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고양이 밥주기
2010.10.10 11:45
우리집 주변엔 길고양이들이 자주 나타납니다.
언덕배기 골목 끝 집이고 아파트 놀이터와 닿아있는 등 냐옹이들이 쉬고, 활동할만한 공간이 충분해서 그런지
늘 보이는 고양이만 해도 대략 5마리 이상입니다.
몇 년새 세상을 떴는지 보이다가 이제 안 보이는 고양이들도 있고...
우리집 식객, 나비를 따라서 매일 밥 얻어먹으러 오던 "꼬마" 라는 고양이가 있었지요.
나비는 당당하게 애완고양이마냥 밥 달라고 냐옹거리면서 다가와서 살랑살랑 꼬리치고, 다리에 부비적대고 했는데
꼬마놈은 우리를 경계하고 약간 떨어져서 벽이나 계단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 얼굴만 내놓고 밥을 주고 들어가기만 기다렸죠.
1년 정도가 지나니 "꼬마"도 자라서 이제 작은 꼬마가 아니지만, 이제 낯이 익을만도 한데 지금도 여전히 경계합니다.
계단에 나타나 배고픈 눈빛 보내면 계단에 밥을 주고, (이 놈이 꼬마)

어떤 놈이 옆에서 담장 옆에서 부러워 하면 거기다 놔주고 (얘는 "주둥이")
언젠가부터 뒷마당 쪽 버려진 공간에 고양이들이 종종 쉬고 있더라구요
밥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거기는 우리집에서 한 층 아래 공간이라 위에서 아래로 사료를 부려주면 사방팔방으로 튀어서 안되겠고,
또 내려가서 돌아가자니, 그 곳과 연결된 곳 통로를 2층에 사시는 분들이 문을 달아 잠궈놓고 쓰고 계셔서 지날 수가 없고,
그래서 ... 고등학교 때 물리를 배운 사람으로서 과학적 머리를 써서 "과학적 고양이 밥주기" 를 생각했습니다,
"종이컵 두레박"
1. 종이컵 양쪽 상단에 수평이 잘 맞도록 구멍을 뚫어 실을 꿰어줍니다.
사실 첫 번째는 1단계로 끝냈었는데, 아랫층까지 내린 후 밥을 얌전히 부어주는 기능이 없어서
컵을 바닥에 자빠트려서 쏟아주느라고 위에서 실을 이리저리 흔들고 불편했었죠.
그래서 창의력을 발휘!
종이컵 아랫쪽에 구멍을 내서 실을 하나 더 연결합니다.
요렇게...
컵을 내려준 후 아랫쪽에 연결한 실을 당겨서 컵을 휙 뒤집어주면 사료가 얌전히 쏟아지겠죠.
장치를 완성한 후, 고양이 사료를 컵에 담고
기대하고있는꼬마의모습.jpg
조심조심 아래로 내려줍니다.
꼬마가 밥 먹으려고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실이 배배 꼬여 실을 당길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잘 풀어서 내려줄라고 종이컵을 위로 당겨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만...
올리던 도중에 컵이 기울어서.... 와장창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꼬마...
나를 완전 원망하는 눈빛 ;;;
미안하다 ㅡ_-;;
"과학적으로 고양이 밥주기" 프로젝트, 대실패!!!
p.s 고양이 사료 협찬 : 고양이를 사랑하시는 my 남자친구
코멘트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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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10.10 12:10
과학적 고양이 밥주기... ^^
종이컵을 내려 놓을 때 바닥에 닿으면 쓰러지도록 아래쪽을 원뿔처럼 하면 어떨까 싶네요.
고양이 사료를 넉넉하게 넣고 내리면 바닥에 닿아서 넘어질테고 쓰러지면서 고양이 사료를 쏟아 놓겠죠.
이후에 다시 당겨 올리면 컵안에도 조금은 사료가 남아 있겠지만 쏟아져 나온 사료는 흩어지지 않을 듯 싶네요. ^^
저도 고양이 사료 좀 사 놓아야 겠어요. 옆 원룸 주차장에 고양이들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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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둥이' 너무 이뻐요. 오옹하고 있는 저 입. 아 이뻐라..
저희집 2층 베란다를 아슬아슬하게 다니는 고양이 한마리가 있었는데. 종종 사료를 주곤했어요.
그러고 몇주가 지나자, 그 고양이가 아파트복도한복판 혹은 우리집 현관앞에서 밤에도 울고 낮에도 어슬렁거리고, 다른집 베란다들도 넘나들고. 그러다가 잡혀가면, 결국은....그런건데.
사료를 이젠 더 못주고 있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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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0.10 1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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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소
10.10 13:28
내 사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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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0.10 14:08
꼬소님 고양이 사료먹고 사세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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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소
10.10 17:06
맛은 잘 모르지만... 한 뚝배기 하실래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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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분 좋게 웃었네요.
