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1급 기술자

2011.01.22 17:48

영진 조회:1122

 독일의 정찰편대의 비행사인 프리드리히 부쉬 중사와 신록마을의 초등학생인 레샤 미하일로프는 같은 날 동시에 훈장을 받았다.
부쉬 중사에게는 철십자훈장이, 레샤 미하일로프에게는 '레닌그라드 수호훈장'이 주어졌다.

독일 사령부에서 내려진 지령에 의하면 부쉬중사는  레닌의 도시 주변의 12개의 참호와 시설물을 발견해내고 파괴하여 "레닌그라드의 적들의 대한 훌륭한 위업"을 달성한 대가였고 레샤 미하일로프는 독일의 정찰편대가 이 12개의 진지들을 발견하게 해 준 공로로 훈장을 받은 것이다.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이 글은 잘못 인쇄된 건 아닐까,  레샤 미하일로프라는 자는 반역자가 아닌가?  철십자훈장이면 모르되 어째서 소련의 훈장이 수여된 것일까?


하지만 위의 기술에는 아무런 실수가 없다.  레샤 미하일로프는 조국에 대한 봉사로 인해 훈장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이 프리드리히 부쉬 중사가 훈장을 받은 이유는 분명히 악랄한 짓때문이었다.  하지만 바꿔 보면 매우 훌륭한 과업을 세운 셈일 것이다.  12개의 진지를 파괴했으니까 말이다.   또 레샤 미하일로프와 다른 동무들이 이들이 발각되도록 도운 것 역시 사실인 것이다.  하지만...

 

글쎄, 아마 여러분은 전혀 이해가 안될 것이다.  모든 것을 순서대로 이야기하도록 하자.

 


***


레샤 미하일로브는 내가 사는 신록마을에 살았다.  그 아이의 집은 과수원근처였는데, 연못이 있었다.  그 연못가에 지대공진지가 숨겨져 있었는데 거의 매일밤이면 핀란드쪽에서 레닌그라드를 향해 독일의 폭격기들이 날아왔다.  물론 진지는 하나뿐이 아니라 많은 수가 주변에 흩어져 있었다.


그 포화로 인해 벌써 오래전에 미하일로브의 집을 포함한 마을의 집들의 창문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깨졌고 나무판자등을 대고 막아지거나 베게들이 걸려졌다.  물론 이 포화들은 독일사람들이라고 피해가지 않았다. 

 

진지들은 잘 감춰졌다.  보통때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어서 공중에서뿐 아니라 땅에서 볼 때에도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어른들 눈에 띄지 않는 것이었다.  과연 아이들 눈에도 띄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이들은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이 진지들이 나타난 때부터 이미 훨씬 전에 냄새맡고 찾아내고 알아낸 것이었기에 어쩌면 그 대공포 사수들과 다름이 없을 정도였던 것이다.  거기 몇 정의 무기들이 있으며 몇구경이라든지,  사수가 몇명이 필요하다든지 누가 대장인지, 또 포탄들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발사하는 것이라든지 어떻게 명령이 전해진다는지 등 말이다.

진지들은 오로지 밤에만 불을 뿜었다.   폭격기들의 공격 후 다음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작고 가벼운 독일의 "헨셸-126"기 같은 정찰기가 날아들곤 했다.   반시간 혹은 그 이상을 그것은 마을위를 돌며 러시아의 진지들의 전개상황을 냄새맡다가 사라지곤 했다.

하지만 진지들은 침묵했다.  "헨셸-126"은 원을 그리며 맴돌다가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아이들은 놀랐다.

 

- 왜 안쏘는거지?  저렇게 쏠 수 있는 거리에 들어와 있는데!  한방이면 잡을 수 있을텐데!...

 

한번은 그들은 참지 못하고 철조망 너머 정찰기를 망원경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대장에게 소리지른 적 있다.

- 대장동무!  왜 보고만 있는 겁니까!  제2기총으로 칩시다.  단 한방이면 끝낼 수 있잖아요.

 

대장은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놀란 눈으로 아이를 쳐다봤다.

