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하면 할 수록 입체적이 되지요.
2010.08.12 23:43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무슨 무슨 고시들이 이번에 다 없어진답니다.
그러면서 면접으로 뽑겠답니다.
취지야 아주 좋죠. 그런데 이거 정말 음서제도와 다른 점이 뭘까요?
음서제도는 다른 말로 백골남행이라고 했습니다.
남행은 원래 임금이 남쪽의 성들을 사찰하러 내려갈때 동행하면서 임명직 받는다 해서 남행이었던가 그랬는데
나중에는 이게 발전을 거듭해서 과거를 통하지 않고 낙하산으로 어디 고을에 가서 큰자리 꽤차면 남행이라고 했죠.
백골남행은 아시다시피 조상덕에 남행하는 것을 말했고요.
자, 이번에 고시가 다 없어진답니다. 박수치고 좋아할 일일까요?
물론 없어지고 차후책으로 나온 것이 잘 행해진다면 박수치고 깔깔댈 일이겠죠.
수많은 고시폐인들로 양성되는 음기와 시간낭비들도 제거할 수 있고요.
하지만 과연 제대로 잘 행해질까요?
원래 남행도 낙하산으로 막 내려가던 그런 것 아니었습니다.
임금 잘 보필하라고/잘 보필했다고 해서 시작되었지만,
어느새 관료들의 우리만의 리그를 형성하는데 이용된 것이죠. 일종의 공신제로 말이죠.
똑똑하거든요. 부모마음 한결같으니, 똑똑한 그들이 내 자식 내 새끼가 조금이라도 덜 고생해서 잘 먹고 잘 살게 하려다보니
공신리그 형성하게 된 것이라 이말입니다.
물론 백골남행도 나중에 챙피하고 손가락질 받게 되자, 다시 과거제가 인기를 얻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주 매우 오래오래 걸린 후의 일입니다.
이미 리그를 구성해서 혈연, 지연과 학연으로 똘똘 뭉치고
어차피 돈 있고 시간 있어서 없는 애들보다는 훨씬 공부할 시간 많고 양질의 학습을 받게 된 관료들의 자제들이 굳이
손가락질 처드셔가면서 남행에 나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의 일입니다.
과연 시험 없이 면접으로 시행되는 5급이상 공무원을 뽑는 것이 논리적이고 이론적이고 이성적이고 발전적으로 진행될까요?
금방 과거 고려의 관료들의 경우처럼, 이렇게 해봤자 별 필요 없다~ 할까요?
네, 그렇죠 걱정이 되죠. 그래서 지금 없어진다고 박수치고 깔깔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미 깔깔대고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넘치는 군요. 고시폐인들 없어지고 낭비되던 자원들을 아낄 수 있으며
이미 고시는 실력이 아니라 돈과 환경에 좌우된다면서요.
하지만 이건 이미 과거제가 시작된 고려시대에도 똑같이 고민하던 문제였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하여튼 너무 단순하게 형상을 바라봐서 참 안타깝습니다.
건망증을 극복하려면 자꾸 생각을 하라고 하더군요. 생각을 자꾸해서 입체적으로 사고하게 되면 건망증이 해결된답니다.
건망증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입체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 생각을 조금 더 깊이하고 많이 하면 어떨까 합니다.
면접을 사람이 하면 그래도 참을만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