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얘기하는데....만약 출국직전 공항에서 여권이 없다면 어케?
2010.09.24 20:57
진짜 쪽팔리는 얘기여서 감추고 싶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슬쩍 꺼내 봅니다.
혹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성 싶어서요...
얼마전에 가족들이랑 외국엘 다녀 왔는데요,
열심히 목록 만들고 준비하고 하느라고 제법 정성을 들였답니다.
기본 필수품, 옷, 돈 등등...물론 가는 곳의 정보도 많이 모았죠.
그리고 출발 전날 저녁에 짐을 쫙 싸서 모아 놓고 잠을 잤습죠.
패키지를 이용했었는데 출발시간이 아침 9시 40분인데 7시 10분까지는 오라고 하더라구요.
가벼운 마음으로 짐을 다 챙기고 인천으로 출발했습니다.
휴일인 토요일 아침이라, 차를 좀 밟았더니 6시 50분 정도쯤 도착하더군요.
공항 도착 직전 이런저런 얘길 하다 보니,
아뿔사......여권이 없는 겁니다......
저는 마눌이, 마눌은 제가 챙긴 줄 알고 있더라는...
순간 앞이 노래지더군요.
여권 두고 탄다는 얘기 안들은 건 아니지만, 그건 진짜 여행 왕초보나 덜떨어진 사람들의 얘기로만 알았는데..
(참고로 저는 KAL 30만 포함하여 총 50만 마일 정도의 마일리지가 되니 초보는 아닙니다)
이 순간 서로 상대방을 원망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라는 걸 알기에
비난이나 고성, 책임 추궁 등은 피하면서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짱구를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얘기를 해보니 4명의 여권이 식탁 위에 있다는 건 알겠더라구요...ㅎㅎㅎ
대안1은 다시 집에 갔다 오는 것인데,
우선, 시간이 좀 빨라도 분당 집을 왕복해 오기는 불가능하더군요. 편도로 1시간 넘게 걸릴테니...
왜냐면 최소한 8시 40분 가지는 여권이 와야 한다고 하니깐...
그래서 제가 대안2로 퀵서비스를 찾았습니다.
평소 거래하는 곳이랑 여기저기 전화번호를 수소문했는데,
문제는 휴일날 아침이라 직원들이 늦게(8시 이후) 출근한다고 하고
더우기 분당에서 인천까지는 자동차 전용도로라 오토바이로 배달이 불가하다고 하더군요.
몇 군데 연락해보다가 도저히 안될 것 같아 한숨을 쉬는데
(비용은 10만원 부르더군요. 서비스가 되면 감지덕지지만서두...)
마눌이 아줌마의 힘을 발휘하더군요.
평소 왕래가 잦은 윗집 아줌마한테 전화를 해서(아이가 같은 학년이라)
집 자물쇠 비번 갈켜 주면서
여권 미리 챙겼다가 퀵 아저씨 오면 전달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그 아줌마가 여권 갖고서는 퀵을 기다리는데,
그걸 보고 있던 회사원인 위집 아저씨가
통화내용을 듣더니 오늘은 퀵이 안될거야라면서 사정이 급하니 내가 그냥 다녀오겠다라고
자원등판을 해주시기로 하셨다지 뭡니까....
전화기 너머로 그 얘길 듣는 순간
안도의 한숨이...... 휴...
만약 공항에서 여권 때문에 되돌아 갈 수 밖에 없다면
평생을 두고 두고 까이고...
되새기면서 까이고...
숙성시켜서 까이고...
잊어 버릴만 하면 다시 꺼내서 까일 무소불위의 소재임은 불문가지...ㅠㅠㅠ
친절한 이웃을 둔 덕분에
평생까임의 공포를 겨우 벗어나서
무사히 출국하여 면피할 수 있었습니다.... 만쉐이...
(물론 여행 와중에 마눌이 이 얘기를 일행들한테 재방, 3방하는 통에 얼굴을 못들었지만서도.....)
아줌마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윗집에는 당근 감사의 표시를 여러차례 했습죠....
해외로 나갈 때는,
아무리 익숙하다고 해도 기본적인 것을 한 번 더 챙겨도 나쁠 것이 없을 듯 합니다.
결론은, 저 같은 실수를 하지 말자구요...ㅠㅠ
코멘트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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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경
09.2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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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티켓이야 양반 아닙니까?
이름이랑 항공사만 알아도 창구에서 재발행이 될 테니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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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곰
09.27 02:02
리모컨 ㅎㅎㅎ
가져가셔서 어떻게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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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군
09.24 21:26
만약 공항에서 여권 때문에 되돌아 갈 수 밖에 없다면
평생을 두고 두고 까이고...
되새기면서 까이고...
숙성시켜서 까이고...
잊어 버릴만 하면 다시 꺼내서 까일 무소불위의 소재임은 불문가지...ㅠㅠㅠ
여기서 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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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
09.24 21:47
아... 무언가 다른 방법이 있는줄 알았습니다.^^;
무조건 가져가야하는군요.
공항에서 발행되는 임시 여권이나 뭐 그런건 없나 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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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여권 없다고 하더군요.
아마 외국에서 여권 분실 시에는 해당 영사관에서 그 어떤 조치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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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타
09.24 22:00
좋은이웃인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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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두 뱅기 티켓을 안가져가서..^_^;;; 공항 도착해서 해당 항공사가서 출력해달라고 부탁헀었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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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사무실에 두고 퇴근을 했었는데, 다음날 출근 할 때 집에다 키를 두고 간놈은 어디가서 이야기 못하겠습니다. .ㅡ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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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09.25 00:26
역시 이웃과는 친해야 하는 거네요. ^^
딱히 건망증으로 실수한 기억은 없네요.
실수한 경우는 대부분 음주로 인한 실수 뿐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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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T
09.25 06:19
역시 이웃사촌의 파워란.. ^^ 저도 다른 방법이 있나하고.. 끝까지 읽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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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09.25 10:00
항상 그런 상황을 상상하고는 있습니다. 그치만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는데요,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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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아슬아슬 하셨네요.... 만일 당사자였다면... 끔찍했겠네요... 그 똥줄 타오름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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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09.25 14:39
읽다가 같이 똥쭐타는 줄 알았어요....푸휴~
ps.글이 잼나네요. 또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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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여권사진은 회색 진하게 들어간 안경 끼고 찍었는데.. 원래는 안되는거 였다네요;;;
근데 사진을 늘렸는지 왠지 .. 야쿠자 같다능..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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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읽다가 감정이입이.
결국은 여권을 챙겨야하는거군요.
아니 왜 그렇게 바보같은 일을 하셨어요....
전 정말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차라리 비행기 티켓을 놓고 간 적은 있지만.....험험.)
- 거래처 정보가 입력된 PDA폰을 두고 텔레비 리모컨을 들고 간 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