- 응? 그는 엄하게 소리쳤다.  - 너 어떻게 여기를 들어왔지?!
아이들은 서로 쳐다봤다.  그때 아이들중의 레샤 미하일로프는 대답했다:

 

- 우리 몰래...위장하고... 들어왔습니다.
- 그래 위장하고 왔다고?  대장은 소리쳤다.  - 바로 우리도 그걸 하고 있는 거란다, 알겠니?

 

- 아, 알겠습니다,  잠시 생각하던 레샤는 대답했다 - 위치를 발각되지 않으려는 거죠?

 

- 그래, 대장은 말했다 - 그래 바로 여기서 나가라!  여기에 걸어들어오면 안된다는 것 모르냐?
아이들은 말했다, 우리는 걸어오지 않고 기어왔는데요.

- 그럼 기어서 나가렴.

 

 

 

채 3일이 지나기 전에 진지에는 공습경보가 울렸다.   경보가 채 그치기 전에 이미 아이들은 평상의 위치로 자리해 있었다.  연못가의 덤불말이다.   진지의 사병들중 누군가가 이를 보고 대장에게 말했다.

 

 - 아, 뭐지? - 레샤 미하일로프를 알아본 대장이 소리쳤다,  - 또 너냐?  잠깐 너 나좀 보자!...

레샤와 동무들은 뛰어 도망쳤다,  다음에는 좀더 진지병들의 눈치를 보며 좀더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혁명기념일을 앞두고 있던 11월에 일어난 이야기다.  레샤와 그 동무들이 군법회의에 세워질 뻔한 일이었다.    너무 이야기를 서두르지 말자.  차근차근 이야기 할테니까. 

 

매우 좋은 겨울날이 되었다.   눈이 내렸지만 흩날리지 않았다.
방과후 아이들은 거리로 산책나갔다.  눈밭에서 놀기 시작했다.  얼마간 놀자 심심해졌다.   누군가 눈사람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 때 레샤는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 아니, 얘들아 눈사람보다 다른 거를 만들자,  그거 어떨까?
- 눈으로 진지를 만드는 거야.  대공진지가 어때? 

그 생각이 마음에 든 아이들은 연못가에 미하일로브의 과수원옆에
진짜 대공진지 옆에 터를 잡고 눈과 얼음을 뭉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온 종일 이를 만들었다 - 저녁때까지.   눈덩어리를 뭉쳐서 벽과 난간을 세우고 무기가 들어갈 광장을 만들었다.  굉장히 근사했다.  모두 진짜같았다.  포 대신 낡은 연통을 마구위에 앉아서 회전까지 되게 만들어서 조준할 수 있게까지 만들었다. 

 

이것이 토요일이었다.  다음날 아침부터 아이들은 자신들의 진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들 머리위의 구름 한점 없는 신록동네의 낯익은 하늘 위에 "헨셸-126"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매우  근접해 오래 날았다.  놀이는 더욱 재미있어졌다.

 

 

- 하늘을 봐! 꼬시까 무힌이 소리쳤다.  작고 얼굴에 천연두자국이 있는 아이였는데 별명이 "파리"였다.
- 공습경보! - 레샤가 소리쳤다. - 동무들, 각자 제자리로!
레샤는 제일 먼저 대공포자리로 달려가서 진짜 적기를 향해 포신을 돌렸다.

  - 파시스트놈들의 독수리를 향해 - 발포!  명령을 내리고는 자기의 대포로 응답했다
  - 쾅! 쾅!
  - 타타타타타타타타!! - 아이들은 합창하듯 소리쳤다.

 

언제나처럼 그 정찰기는 기수를 바꿔 한바퀴 돌더니 그 부르릉거리는 엔진소리를 울리고는 전선쪽으로 날아갔다.

 

아이들은 좀더 놀다가 흩어졌다.

레샤는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불려갔다.  그는 맛있게 찐감자를 기름에 찍어 먹어치운 후 더 달라고 그릇을 어머니에게 내밀기도 전에 그 그릇은 그의 손에서 날아갔다.  귀청을 때리는 소리가 들리고 두번째 세번째 굉음이 잇다랐다.  그 소리는 마치 머리 바로 위에서 내려치는 듯 했다.  레샤 집의 벽들에서 회벽가루가 떨어져내리고 부엌에서도 무엇인가가 쨍그랑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레샤의 여동생 베라는 미친듯이 머리를 잡고 소리치며 울기 시작했다.  레샤 할머니도 따라 울기 시작했다.

