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해프닝
2010.09.05 03:00
사진은 4호선으로 갈아탄 뒤 지하철 마지막 칸에 실린 다른 사람들의 자전거들이다.
모두 고가의 로드 바이크들이다. 조금 특이한 것들이어서 그저 사진을 찍었을 뿐 별다른 의미는 없다.
오늘 춘천 강촌에 다녀왔다. 다음주 일요일에 자전거 대회가 열리는데
사전 답사를 가는 분이 함께 가자고 해서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일요일이나 공휴일이 아닌때, 탑승 인원이 많을 때, 자전거를 지하철에 싣는데는 눈치가 보인다는데 달리 방법이 없어서 가장 뒷칸에 타서 이동했다.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모여서 차로 춘천까지 이동한 뒤, 코스를 돌아보는데 거의 4시간이 걸렸다.
다 돌아본 것은 아니고 총 40Km 중에 25Km정도를 돌았다.
가져간 자전거의 벨브가 부러져서 바람이 빠져버리는 통에, 대신 철티비를 강촌에서 5천원에 빌려서 돌았는데, 저단 기어가 먹지 않아서 중간에 몇차례 자전거를 끌고 언덕을 올라야 했다.
답사를 마치고 나니 근육통이 심하게 몰려왔다.
춘천 시내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서울까지 이동한 뒤, 합정역에서 집까지 바람 빠진 자전거를 싣고 돌아오는데, 노약자석에 앉아 계시던 왠 할아버지가 지하철에 자전거를 실어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느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는 바람에 기분이 좀 다운됐다. 게다가 죄송하다고 거듭 말씀 드리는데도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반복해서 황당하게도 “자전거를 싣고 타는 것이 대단한 것처럼 특권 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전거 전용칸을 만든다고 했지 아직 만들지도 않았는데 왜 자전거를 지하철에 실어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느냐. 당장 내려라.”고 소리를 치시는 것이다. 뭐라 하겠는가. 죄송하다고 다시 말할 수 밖에.....
중간에 어떤 아주머니가 시끄럽다고 말씀하셔서 좀 수그러드시긴 했지만, 핸드폰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으시더니 내리면서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당당히 말씀하셨다. 참 열심이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식의 약강강약을 싫어하기에 나는 “꾸짖으시니 행복하신가요?”라고 물어볼까 생각했지만, 이내 내리시는 그분께 “건강하세요. 어르신”이라는 말로 대신 짤막하게 인사를 드렸다. 그분은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실 것이기 때문에 말해봐야 소용 없기에.
아마도 전자처럼 물었다면 "너 때문에 불행하다."라고 대답하셨을 지도.....
가끔씩 지하철에서 만나는 할아버지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무작정 화부터 내고보기’의 달인이시다. 그만큼 척박한 환경속에서 그분들이 살아왔다는 반증으로 여겨진다. 그분들은 그래서 사회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술 한잔 걸치시고 전임 대통령들을 욕하고, 무너지는 도덕(심지어 노약자석에 어린애가 앉아 있어도)에 분노하고, 대놓고 남을 꾸짖고 가르치려하는 분들이다. 휴우....
코멘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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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ch
09.0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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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9.05 12:49
jubilee님이 동안의 꽃** 이란 얘기죠.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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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타
09.05 17:04
많은 분이 그러시는것 같지않고.. 몇분이 그러시는것 같아요...
지하철 비용을 유료화 하면 그분들 안타시지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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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내시고 타시는 노인 분들은 자전거가 보기에 거슬린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고, 돈내고 타는 사람은 죄송하다고 사과를 해야 하고 이런 일이 벌어지네요. 신구간의 갈등 포착 세번째입니다. 앞으로 이런게 점점 많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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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9.06 00:51
돈안내고 타는 노인들과 돈내고 타는 젊은 것들의 대립 이라는 시각이 매우 불순해 보입니다. 나이드신 분들은 돈 안내고 타신다기 보다 이미 돈을 다 내셨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앞으로 탈 돈도 미리 다 내놓고 타고 다니는 분들과 아직도 요금 덜내고 타고 다니는 분들 누가 큰소리 쳐야 할까요 ?
경로우대.. 사회가 잘나서 우대해 드리는거 절대 아닙니다. 지금 사회를 만드신 분이라 당연히 챙겨드려야 하는 것들의 극히 일부만 형식적으로 챙기고 있을뿐.
보기싫은 노인들도 가끔 있지만, 보기 싫은 젊은 것들이 훨씬 많은게 현실입니다. 개똥녀 같은 분이 경로우대 받으시나요 ? 그 분들은 요금내기때문에 보기싫어도 되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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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용군
09.06 14:33
제가 자전거 전차에 몇번 태우고다녀본후 엄청난 민폐라는게 느껴져서 더이상안타고다니죠-_-
사람타기도 힘든 대중교통입니다
그리고 짓꿋은 노인양반들도있습니다 하지만 안그러신분이더많습니다
전 자리가 생기면 일단 자리에착석을 을합니다하지만 노인 혹은 아이동반한 부모 혹은 힘들어보이는삶에게 우선적으로양보합니다만
저도 피곤해서 모른척한척도 몇번있네요
경로우대는 당연필요한것입니다 다만 강요하지않고 자발적으로 해야하는것이겠지요
그노인들의 시대에는 그것이 당연한 시대였습니다.
비행기에서 담배피고 극장에서 담배피고 버스에서 담배피던 시절이야기를 지금 할수는 없겠죠
상대적으로 억울하실수도 있는 겁니다
젊은 저는 몇시간이고 서서 갈수있습니다
노인은 않아서 가는것도 힘듭니다
한마디더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대놓고할수있는 복지정책중하나가 두다리로 서서가기 힘든 노인네들을위해 무료 아닌 무료로 대중교통이용할수있게해주는겁니다
안타깝죠
얼굴 험하신 분에게는 저렇게까지 소리를 치진 않았을 것 같네요. 한 번만 조용히 꾸중하고 말았으면 좋았을 것을.. 꼭 상대방을 기분나쁘게 해야하는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