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갈던 노인을 만났습니다.
2010.10.21 16:34
뭐 저도 지금 하루벌어 하루 먹고사는 처지라서지만..
제가 아침이 다되어 다들 출근하던시간에 기어들어와서 샤워하고 빨래돌리고 신발이나 빨다가 한숨 눈붙이다 일어나니 점심먹을 시간 다되어가더군요
담배하나 입에물고 기어나가 하늘을 보니 하늘이 그렇게 푸르더 랩니다.
가난한 골목 어귀에서 어느 남누한 노인네가 숫돌하나 들고 다 떨어진 가방하나매고 칼간다고 외치더랩니다.
마침 숫돌도 잃어버렸고 칼이나 갈자싶어 부르니 단돈 2000원이라 하더 라고요
노인네 힘들어보여서 음료수한잔이랑 담배한개피 드렸더니 맛있게 피우시더라 라고 보이더랩니다,
칼갈던 10여분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식들 장가보내고 애들살기도 힘들어서 용돈한번 기대본적 없다 하더군요
낡아 빠진 운동화에 남루한 차림의 노인네가 하루 종일 목청 터지도록외치면서 고목나무같은 손으로 칼을 갈아봐야 하루에 쥐어지는돈은 단돈 1-2만원 5000원짜리 식사도아닌 잘먹어야 짜장면한그릇 담배한개피가 반쯤 태워갈때즘 비벼꺼버리더군요 그리고 칼을 다져다갈고 다시 꽁초를 주워 피시더랩니다
한개피 더 권하니 극구 사양하며 이렇게안피면 하루에 한갑넘게 피운다고 담배 값이 부담되어 그런다 하더라고요
나라에서 늙어빠진 노인네라고 쥐어주는돈은 단돈 9만원
저렇게 하루종일 걸어다니면서 목청터지게 소리지르고 칼을 갈아봐야 손에쥐어지는돈은 단돈 만원
시큼한 콜라한잔 담배한개피 꼬짓꼬짓한 천원짜리 두장으로 너무 많은 걸 느껴버렸네요
흔히들 이런말을하죠 이런것을보고 측은해하면 그저 싸구려 동정심이라고합니다.
세상이 경멸스럽네요
코멘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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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바이크타고 다가 리어카 몰고가는 할아버지, 할머니 보이면 비상등 키고 살살살 지나가요!
(.. 이게 의미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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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0.21 17:30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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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쿠
10.21 17:30
제가 증권사 지점에 있었는데.. 어느날 굉장히 남루한 차림의 노인분이 오셔서 몇천만원인가..
하여간 꽤 큰 금액을 찾고 새 계좌로 넣어달라고 하시더군요. 아드님 명의의 계좌로요..
그래서 뭉클했죠. 와.. 이런 분들도 푼 돈을 모아서 이렇게 아들 명의로 계좌도 터주고 하시는 구나..
그런데 도장과 신분증 등이 안 맞아 그걸 댁으로 가지러 가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제가 동행을 했어요.
그분 길에 떨어진 꽁초를 주워 빠시더군요..
그리고 도착한 댁이.. 어떤 빌라 반지하. 그것도 반지하 "방"이 아니라.
그냥 반지하 통로, 거기였습니다. 박스를 깔고, 놓고 해서 대충 누울 자리만..
말이 그렇지 그냥 쓰레기 더미였습니다.
하여튼 다녀와서 계좌를 다 만들고 했는데. 제가 슬쩍 여쭤봤어요.
아드님 명의로 해주시니 좋아하시겠어요. 그랬더니,
아니 이거 몰래 해야지 알면 또 와서 다 빼간다..
그럼 왜 본인 명의로 안 하세요 했더니,
통장에 돈 있으면 국가 보조금을 못 받아서..
라고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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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0.21 17:32
사치는 모르는 분이시니 본인을 위해 쓰실것 같지는 않고..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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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10.21 20:44
준용님 글 잘 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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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breaker
10.21 21:57
괜시리 까칠해질 필요는 없습니다.
칼 가시는 분은 동묘 쪽에서도 본 적 있는 것 같군요. 아마도.. 다른 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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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준용군님 글도 잘쓰고 의외로 인간적인 면도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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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0.22 11:15
얼굴도 잘 생겼고.. 목소리는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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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건 정말 인정인데, 코스프레틱한 옷 입고 지난 번개 나타났을때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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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용군
10.22 14:56
그냥 헐렁한 티셔츠랑-_- 나일론으로된편한 바지에요-_-
경멸스러울꺼 까지 있나요...
어렵게 사시는 분들이 조금 더 편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저도 합니다.
운전을 할 때 마다, 뵙는 폐지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
정말 위험하게 차도롤 역주행도 하시지만, 차마 경적을 울릴 수 없는...
준용군님 착한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