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눈에 비친 세상이 불편할 때
2010.10.08 15:54
철학적인 얘기는 아니고요.
여러모로 확인해보면 제 눈은 초록색약(deuteranomaly)인 것으로 나옵니다. 가장 흔한 종류의 색약이기도 하죠.
인구의 5%정도에서 나타난다나? 아마 이 정도 확률이면 KPUG 회원 분들 중에 저 말고도 해당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참고로 초록색약은 원추세포 중 초록색을 감지하는 M 원추세포의 민감 파장이 약간 적색 쪽으로 치우쳐 (대개 534 -> 498nm)
적색을 감지하는 L 원추세포와 감지파장(420nm)이 더 겹쳐서 초록색 계통의 분간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둔감한 것이라고 합니다.]
http://en.wikipedia.org/wiki/Color_blindness#Dichromacy 에 올라와 있는 3개의 그림을 보니까 딱 알겠더군요. 저는 2번째 그림에서
숫자가 전혀 안 보입니다. 여러 화면에서 다 열어봐도 마찬가지. 여러분도 한 번 확인해보세요.
어쨌든 대다수의 사람과 미묘하게 보는 게 다르다는 건데... 확실히 풍경 같은 걸 볼 때 푸른 잎과 붉은 꽃 색깔이 어우러져 있을 때
다르게 보이는 것 같네요. 이것이야... 각자 알아서 보이는 대로 감상하면 그만입니다. 옆사람에게 '난 이게 이렇게 보여' 하면
'어? 내가 보는 것이랑 좀 다른데?' 같은 얘기는 주고받을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풍경같은 것 말고 표지판, 표시등 같은 데에서 종종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부모님이 우려했던 게 신호등
색깔 구별 못하는 것 아니냐였는데 (실제로 일부 국가는 면허를 못 따도록 되어 있죠) 다행히 기존의 전등식 신호등은 전혀
구분하는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면허도 문제없이 땄습니다. 하지만 LED 신호등으로 넘어오면서 살짝 문제의 소지를 엿봤습니다.
전자제품 보면 3색 LED 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한번에 대략 주황-노랑-초록을 표시해주죠. 풀컬러 LED 전광판이 본격
등장하기 전까지 LED 전광판에서 흔히 쓰여왔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LED는 제 눈으로는 그냥 기본적으로 노랑색과
'무언가 다른 색' 등 2개의 색으로 보입니다. 전자제품의 상태표시등으로 이런 걸 쓰는 제품 보면 짜증나게 마련입니다.
요즘 보이는 LED 신호등 대부분은 적/황/록 3색이 제법 분명하게 파장이 구분된 편이고, 그렇지 못해도 초록과 나머지 색은 잘 구분
되게 초록이 좀 청색 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초창기에 봤던 일부 신호등은 초록마저 3색LED에서 봤던 그런 색이었습니다.
졸지에 애매한 색들의 향연이 펼쳐지더군요. 쩝. 순서로 구분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것 말고도 표지판이나 지도에서 색깔을 약같 옅게 해놓으면 제 눈에는 색이 섞여버려 애를 먹습니다. 옅은 주황과 연두색
정도에 해당하는 색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인데... 그냥 둘이 다 뭔가 옅은 갈색 비슷하게 보이곤 합니다. 아마 만든 사람 눈엔
분명히 구분가는 색들이었겠죠.
딱히 장애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저런 상황이 발생할 땐 난감하긴 하더군요. 사람이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만들어놓고
잘 만들었겠니 하고 있지 정작 어떤 사람 눈에는 희한하게(?) 보일 것이라는 걸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ㅎㅎ 설계나 디자인
하는 쪽 분들 한 번 생각해 볼만한 점인 것 같습니다.
코멘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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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10.0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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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함이 명품을 만드는 거죠. 모든 사람이 자신의 분야에서 명품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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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 모르게 눈이 정상이 아닌 사람이 많습니다만 마음의 눈이 세상을 똑바로 볼 수 있다면 뭐가 문제이겠습니까.
양쪽 눈이 짝눈인 부동시, 제대로 보아도 삐툴어져 보이는 사시등등
예전에 눈 가지고 정밀검사를 받아 본 적이 있는데
안압도 제고 굴절률등도 체크해보고
의외로 눈이 비정상인 사람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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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
10.08 17:31
저는 색맹은 아닌데 요즘 잔상이 생깁니다. 병원에 물어보니 노화의 증상이라네요.
