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학에서 일하기도 호락호락하지 않네요.
2010.10.13 02:31
제 모교에서 교수들이 서로 사이가 안 좋았던것 이해가 안 갔는데요. 오늘 제가 확실히 알았네요.
크게 두 부류의 동료 교수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절 무시하는 집단 (아직은 한명입니다만 늘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처음에 저에게 도와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해주면 제가 바꿔놓은 것에 하나하나 토를 달더니만 결국 최종보고서엔 이걸 다 집어 넣어 적용하더니 제 도움에 대한 언급은 일절없습니다. 다 자기가 혼자 만들어 놓은 것인양 말합니다. 오늘도 야간 수업이 펑크나서 저보고 해달라고 부탁받았거든요. 밤 8시까지 아무도 없는 빈 강의실에서 뒷정리하면서 으... 라고 속상해하고 집에 왔는데요. 오늘 힘들었던 것은 강의 내용보다는 이리저리 지적 받는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 교수가 모르는 분야는 필요 없는 내용이니 빼고 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내용은 교육과정에 없으니 빼고, 강의 전에 초등학교 산수 문제 풀듯이 지적받고 정말 기분상했지만, 학생들은 만나야 하고 힘들게 끝내고 나면 아무도 몰라주고 뭐 이런 식입니다.
둘째는 절 이용하는 집단
첫번째는 애써 피해다니면 되지만 이 두번째 분류의 동료들도 참 대하기 힘듭니다. 우선은 일상 생활에서는 저에게 너무 잘해줍니다. 그래서 저도 기쁘고 주위 사람들도 행복하고 이렇게 해 나가면 되는 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나중에 다 해 놓은 밥에 숟가락만 하나 올려놓을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 개인 담당인 원생들 4명을 내일 애써 자기가 또 불려서 상담을 하겠다고 합니다. 처음엔 절 무시하려고 하나..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게 아니라, 이 4명 학생들은 특별히 2명의 교수한테 지도를 받으니 분명 성과가 좋을 테고 거기에 자기 이름을 올리고 싶은 거겠지요. 문제는 이 교수는 저에게 너무 잘해줘서 이 사람없이는 생활하기도 힘드니, 지금와서 상관말라고 말하기도 힘듭니다.
이래저래 대학생활은 난관이 많네요. 오늘 8시에 집에와서 맥주한병 따고 쇼파에 푹 앉아서 한탄만 하고 있습니다.
코멘트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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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교수는 궂이 학생을 더 지도하려고 하는군요. 자기연구하기만도 바빠서.. 그럴 시간이 부족할거 같은데 말입니다.
역시 어떤 사회든 만만치 않은듯
누가 그러더군요. 사회생활은 최선이 아닌 차악만 선택해도 괜찮은거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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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0.13 03:48
양쪽다 이용하는 집단이네요. 힘이 없는 상태라면.. 눌리면서 힘을 기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올라가서는 다시는 일어설 수 없도록 확인사살해야 추가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죠. 두 경우 모두 일하는 것을 모두 문서로 남기면 차후에 좋은 증거가 됩니다.
저는 우리나라서 박사했지만, 저런 경우는 당하지 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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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 왕초보님이 미국 어디서 박사했다고 알고 있었던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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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님 호주에서도 공부하신 걸로 아는데요. 박사학위가 서너개 일지도 모르죠^^;;
아니면 석사는 미국, 박사는 한국 뭐 그러실 수 도 있고요.
가끔 호주에서 학사학위가 서너개인 사람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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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0.13 11:20
진실은 저너머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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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 감사합니다. 월급 공짜로 받는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그냥 순진하게 학생들만 열심히 가르치고 싶었는데, 그것도 힘들어요. ㅠ_ㅠ
저희 고향 전문용어를 빌리자면, 제가 조금 더 "통빡 굴리고" 눈치 잘 봐가면서 살면 어찌어찌 해쳐나갈 수는 있겠습니다만, 열심히 고딩, 대학생, 원생 들을 이 손으로 가르치겠다는 초심은 흐려질까봐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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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라도 비법 전수해주세요. 저도. 비슷한 걱정을 요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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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o
10.13 08:35
직장이나 학교나 거기서 거기지요 ㅎㅎ
오히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학자들은 외곬수 적인 성격이 있어야 대성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사회에서 인간관계 맺는게 더 어렵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답은 하나밖에 없는거 같아요. 내가 조낸 커서 남 신경 안쓰고 살 수 있는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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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10.13 22:43
넘 어울리는 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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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소
10.13 09:47
힘내시고 다 잘 될거라고 믿습니다...
통닭통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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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든 그런 사람도 있군요.
힘내세요. 그 사람들이 받을 복이 파리님께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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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0.13 11:22
내가 조낸 크더라도 남 신경 안 쓰고 살 수는 없답니다. 크면 큰물고기 조심. 작으면 작은 물고기와 큰 물고기 조심.. ㄷㄷㄷ
남 신경 안쓰고 사는건 나무코트 입은 뒤 뿐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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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다 리플 감사합니다. 그래도 대학교 내에서는 남 험담하는 이야기 안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케이퍽에서만 소심하게 한글로 주저리주저리 쓰고 있네요. 오늘 디렉터에게 제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니까 그 사람이랑 같이 일하는 것은 빼달라고 했습니다만, 어찌 돌아갈지 한번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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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10.13 22:44
힘내세요... 그냥 그려려니 생각하시면 편해요...
어찌 한국 교수"님"들이랑 비슷한 것 같습니다. 자기 수없하기 싫을때 연구원 박사 불러서 세미나 시키는 사람"분"들처럼 말입니다.
미국 대학교는 그 정도는 아닌것 같습니다. 이기회에 미국으로 잡을 한번 찾아 보시는 것도(?)...
본인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한번 정도 "과감하게 NO"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니면, 스스로 고행의 길이라 생각하고 조금 참으시는 것도 다른 방법입니다. 저라면...당당하게 옭고 그름을 따져 보고 싶습니다.
기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