한속도 70km 구간을 50~60km 속도로, 텅 비어있는1~2차선은 놔두고 버스 뒤만 졸졸 따라가면서 차간 간격을10미터 이상 벌려서 모든 차량에게 양보 다 해주고, 버스와 트럭을 비롯한 모든 차량을 추월시켜가면서 가더군요. 과속이 아니 관계로 뭐라고 얘기도 못하겠고….몸은 피곤해서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자고 싶은데.

 

과천 시내의 경우 신호등이 많지만, 경험상 규정속도에 맞춰서 (차가 밀리지 않으면) 가면 한번 녹색 신호등을 받으면 대부분의 신호등이 녹색일 때 통과를 하게끔 되어 있는 신호체계 입니다. 하지만 이 기사 분은 버스 뒤를 따라가니 버스가 서면 같이 서곤 해서 빨간 신호등과 3번 정도 마주 쳤습니다.

 

인덕원 사거리를 지나 2km쯤 가면 좌회전을 해야 하기에, 조금 가면 좌회전 해야 하니 1차선으로 가 달라고 해도 그냥 2~3차선으로만 가더군요. 신호등 가까이 다가가서 좌회전이라 하니 그제서야 1차선으로 차선 변경하고…그나마 안양쪽이라 차가 많지 않아 쉽게 차선 변경했습니다. 집 앞에 내려서 카드로 결제하고 짐을 내리고 들어가려는데, 서울 가는 반대 방향 차선으로 차를 돌리더니, 저를 한참 쳐다보곤 가더군요. 나도 한마디 해주고 싶었는데, 참았습니다. 30~35분이면 올 길을 45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과속으로 달렸으면 뭐라고 했을텐데, 제한 속도 아래로 운행하니 뭐라고 말도 못하고.....

여하튼 가장 기억에 남는 택시 기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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