  - 폭격이다! 폭격! - 누군가 거리에서 소리쳤다.  이미 거기에서는 대공포가 포환을 날리며 응사하고 있었고 독일의 강하폭격기들이 휘파람소리를 내며 내리꽂고 있었다.


  - 살아야 한다!  마룻바닥 아래로 들어가! - 레샤 어머니가 명령했다.
의자를 밀치고 바닥 덮개를 힘겹게 들어올렸다.

 

할머니 다음 레샤의 여동생 그리고 남동생이 차례로 바닥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리곤 레샤는 황급히 모자를 벽에서 채어서 현관으로 달려나갔다.

 

마당에서 그는 꼬시까 무힌과 부딛칠뻔 했다. 무하는 숨이 차서 헐떡거리고 있었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고 입술은 바르르 떨렸다.

 - 아, 레샤! -  더듬거리며 겁에 질린 채 주변을 둘러보며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
 - 왜 그래? 무슨일이야?
무하는 숨도 쉬지 못했다.
 - 그거 말이지, 큰일났어... 우리들 진지가 지금 폭격당하고 있어!...
 - 뭐야? 거짓말! - 하얗게 질리며 레샤는 말했다.
 - 하나님께 맹세해! 내 눈으로 똑똑히 봤어.  폭탄 2발이 그대로 떨어졌어... 둘다 우리들 기지에 떨어졌어.

 - 네가 직접 봤다고 했어?
 - 그래 정말이야, 내눈으로 직접 봤다니까.  발까하고 물길으러 같이 갔었어 폭격하는거 보고 나는 곧장 도망쳤고 걔는...
 - 걔는 뭐? - 레샤는 동무의 어깨를 쥐고 흔들고 있었다.
 - 걔는 진지로 뛰어갔어, 진짜 진지 말이야.  - 무하는 그렇게 말하곤 고개를 푹 숙이곤 울기 시작했다.

 

독일비행기들은 장난감기지들을 폭격하고는 날아 돌아갔다.   대공진지위에 울려퍼지던 공습경보는 그치고 마을도 잠잠해졌다, 하지만 발까 브로빈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이었다.
레샤는 발까네 어머니에게 몇번이나 뛰어갔다.  그는 "자신의 눈으로" 발까가 살아있는 것을 봤다고, 그 앙를 대공진지로 초대해서 과자며  차등을 대접했다며 발까 어머니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레샤 자신은 걱정을 놓을 수 없었다.

"내 잘못이야 " 레샤는 생각했다. "이 바보같은 대공진지를 내가 생각해 낸거고, 걔는 만들어 달라고 하지도 안았는데.   걔는 막 레닌그라드로 피난 온 아이인데..."

레샤는 대공진지로 가서 털어놓을까 생각했다.  이것은 발까 잘못이 아니라 내 잘못이라고 털어놓아야지/  그때 레샤네 집 대문을 누가 두들겼다.  바로 발까가 서 있었다.

 

  - 아, 너 집에 있구나, - 걔가 문가에 선 채 말했다.
  - 어서 들어와, - 레샤가 말했다.
  - 아니야, 안들어갈래... 발까는 우물거렸다.

  - 너 누구랑 함께 있어?
  - 아니 아무도 없어, 할머니는 주무시고, 엄마는 배급타러 나갔어.  들어와, 괜찮아.

