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혹은 '개인적인'에 대한 잡념들
2011.08.12 22:29
2~3년 전쯤부터일까? 언제쯤부터인지 확실치 않지만 '개인적으로' 라는 단어를 인터넷에서 자주 보게 됩니다.
(신문이나 잡지등의 글쓰기를 전문으로 하는 분들의 글에는 아직 이런 현상이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 신경쓰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그런 표현을 보면 약간 신경이 거슬릴 때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용법으로는 의미 중복으로 불필요 한 말이지만, 그야말로 자신의 '개인적인' 느낌이나 생각을 강조하기 위해서 쓴다면 별로 틀릴것도 없는 말입니다.
그런데, 왜?
왜 그럴까?
두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내가 왜 저런 사소한 표현에 신경이 쓰이게 됐는가?
다른 하나는, 네티즌들은 왜 저런 표현을 많이 쓰게 되었을까?
막연한 생각들의 편린으로 놔둘바에 글쓰면서 정리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첫째 질문의 답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훨씬 더 많은 문법의 오류가, 혹은 정리되지 않은 글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더 신경이 쓰이는 이유는
그것이 하나의 유행으로 - 그것도 대수롭지 않은 유행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멋있어 보여서 따라하려는 유행이 아닌 자기도 모르게 말려들어간(?) 그런류의 유행 말입니다.
소수자쪽에 서고 싶은 경향은 아마 이곳 kpug에도 종종 있을것으로 보이는데 저 또한 그렇기에 저런 표현을 은근히 배제하게 됩니다.
한가지 더, 이것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사람이 없기에 더 신경이 쓰이기도 합니다.
낫다, 낳다, 돼다, 되다 처럼 많은 사람들이 신경을 쓰고 있는 표현이라면 저의 관심도 금새 시들해졌을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란 표현에 대해 댓글이나 답글 혹은 낚시글이라도 달리는걸 아직 못 봤습니다.
두번째, 네티즌들은 왜 저런 표현을 쓸까?
이건 추측일 수 밖에 없는데, 아마 아무생각 없이 쓰는 분들이 가장 많을듯 합니다.
물론, 아무 생각없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자신에 대한 방어가 작동되었기 때문일텐데요.
가령, "아마 아무생각 ~ 합니다." 글을 쓰면서
'악플 같은거 달리면 어떡하지?......난 생각하고 쓰는데요....ㅡㅡ^, 님 그건 좀 아닌듯, 님 ㅄ, 등등'
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 손가락이 저절로,
이건 개인적으로 추측일 수 밖에 없는데, 아마 아무생각 없이 쓰는 분들이 가장 많을듯 합니다. 처럼
쓸데 없는 단어를 집어 넣게 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 때, 개인적으로 란 단어를 쓸 때는 불충분한 근거(~~카더라, 장담하건대, 90% 이상 등등)의 글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별로 공격 받지 않을것 같은 개인의 선호도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ex) 개인적으로 짜장만 보다는 탕수육, 개인적으로 꼬꼬면 보다는 너구리 등등
위와 같은 이유로 네티즌들은 아무생각 없이 쓰는게 아닐까 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려봅니다.
머리속 생각들은 휘휘~ 날으는데 글로 쓰다보니 금새 덥고 지칩니다. ㅠㅠ
모처럼 로그인 해서 엉뚱한 글 올렸는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s. 다음이나 네이버에 '개인적으로'를 검색해보시면 현재 어떤식으로 쓰이는지 한눈에 보실 수 있습니다.
코멘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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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록알밥
08.12 22:53
구 케퍽에서도 '개인적으로'라는 표현에 대해서 어떤 분이 글을 쓴 적이 있죠?
저도 별 생각없이 '개인적으로'라는 표현을 쓸 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려고 그렇게 쓴 것 같구요.
'~같습니다' 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케퍽에 글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불확실함, 미심쩍음을 나타내는 '같습니다'와 '같은데요'의 출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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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꼬꼬면에 대한 제 글이 불씨가 된거 같군요
전 아마 두번째 경우 즉 아무생각 없이 쓰는 경우가 맞는거 같습니다.
