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륀지 랑 컵휘 가 좋을 것 같아요.
2011.03.27 06:26
요즘 언어 교환 스터디를 만들어서 똑똑한 터키 학생들에게 제가 한글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저에게 터키말을 알려주기로 하고 첫 공부를 했습니다. 터키 학생이 3명이나 왔는데요. 그중 한명의 여자학생은 엄마가 아일랜드 사람이라서 그런지 발음이 좋고, 영어도 잘하고 (셋다 잘하지만요) 음성을 알파벳으로 받아적는 능력도 뛰어나더라고요.
그러다 제가 십원, 사랑 등의 단어를 알려줬는데요. 이게 우리가 알던거랑 다르더군요.
[1]
우선 한글로 표기가 안되는 한국말의 예 입니다.
십원의 ㅅ 은 SH 발음이 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영어의 s 는 sip 처럼 엄청 강한 ㅆ의 발음이고요. ㅅ이 어느때는 sh (십원), s (사랑)의 발음으로 다르게 발음되는 것을 외국인 학생들은 알아 듣고 받아쓰기를 다르게 하더라고요. -_-; 제 발음이 한국어 표준에서 크게 멀지 않는 것을 가정하면 한국말안에 다양한 발음을 한글이 약간 놓치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2]
그 다음으로 우리가 잘 몰랐던 것은 사랑의 ㄹ 발음이 유럽계 영어에서는 R 발음에 가깝다고 하네요. L이 아니라고 합니다. 미국인 인구보다 영국식 영어 하는 사람들 수가 더 많으니 조금 새로웠지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학생 한명만 그런게 아니라, 영어 잘하는 터키학생 2명이랑, 엄마가 아일랜드 사람인 (이쁜) 학생 이렇게 3명이서 이구동성으로 주장을 하니 더 신빙성이 있었고요.
[3]
마지막으로, 우리가 항상 고전을 면치 못하는 f/p, b/v, l/r 발음을 확인해 봤는데요. 이보다 더 많더라고요. a/e 발음 구별도 잘 안되고요. 원래부터 한글 표기에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정도는 우리 한글에서도 다 표기할 수 있거든요. 위에서 본것처럼 의외로 R 발음을 강하게 할 필요는 없었고요. ㄹ이 R 발음을 잘 표기해준다고 합니다. 문제는 모음의 조합이였는데요.
커피>컵휘
오렌지>아륀지
폰드 (연못)>판드
이렇게 만 쓰면 한글로 써 읽어도 외국 사람들이 잘 알아듣고, 중고등 학생들 중에서 영어 배울 때 고달프게 고생하지 않고 좋을 텐데요. 누구는 존칭을 없애서 한국말을 쉽게 만들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저는 거기까지는 반대고요. 우선 외래어 들을 먼저 지금 갖고 있는 우수한 한글 표기로 더 외국말에 근접하게 다시 썼으면 좋겠습니다.
차차 바뀌겠죠?
PS. 저 커피는 정말 심각합니다. 영국/미국인 동료들에게 컵휘라고 말 안하고 커피라고 말하는 결과, 제가 커피마시러 가자고 그러면 항상 복사기 문을 열어줍니다. 그럼 전, 그냥 묵묵히 아무 책이나 복사합니다. 영어 틀린거 들키는 것 보다 덜 쪽 팔리거든요.
코멘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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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배
03.27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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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외국어는 그 나라 발음에 가장 비슷한 한글로 표기해주는게 예의고 서로 의사소통도 잘 된다고 요즘엔 북경>베이징, 동경>도쿄, 대판>오사카 이렇게 발음대로 표기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기존의 단어들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너무 뼈져리게 느끼거든요. 미국식 R 발음으로 굴릴필요까지는 없고, 그냥 모음들만이라도 정확하게 한글로 표기하면 훨씬 의사소통이 개선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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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한국말의 가장 큰 폐해가 억양이 없다는 거라고 생각해요. 원래 억양은 한글 제창했을 때엔 있었는데, 세월이 지나가면서 로봇같이 냉정하게 변해왔죠. 특히 표준어라고 하는 서울어는 억양이 완전히 사라져서 아직도 사투리에선 살아남아있는 정감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언어는 의사소통만이 아니라 감정의 전달도 중요한 역할을 하죠. 이게 결여되니까 다른 언어 배울 때 더 힘들기도 하구요. 한글이 과학적인 언어라는 자부심은 바깥 세상에선 장점이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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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오렌지건, 올란지건, 어뤤지건 별차이 없다고 봅니다. 외국인들이 이해할때는 어느정도 영어를 이정도 할것이다라고 감안을 하고 알아듣고 중요한건 뜻을 전달하는 것이지 발음이 아니거든요. 학회에 나가서 발표할때 전달하는 사안만 명확하면 발음이 링글리쉬건 칭글리쉬건 콩글리쉬건 다 알아듣습니다. 굳이 영어를 미국인이나 영국인처럼 잘할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고 노력하는건 노력의 낭비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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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 과외를 받았는데...(그땐 불법;)
일본에서 오랫동안 살다 온 분께 영어 배웠는데...