  - 레샤, 브도빈은 레샤를 쳐다보지 않은 채 말했다.
  - 실은 말야, 너 군법재판에 서게 될지 몰라.
  - 나?  레샤는 놀라 물었다. - 너 나인지 어떻게 알았어?
  - 어디서긴, 내가 너라고 말했어.
  - 네가?
  - 그래 내가 했어.  - 그리곤 발까는 레샤를 쏘아보았다.
  - 불지 않으려고 했어.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어.  그런데 진지 대장님이 말씀하셨어-
  - 그 얼굴까만 줄무니 스카프맨 놈이지?  그러잖아, 그래서 말할게요, 미하일로프에요,
주소도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드렸다구....  -  그리곤 레샤는 고개를 푹 떨어뜨렸다.
 - 주소도 말해줬다고?
 - 그래 주소도.
 - 잘했어, 어쨌든 내발로 진지로 갈테니까.  막 가려던 참이었어.
 - 그럼 너 화 안내는거야?
레샤는 동무를 쳐다보지 않고 서 있었다.
 - 아니.
발까는 친구의 손을 잡았다.
 - 너 그거 알아? - 그냥 도망가는게 낫지 않을까?
 - 생각치 않겠어.
발까를 쳐다보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려다가 참았다.


 - 어떻게 될까, 총살형일까? - 그가 말했다.
발까는 잠시 생각하다 가슴을 안았다.
- 어쩌면 총살은 아닐거야,  - 그다지 확신하지 못하면서 대답했다.

 

 


***


저녁까지 레샤는 정신이 나간 듯 했다.  아이들이 놀자고 불러냈지만 나가지도 않고 숙제도 하지 않았다.   레샤는 저녁도 거른 채 평상시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자려고 노력할수록 몸만 뒤척일 뿐 잠이 오지 않았다.  무엇인가가 두려워서 그런 것이 아니다.  레샤는 겁장이 10세소년은 아니었다.  하지만 독자들도 예상하듯 그가 처한 상황은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 자신이 진짜 자기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떄문이었다.  그리고 그때문에 스파이나 반역자들이 서는 군법재판에 서게 될 것이라는 것은 완전히 그를 죽이고 있었다.

"진짜 그냥 도망치는게 낫지 않을까?" - 라고 생각했다.  전방이나 빨치산부대에 가서 일을 한면 어떨까, 막 13세가 되었다고 거짓말해서해서, 어쩌면 나도 받아줄지 몰라, 그럼 정찰대로 편입되다 전사하다,  상상해봐, 신문에 기사로 나는거야, "위대한 소련의 영웅이 나다"...


하지만 레샤는 도망하려 서두르지 않았다.  새벽이 올때까지 졸고 있었다.
하지만 8시반정도 평소보다 일찍 어머니가 레샤를 깨웠다.

 

- 레샤! 레셴까!  - 어머니는 겁에 질린 목소리를 부르고 있었다
- 일어나!
- 네? 잠이 깨지 않은 발로 차며 레샤는 중얼거렸다.
- 빨리 일어나거라, 너를 찾으러 왔어.

레샤는 벌떡일어나서 옷을 입고 침대가에 앉았다.
- 왔어요? 군법회의에서요?
- 무슨 군법회의냐, 글쎄 오토바이타고 군에서 누가 찾아왔어.

'아, 도망은 글렀어' - 레샤는 생각했다.


루바쉬까를 걸치고 단추를 채우고 배에 벨트를 차 후 그는 부엌에서 나갔다.
운전용 헬멧을 쓴 높은 붉은 군대용사가 가죽외투를 입은 채 난로를 쬐고 있었다.  그는 난로에 장갑을 말리고 있었는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레샤를 보더니 붉은용사는 약간 놀라는 듯 했다.   아마도 레샤가 좀더 큰 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이.

- 미하일로프 알렉세이가 네 이름인가? - 그는 물었다.
- 네, 접니다. 레샤는 대답했다.
-  옷 입어라. 네 소환장을 갖고 왔다.
- 아, 군인아저씨, 얘를 어디로 데려가려고요? - 겁에 질려 어머니는 말했다.
- 아 그건 군사기밀입니다 - 미소를 띄고 붉은 용사는 말했다.

- 소환된다는 것은 군인이 되는 것입니다.

 

- 괜찮아요, 엄마, 계세요, 저 갈게요 - 그렇게 말했지만 자신도 조금 목소리가 떨리고 있는 것이다.

- 무엇인가 가져가야 되나요? 필요한 건요? 붉은용사를 보며 말했다.

 

다시 영문모를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아무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 가자 -,자신의 군장 매무새를 만지며 말했다.