자신이 없다거나 방어적인 심리적 기제가 작용한것 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개인 선호도가 공격이나 방어의 어떤 문제가 된다는것도 좀 우스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경우를 많이 겪었기도 하거니와
결정적으론
일본어로 어떤 표현을 쓸때에 상당히 자주 등장하기도 하는군요
ごじん的に
ごじんとしては
등등으로 쓰다보니( 어쩌다보니 자주 쓰는 일본어 표현인지라...)
그냥 입에 붙은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저 표현의 어원이 일본어의 저런 표현에서 온건지도 모르겠군요
문법상 맞는말인지
혹은 어원상 일본식 표현으로 순화대상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불확실한 상황에서 저로서는 별다른 거부감이 느껴지진 않는군요
(여기서도 무의식적으로 그 표현이 나올뻔 하는군요...)
다음에서 살짝 검색 해 보니 당장 눈에 띄는 관련글은 시네21에 누가 올린 글이군요
본의아니게 거슬리게 한 점은 죄송합니다만...
그렇다고 딱히 고쳐야 되겠다는 어떤 당의성 같은것도 저 자신은 그렇게 찾지 못하겠군요
노력은 해 보겠습니다만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할듯 하군요
사실 이 표현이 거슬린다는 분도 겨울이야기님이 처음입니다.
이게 화두가 될 표현이라고는 한번도 생각 해 본적이 없어서....
저는 인터넷 상에 사소한 글쓰기 실수는 그다지 신경쓰질 않는 편인지라
하지만 일단은 말이 나왔으니 나온김에 한번 관심가지고 국어문법이나 어법상에 맞는 표현인지 알아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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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라는 표현이 거슬리는 것 또한 개인적인 의견 아닐까요? ^^
그 말 뜻 그대로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히는 것 입니다.
이 곳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개인적인 취향과 생각에 차이가 있습니다.
맛집을 소개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맛집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냥 평범한 식당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 개인적인 의견일 경우에 그런 표현을 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할때 사용한다면 잘못된 표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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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영역과 일상 언어생활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다가 발생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일상생활에선 언행일치일 정도로 자신의 전문분야와 일상생활에서 동일한 문장을 쓰는 사람은 정말 보기 힘들거든요.
엄청 둔한 놈이거나 진짜 천재가 아니면 힘들죠.
따라서 교수가 가끔가다 헛소리를 하더라도 주위 상황이나 친분을 따져서 넘어가는 일이 허다합니다.
하지만 온라인은 다릅니다. 문자라는 매체는 일상생활의 육성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되씹을 수 있기 때문에 보통 말하듯이 쓰다간 언제 어디서 태클이 들어올지 모르죠.
전문가조차도 언행일치(?)가 힘든데, 하물며 전문가도 아닌 보통 사람이 잘 모르면서 옆에 친구에게 말하듯이
인터넷에 조언하면요? (네벼 지식인 같이 말입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합니다.
일종의 방어기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볼 때는 '여기서부턴 내가 아는 지식과 경험으로 쓰는 글임!' 이라고
표지판을 세우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이거 틀릴 수 있음. 니가 알아서 이해하셈' 이라고 터놓는 거지요.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파생됩니다.
'개인적인' 태그가 붙은 글은 다른 사람에게 주장하고 메시지를 전파하고자 하는 힘이 대폭 낮아집니다.
목사님이 "개인적으로 봤을 때 신은 위대하십니다" 라고 하는 거 봤나요? 저런 말 하면 누가 믿고 따라줄까요?
또한, '개인적인' 이 너무 흔해지다 보니 저게 없으면 '왜 님 사견을 진리인 것처럼 말하셈?' 하는 태클이늘어나기 시작해버렸죠. 저게 없으면 까임권 획득 수준입니다.
결국, 흐르는 물을 막고 보니 엉뚱한 곳으로 물이 흘러간 셈입니다.
결국 문제의 원인은, 인터넷에 올라오는 모든 글을 '조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모든 것은 원리원칙대로 적용하고 잘못된 정보의 배포를 막기 위해 '너님 강퇴'를 연발하는 두뇌가 가벼운 친구들 말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분위기에 안맞는 썰렁한 말을 해서 무드 망치는 놈들 꼭 있죠.