저도 평소에 소시지 가지고 다니다가 지나가는 개나 고양이에게 잘 주는 편인데..
개는 대체로 잘 받아 먹는 편이고..그중 경계하는 녀석들도 있지만.. 고양이는 왠만해서는
친해지기 어렵더군요. 동네에 자주 보는 한마리는 이제 한 3m 정도 떨어져서 먹을 것 놓고
자리를 피하면 먹더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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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eraesthetic
10.10 14:12
안쓰는 호스... 어떨까요? 위에서 종이 깔대기로 먹이를 쏱아 주면 아래에서는 소복히 쌓일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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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일 하실려고 한 것 같은데....
뭐 결국 고양이 고문이 되고 말았군요.
저 고양이 표정을 통역해 드리자면,
"너 시방 나 고문하냐!!!"
뭐 그런 뜻이 되겠네요^^;;
사진이 달라지셨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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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마녀
10.10 15:45
이거 대박이당.. 이런 소소한 일상 이야기 좋아요 ㅋㅋ
옛날에 9년전(?) 앞산에 있는 들개 가족에게 밥주고 집 만들어줬던거 생각나네요.. ㅋㅋ
그당시 디씨인사이드에 사진 올리고 사람들이 소식 궁금해하고 그랬는데... ㅋㅋ
사방팔방 튈까봐 과학적으로 고안했는데 와장창 튀어버렸네요. ㅋ
공수방법을 더 업그레이드 해보세요..
이거 학생들 축제때 옥상에서 계란 떨어뜨리기처럼 대회를 열어도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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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0.10 17:14
요즘같으면 동물농장에 나올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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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애정담긴 프로젝트가... 같이 참여하고 싶어집니다 --*
저는 길가다 길고양이 만나면 무조건 "야옹~(제가내는소리)" 하면서 다가가는데 가끔 몇년에 한번씩 "야옹~(길냥이소리)"하면서 반겨주는 놈이 있습니다. 사람손 탄 놈이죠... 그럼 지저분해도 막 귀여워 해주고 다시 길을 가게됩니다. 가끔 집주변의 길냥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경우도 있구요. 그런데.... ..... ....
저희 나비(이름이 같네요)가 집을 가출했을때 찾다가 우연히 길냥이에게 구타(?)를 당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나비가 등을 굽히고 깨개갱(개소리?) 하고 있고 덩치큰 길냥이가 나비를 흑흑 ㅜㅜ 잽싸게 달려가 길냥이를 쫓아내고 나비를 데려왔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길냥이들이 곱게 보이지 않더군요 --;; "저놈들 나비를 구타한 놈들과 한패겠지" 라고 생각하면 경계의 눈초리를 날립니다.
대문관리를 못해서 나비가 나가게 되는 불상사를 만든 책임이 우선 저에게 있으니 길냥이가 무슨 죄겠나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생각해보니 그 사건 이후로 길냥이에게 밥을 안주게 되었던것 같습니다. 의도한건 아니고 그냥 마음이 안간것 같습니다.
역시 팔은 안으로 ㅋ
PS:그래도 아직도 길냥이 만나면 "야옹~" 하면서 다가갑니다 ^^;; 안오면 "쳇"이고 오면 "ㅎㅎㅎ"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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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아주 귀엽습니다. 고양이도 분명히 크게 원망하지는 않았을 꺼에요. 배고프면 왔다갔다하면서 주워 먹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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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트라이 (Good TRY) 하셨습니다.
다음에는 꼭 성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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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10.10 21:35
네번째 냥이 사진 해석 : 여기다 놔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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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실패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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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공사판에서 등에 짊어지고 모래 담아서 가는 통 구조는 어떨까요?
이름을 몰라 나름대로 생각해 보면 "밑빠진 종이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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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
10.11 13:17
이번 주말에 모두 모여서 각자 준비한 방법으로 시도해 보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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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daisy
10.11 13:24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지는 고양이들이 투표로 결정??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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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정성이 대단하십니다..
근데 전 데이지님 한번도 뵌 적이 없지만, 어쩐지 "매우감성적인 분" 일것 같아서.... "과학적" 이라는 표현을 쓰시는것이 다소 생뚱스럽다고 생각했네요^^
가끔 고양이가 무섭네요.. -_-;
그 현재 지내고 있는 어머니 가게에 2층과 1층 사이에 왜있는진 모르겠는데 한 50cm정도의 공간이 있고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없는것 같은데
가끔 고양이가 와서 울어댑니다.. -_-;;;
처음 들었을땐 진짜 귀신인줄 알았습니다 ㅠㅠ 하지만 낮에보니 귀엽네요 :D
주변에 애들한테 보여줬더니 뜬금없이 "저럴땐 로봇이죠 행님! 4족 어쩌구 하는군요.. =_=; 희한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