레샤는 엄마에게 작별인사하고 현관으로 걸어갔다.
현관에는 좌석칸이 옆에 붙어있는 타는 듯한 붉은 별이 그려져 있는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었다.


오늘 아침까지 이 멋진 3륜 자동차를 봤다면 얼마나 멋진 자랑거리가 되었을까!  하지만 지금은 마치 젖은 다리를 끌 듯 무거이 보조석에 앉았다.  깃을 세워 얼굴을 파묻었다,  하나님, 제발 이웃이 보지 않았으면 하고 빌었다...

 

붉은용사는 자리에 앉더니 한발을 올려서 시동을 걸었다.
오토바이는 부르릉거리더니 연기를 내뿜고 울리기 시작하더니 자리에서 튀어나갔다.  눈깨비들을 튀어보내며 울렁불렁 움직이며 낯익은 시골길을 달렸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본대에 도착했다.  레샤는 오토바이 엔진박동이 숨을 고르고 어느 2층으로 지어진 석조건물 앞의 대문앞에 멈춰섰을 때까지 주변을 돌아볼 생각도 나지 않았다.  대문앞에는 경계병들이 지키고 있었다.

레샤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이 집을 알아봤다.  여기는 탁아소로 쓰이던 집이었다.

  - 나와, 알렉세이 미하일로프, 들어가라 - 붉은 용사가 명령했다.
'아 울지는 않을거야' - 보조석에서 나와 현관을 향해 걸어가며 레샤는 생각했다,

경비병들이 통행증을 요구했다.
쉬멜레브대령을 뵈러 왔습니다 - 라고 말하며 소환장을 보여줬다.  경비병들이 대문을 열어서 들여보내줬다.
아마도 그 언젠가는 아이들이 뛰어놀았을 큰 방에 담배연기가 가득했다.  여기에는 이제 대공포수들과 해안선을 지키는 해안경비병들, 붉은군대 용사들과 장교들로 차 있었다. 

서있는 사람들도, 앉아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가로질러 걸어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 조금만 기다려라, 곧 돌아올테니 - 레샤에게 말하고 그는 커다란 흰 문뒤로 사라졌다.  잠시 후 그는 돌아왔다.

- 좀 앉아서 기다리렴.  네 이름을 부를거다.  - 그렇게 말하고 그는 가버렸다.
레샤는 벤치 가장자리에 앉은 채 기다렸다.

갑자기 흰 문이 열리더니 거기서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바로 그 대장님이었다.  신록마을 진지의 사령관이었다.  그는 레샤를 보더니 그 아이를 알아봤다.  하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출구로 걸어갔다.

 

레샤는 불안해 죽을 것 같았다.  자기 이름이 불렸는데 바로 알아듣지도 못할 정도였다.
  - 미하일로프! 미하일로프!  누가 미하일로프야? - 주변에서 들려왔다.
  - 접니다! 레샤는 소리쳤다.

  - 왜 대답안하는거야? - 유리처럼 반짝거리게 닦은 군화의 중사가 소리쳤다.  그는 화일을 펼친채 문옆에서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미 레샤의 성을 몇번이나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 대령님 방으로 들어가. - 흰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절대 울지는 않을거야' - 한번 더 마음먹었다.  레샤는 마치 군인처럼 참으려고 노력하며 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

살집있는 고슴도치처럼 짧은 머리의 대령이 커다란 책상뒤에서 서류뭉치를 넘기며 앉아 있었다.
- 미하일로프? - 레샤를 보지도 않은채 물어봤다.
- 네.
대령은 눈을 들어 보더니 그도 레샤가 어린아이에 왜소한 체격임에 놀란 눈치였다.

 

 - 그렇군,  그는 마치 곰같이 숱많은 눈썹으로 훑어보며 말했다.  - 바로 너였구나.
그래 좀 가까이 와 보렴.