근데 인터넷은 그런 분위기를 알려줄만한 육성의 높낮이나 표정, 제스쳐가 없으니...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모티콘과 보이스 채팅, 폰팅과 하두리가 활성화 되어야 합니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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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언덕
08.13 00:17
1. 아이패드가 갤럭시탭보다 더 편리한 기기입니다.
2. 아이패드가 갤럭시탭보다 더 편리한 기기라고 생각합니다.
3. 개인적으로 아이패드가 갤럭시탭보다 더 편리한 기기라고 생각합니다.
4. 제가 써 보니 아이패드가 갤럭시탭보다 더 편리하더군요.
5. 제가 써 보니 저한테는 아이패드가 댈럭시탭보다 더 편리하게 느껴졌습니다.
6. 제가 써 보니 개인적으로 저한테는 아이패드가 갤럭시탭보다 더 편리하게 느껴졌습니다.
...
저도 '개인적으로'를 무심코 쓰면서도 다른 글에서 보면 뭔가 알 수 없는 껄끄러움이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역전앞처럼 불필요한 중복의미 단어나열이라 그렇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1번 글과 2번 글은 의미가 다른 글이지만, 2번~6번 글은 같은 의미인데 단어들이 조금씩 더 붙어서 의미를 보충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 문장들에서 '개인적으로'는 모두 빼도 마찬가지일 듯하네요.
('~일 듯하네요'도 '~라고 생각합니다'의 다른 표현이겠지요.) -
아이패드로는 댓글쓰기룰 못찼겠네요. 그래서 폰으로 쑵니다. ㅠㅠ monster님의 글이 불씨가 됐다는건 오해입니다. 아마꼬꼬면 비유때문인듯한데 그건 제가 오늘저녁에 꼬꼬면을 먹어서 별 생각없이 적른것입니다. 모쪼록 오해 푸시고 좋은주말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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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뭐 오해같은건 아니고
제가 혹시나 겨울이야기님 싫어하는 표현을 쓴게 아닌가 걱정이 되서
딱히 기분이 상하거나 그런건 아님니다.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써오던 표현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겨울이야기님도 좋은 연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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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08.13 02:03
이런글 좋아요~ ^^
글이나 문법에 관한 내용이 올라오면 천천히 읽게되네요.
제가 사용하는 글이나 문법과 비교하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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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빠이야
08.13 09:39
자주 쓰는 표현입니다. 뜨끔
음악 리뷰하면서부터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표현이지요.
다들 그리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란 전제가 깔린 의미로 씁니다.
호불호에 대한 개인차가 큰 분야에서는 어쩔 수 없지 ㅇ낳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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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
08.13 13:44
제 생각엔 "개인적으로"라는 표현이 많이 쓰이게 된 계기가 키보드워리어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개인적으로"라는 표현은 "이것은 나에게만 해당될 수 있는 거라는 걸 알고 있고,
나와 같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나와 다른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취향에 대해 말하는 것이니, 내가 무슨 일반적인 진리라도 설파하는 것인냥 말꼬리 잡고 싸움만들지 말아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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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은 개인적이지 않은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국회의원이나 시도지사 등은 사적인 자리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나타낼 수 있을지언정, 네티즌은 '네티즌'이라는 속성상 공식적인(개인적인것에 반대되는) 의견을 낼 수가 없죠. 위에 푸님이 좋은 예를 들어주셨는데, 제가 위 본문에서 '개인적인' 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안 썼지만 저의 글은 푸님 말씀대로 개인적인 글입니다.
윗 글을 쓴 이후에도 때때로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네티즌들이 쓰는 글에서는 '개인적으로' 라는 말은 쓸데없는 의미중복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달여 지나 아무도 보시지 않을테지만, 저의 글의 마침표로 이 댓글을 남깁니다. ^^
흠 저같은경우는 제글의 자신감이 없거나 정확하지않은 의견을 낼때 많이씁니다 아니면 이어포이나소리에 관한 리뷰등을 쓸때는 개인적으로가 필수 적으로 나옵니다 개인적 관점으로 볼수밖이없는 소리(이어폰 해드폰) 등 개인적 성향등이 강한 글을쓰다 보니 나오는 현상이라 ㅅㅇ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