토요일을 사타데이 라고 배웠음... ㅠㅠ
나중에 친구들에게 엄청 놀림 받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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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_목동
03.27 20:1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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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her 파달 mother 마달로 중딩때 영어를 배운 제 발음 어디 가겠습니까 ㅋㅋ
편의점서 말보르 라이트 하나 주세요 그럼 말보르 하고 라이타 하나를 주더군요 ;;
그거 말고 롸이트..ㅋㅋ 어쩔수 없어요 ㅋ;ㅋ;
전화 받고 중국인줄 착각하고 웨이.. 했더니.. 대기음이 들리다가 끊어 지더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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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야 단어가 길기 때문에 한국적인 발음도 서로 이해가 됩니다만, 생활을 하다 보면 의사소통이 막혀 동문서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짧은 생활 단어들에서 문제가 심각한데요. 오렌지는 그렇다고 해도요.
버스/바스(목욕)
커피/컷휘
love/rub
이런 것들이랑 apple의 이 입 크게 벌리는 a 발음이 한국의 ㅐ 발음비슷하지만 약간 더 크게 발음해야 정확하더라고요.
한국말로 표기 가능한 말들은 해 주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한글이 표기할 수 있는 발음이 많아서 우수하다고 생각하지만요. 정작 일본식 영어를 갖다가 놓고 가르친다음에 다시 영어공부는 따로 하는 거라고 이중으로 노력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느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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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휘는 '커튀' 비슷하게 발음됩니다. '컵휘'가 coffee에 좀 더 가까울 듯. f 발음 할 때 입 모양이 ㅅ(t) 받침이 아니라 ㅂ(b/p)받침에 가깝게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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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차이가 있군요. 다음부터는 "컵"을 든 소찬"휘"라고 머리에서 떠올리고 발음해야 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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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3.28 10:24
1) 유럽어 기준으로 다른 나라 언어의 발음을 분석하는 것은 언어주권을 포기하는 사고방식입니다. 개인의 사고방식을 비판할 생각은 없고요. 원래 무관한 언어의 발음은 다른 언어로는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한 간단한 예로.. 남태평양의 섬나라 국가들 언어중에는 모음이 40개가 넘고 자음이 몇개 안되는 (우리말 경우엔 모음은 몇개 안되고 자음이 많죠) 말도 많다는데 그런 언어의 발음을 한글로 적는다는 것이 불가능 하죠. 한글 발음도 다른 언어로 볼때 많이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자음접변등 음운 현상을 보더라도 같이 표기하고 다르게 발음하는 것이 많은데 외국어의 기준에서 보면 더 다양하게 보일 수 있겠죠. 우리말에 관한한 한글이 잃는 것이 있다 없다 조차도 얘기할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2) 우리말의 ㄹ발음이 초성인 경우엔 R에 가깝고 종성인 경우에는 L에 가깝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렇지만 두 경우 모두 가깝다는 것이지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발음입니다. 우리말의 ㄹ에 가까운 발음이 다른 언어에도 존재하고, 인류학을 전공한 다른 나라 사람들 사이에는 우리말 ㄹ발음이 굉장히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언어학이 아니고 인류학이라는데 주의하세요)
3) 사실 우리나라 영어교육에서는 자음의 차이를 강조합니다만, 모음의 차이나 성조의 차이가 언어를 배우는데 더 중요하고, 또 더 어렵습니다. 외국어를 제대로 배운 교사를 구하기 힘들다면, 컴퓨터화된 교재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이미 있다면 보급이 시급할 것이고요.
4) 실리콘밸리에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섞여 살아서 아무리 이상한 발음을 해도 대략 알아듣습니다. 못 알아듣는 넘이 불쌍한 넘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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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가르치다보면, 한국말에 한글로만 가르치기엔 약간 어려울 때가 있거든요. 일본/터키/영어권 사람들에게 한글을 가끔 가르칠 때요. 그나라 말이랑 비슷한 발음이 있으면 서로 이해하기 쉽더라고요. 그리고 한글도 로마자 표기법이 (3종류) 있어서 외국인들에게는 이걸로 처음 가르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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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운 걸 떠올려보면,
달(moon)도: Tal-do
달(moon)이: Ta-ri 라고 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R/L 헛갈리는 것 외에도 우리나라 ㄹ 발음이 외국인에게는 아주 어려운 발음이라고 들었어요.
또 한국에서 산 지 10년 넘은 외국인이 힘들어하는 발음이 P라고 하더군요.
불, 풀, 뿔이 다 영어식으로는 P발음이기 때문에 구분하기 힘들답니다.
어려서 프랑스에 입양된 한국인이 옛날 추억 떠올리며 '호빵' 얘기하는데 '홉-방'이라고 하더군요.
중국어 배울 때 중국인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걸 들으면,
한국사람의 발성은 목을 울리는 식이라 우렁차고, 중국사람의 발성은 입속에서 굴리는 식이라 듣기 좋지만 웅얼거리는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따라 하니 중국발음이 급 좋아지는 효과 ^^)
나라마다 말하는 방식이 다르니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영어로 스트레스도 받지 말고요.
굴리면 놀리던 시절에 영어를 배운지라...ㅜㅜ
캐무러~ 그랬더니 뭐냐고...ㅋ
현실적인교육이 필요한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