레샤는 책상으로 다가갔다.   대령은 아이를 엄하게 쏘아보며 센 곰눈썹이 점점 가까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 네가 눈으로 성채를 만든 아이냐?  성채던가 참호던가, 아무튼 "메쎄르"들이 폭격한 거 말이다.
 - 네... 저예요. - 목에서 성긴것이 올라왔다.  마치 몇분처럼 느껴졌다.  눈물이 쏟아질거 같이 말이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 일부러 그런게 아닙니다, 대령동무 -  대령의 눈을 똑바로 보려 노력하며 덧붙였다.  
 - 우리는 놀이로 했는데...
 - 아, 그랬어? 놀이로 그랬다?
 - 네, - 레샤가 속삭였다.
 - 그래 그  '우리'가 누구지?
 - 그냥 애들이요.
 - 누가 생각이지? 누가 이걸 생각해 낸 거지?  누가 지휘해서 세운거냐고.
 - 제 생각이었어요.  제가 하자고 했죠. - 레샤는 고개를 떨어트리며 대답했다.  더이상 참지 못했다.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눈물은 타고 내려가 목구멍까지 막혔다.
 - 대령동무,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그는 빠르게 말하기 시작했다. - 다시는 안그럴게요...
 - 뭘 안한다는 게냐?
 - 놀이하지 않을게요.
 - 네가 말이냐! - 대령은 웃고 있었다.  -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놀지 않겠다는게?
 - 그게... 그러니까 참호를 만들지 않을게요.
 - 안한다고? 정말로 안그럴거냐?
 - 네 진짜로요, 하나님께 맹세할게요!   약속하겠습니다. - 레샤는 말했다.
 - 음 그렇군 - 우리가 너에게 부탁해도?
 - 뭘요?
 - 그래 뭔가 너에게 지어달라고 하면?  - 바로 그런거 말이다.  성채나 참호나 진지같은것들.


레샤는 눈을 들었다.  대령은 여전히 심각하게 그를 웃지않고 노려보고 있었다.  그저 그의 곰눈썹만이 코앞에서 멀어졌고 그 눈썹아래에서는 밝고 피곤해보이는 오랫동안 잠자지 못해 약간 충혈된 눈이 빛나고 있었다.

 

 -  이런 이야기란다, 그는 말을 이었다 - 전시에는 놀이도 조심해야 한단다.  네가 만든 것이 진지였지.  정말 그럴듯하게 훌륭하게 만들었다.   독일놈들이 진짜로 볼만큼 말이다.  하지만 그걸 어디에 세웠지?  진짜 대공포격진지옆에 세웠잖니.  너 그걸 알고 있니?

 - 네 알고 있습니다.  -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거기에는 진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군사시설만이 있는게 아니다.  산 사람들, 인민들의 집이 있다. 

 - 대령동무! - 이미 울음을 그치고 레샤는 끼어들었다.  - 제가 왜 그걸 모르겠어요?!
 - 알고 있다고, 하지만 늦었다 - 엄하게 대령은 말했다. - 늦게 안거지.
 - 맞습니다, 늦게 알게 되었어요.  - 레샤는 한숨을 내쉬며 동의했다.
 - 그건 그렇고 , 그러한 가짜 - 일종의 무장병기들을 우리 군인들은 위장목표물이라고 부른단다.
진짜 목표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다.   적의 눈길을 돌리고 주의를 돌리는 것이지.  어딘가 다른 곳에 진짜와 비슷하게 속여서 진짜같이 하지만 진짜는 아닌 참호나 막사, 격납고나 대공진지와 포병기지등 한마디로 뭐든 원하는 것을 말이지.
레샤는 이미 눈물을 삼키고 대령의 말을 너무나 주의깊게 들은 나머지 입까지 벌어져 있었다.

 - 너 알아듣겠니? - 대령이 말했다.
 - 아하, 알겠어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면 우리에게 그러한 가짜 목표물 대여섯개쯤 만들어 주겠니?
 - 누가요, 제가요? 레샤는 침도 삼키지 못했다.
 - 그래, 너와 네 동무들 같이 말이다.
레샤는 대령을 쳐다보았으나 그의 말이 진짜인지 농담인지 분간이 안갔다.