그러니까 잠깐 전에 본 것이 나중에 보이는거죠. 운전할때 참 위험합니다.
나름 스피드광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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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0.08 18:25
사실 조금만 배려를 한다면 이런 정도의 '장애'는 PTC 미맹 처럼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데 안타깝네요.
저런 그림은 모니터의 색상만 조금 세팅해도 잘 보일 수 있을 겁니다. 저도 두번째 그림에서 숫자는 그리 분명하지 않네요. 사실 그림 세개 모두 별로 분명하지 않은데 두번째 것이 제일 심하네요. 그렇지만 신호등이나 LED들이 이상하단 인상을 받은 적은 없는데 둔감한 건지도.
가끔 강아지들 눈엔 어떻게 보일까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본가의 강아지들 중 하나는.. TV를 열심히 보는데. 간혹 흥미있는게 나오면 (주로 다른 동물) TV뒤를 들여다 봅니다. 거기 있는 줄 아나 봅니다. 이녀석은 전화도 받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 녀석은 TV에 전혀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화 받으라고 하면 꽁지 빠지게 도망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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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전 세번째 그림이 잘 구분이 안 되네요.
설명을 읽고난 후에 보니 대강 그렇구나 싶은 정도...
참...
만화가 이현세씨가 색맹이라죠?
학창시절 채색을 한 그림을 그렸더니 선생님이 색칠이 이게 뭐냐고 해서...
색을 쓰지 않아도 되는 만화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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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없으면 금방 나올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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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불편한 줄 모르고 수십년을 살아 왔는데,
멉니까 이거...... 세 번째 그림에는 아무것도 안보이네요..
첫번째 두번째는 아주 명확하게 보이는데도 말입니다.
노안인 것일까 아니면 Tritanopia라는 청색맹 종류일까나.....염색체 7번이 carrier라는데.....
그래도 뭐 .... 어떠랴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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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10.08 20:23
저도 두번째 그림은 구분이 안 되네요. 시각에 여러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거든요.
적녹색약이 생긴 건 꽤 오래되었어요. 면허취득하고 그 다음해였던 듯 싶네요.
야맹증은 학창시절에 버스를 놓치게 만드는 주요인이 되었죠. 밤길에 버스 번호는 정차전까진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시력 역시 그리 좋지 못해요. 0.2 0.3 인데... 그나마 마이너스가 아님을 위안으로 삼고 있죠.
좀 오래동안 눈을 혹사시키면 눈물도 나오고... 충혈되고... 잔상 같은 것이 보이기도 하고... -_-;;;
그래서 평소에 짬이 나거나 하면 눈을 감고 있어요. 졸리거나 해서 자는 게 아니라... 그냥 눈을 감는 거죠.
가장 힘든건... 사진을 찍은 후에 약간의 보정을 하는데.... 색감 맞추는 게 간혹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피카사 같은 프로그램으로 자동으로 돌려버려요. 내 눈의 색감에 자신이 없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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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타
10.08 22:37
두번째 보이긴하는데.. 잘안보이네요.. 57 로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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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빠이야
10.08 22:38
모니터가 너무 밝으면 잘 안보이는듯 합니다. (특히 가장 밑에있는것..) 모니터 밝기를 조절하고 한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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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장애라 할 수 있는거군요. 근데 두번째 사진 49가 아니라 44로 보이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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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0.09 03:34
저런 그림은 인쇄된 책자에서 보아야 합니다. 모니터에 보여주는 것은 그냥 예제라고 보시면 되고요 저걸로 자신을 진단하면 안됩니다. 색약검사하는 책자가 따로 있고 그렇게 검사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검사시의 조명도 중요합니다.
웹에서 보이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모니터 종류와 셑팅에 너무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세가지 모두 잘 보이는 사람이 문제가 있는 수도 있습니다. :P
미술에서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감각과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한 창작이 화두가 되고 있기도 하다고 압니다.
개인적으로는, 적외선을 볼 수 있는 개나 나비의 눈이나, 어안 시야나, 곤충의 시야로 본 세상은 어떻게 얼마나 다를까 생각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