 - 근데 뭘로 만들죠? 눈으로요? - 레샤는 물었다.
 - 네가 원하는 것으로 하려무나, 눈도 좋고, 물론 첫번째로
싸게 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겠지.  두번째로는 너희 아이들은 눈으로 만드는 것을 잘하잖니!
 - 그럼요! - 레샤는 동의했다.
 - 그럼, 된거니? - 대령이 말했다.
 - 음 글쎄... - 레샤는 잠시 생각하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 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필요한게 있는데요..
 - 뭐가 필요하지?
 - 마구가 없어요.
 - 무슨 마구 말이지?
 - 포 대신 쓸 것 말이죠.  포대신에 마구위에 연통을 앉혔었더든요.  대공진지를 만들려면 마구가 필요합니다...
 - 알겠다.  - 대령은 대답했다, - 미하일로프 동무,  마구는 우리가 어떻게든 해결해 주마,  그건 문제가 안될거야.
 - 그렇다면 다 할 수 있습니다. - 레샤는 말했다. - 명령대로 수행하겠습니다.

둘은 좀더 상의한 후에 10분후에 붉은군대 오토바이는 레샤를 집으로 배웅했다.

 


***

 
더이상의 일은 - 독자들에게 자세한 것들은 말할 수 없다.  어디에 어떻게 가짜 목표물이 만들어졌는지는 여러분도 짐작하겠지만 중대한 군사기밀이기 때문이다.  그저 말할 수 있는 것은 레샤 미하일로프와 '무하'라 불리던 꼬시까 무힌, 발까 브도빈과 다른 신록마을의 어린아이들이 모두 같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레샤 미하일로브가 그들의 중대한 기술자였다.   또 본대에서 군인들이 지령과 명령들을 내릴 때는 그는 이렇게 불리게 되었던 것이다:

 

 

    "제 1급 기술자, 알렉세이 미하일로브"

 

 

아이들은 영예로써 일했다, 가끔은 필요할 때에는 밤에도 노동했다,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잊어버린 채로.  잠잘 시간도 자신들의 위한 시간도 없었으나 불평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학교는 빼놓지 않고 달려갔다.   레샤는 러시아어 작문에서 "수"까지 받았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헨셸-126"은 더이상 신록마을 위를 날지 않았고 다른 대공진지가 있는 곳들중 하나에 출현하고 있었다.  그들이 출현하고 난 다음에는 "메쎄르"들이나 "포커-불프"들이 이어서 나타나 포격을 남김없이 부어대고, 눈으로 만든 참호들과 나무로 만든 무기들위에 폭격을 해댔다.  아이들은 그때 집이나 방공호에 들어가 서로 눈짓을 교환하며 웃음 지으며 멀리서 들리는 고폭탄들의 소리에 귀기울였다.  어른들은 왜 아이들이 웃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야단치곤 했다.  하지만 그들 외에는 독일놈들이 눈밭에 폭격하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짐작한 대로 아이들은 군사기밀을 신성히 간직했다,

 

가끔씩 독일군은 진지를 오랫동안 발견하지 못할 때에는 다르게 고치거나 다시 세워야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두세번이었고 물고기가 좋은 미끼를 물듯 독일군은 그것을 덥썩 물었던 것이다.

 

파시스트들의 비행기들이 열두번째로 눈진지들을 폭격했던 날이었다.  레샤 미하일로프는 동무들과 레닌그라드로 불려갔다.  사령부기지로 말이다.  사령관 앞에 서게 되었다.  그로부터 미하일로프는 훈장을 하사받았다. 
 
그 날 정찰기 "헨셸-126"을 몰았던 파일럿 프리드리히 부쉬는 철십자훈장을 받았다.  독일 파시스트 잡지위에 그렇게 씌여있다.   그 잡지의 사진위에 이 위업의 파일럿을 볼 수 있다.  이 영광의 만족스러운 바보스런 웃음을 띈 영웅이 어찌되었는지는 여러분도 알고 있다...

 

그 프리드리히 부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하지만 레샤 미하일로브는 여전히 건강한 채로 9학년을 배우며 여전히 신록마을에 살고 있는 것이다. 

 

 

 

 

ironcrosswithskulls.jpg

 


1942, 알렉세이 이바노비치 빤뗄레예브
소련의 아이들 이야기중 '일급 기술자',  레닌그라드 봉쇄전 초기배경,

http://lib.ru/RUSSLIT/PANTELEEW/glavinzh.txt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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