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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학부생일 때 북유럽 블랙메탈을 종종 듣곤 했어요(일부는 고딕메탈, 멜로딕 고딕메탈 등으로 부르기도 함). 당시 동호회(나우누리 락 동호회, 프로그레시브락 동호회 등)의 일부 매니아들을 통해 소개 되곤 했는데, 그 이질적이고 으스스한 멜로디를 듣노라면 뭔가 색다른 경험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죠. 당시 한국의 일부 레이블을 통해 꽤 싼 값에 이들 음악을 듣기도 했던 것 같군요(몇 가지 예를 들면..핀란드의 amorphis, 스웨덴의 dissection, dark tranquility 등은 비교적 구하기 쉬워 동호회에서 꽤 많이 들었던 듯. 당시 좀 희귀한 앨범은 종로에서 16,000~20,000원에 샀는데 이들의 앨범은 8,000~10,000원이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놀라운 일@@)

 

그런데 이 노래들의 가사가 아주 특이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특정인에 대한(예를 들어 교사, 부모 등) 증오, 자살, 마약찬양, 적 크리스챠니즘, 정부와 교육 전복 등을 노래한 미대륙 데쓰메탈과는 달리, 그 민족의 서사시, 문학, 전설  등을 주로 노래하는데 정말 이런 음악을 그나라 사람들이 듣기나 할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전반적으로 침울하고 탁한 분위기에 저음의 그로울링창법까지 동원한데다 가사 내용까지 기묘하니 매니아들 사이에선 꽤나 신기한 경험이라며 들떠 있었죠. 재밌는 것은 거의 대부분의 가사가 영어였어요. 그들의 알 수 없는 생각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오더라구요. 어쨌든 이런 음악을 하는 그룹이 수천개에 이르고, 종종 메인 차트에도 오른다고 하니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러다 몇 년전에 북유럽에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우선 노르웨이는 제가 평소에 생각했던 이미지와 너무 다르더라구요. 오슬로는 정말 너무나 더럽더군요. 그리고 그 많은 수의 흑인과 모슬렘들..이 나라가 정말 1인당 GNP 6만달러의 나라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요. 오슬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유색인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어쨌든 오슬로는 다른 북유럽국 수도(스톡홀름, 헬싱키, 코펜하겐)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전반적으로 더러웠습니다.

 

그러다  베르겐이라는 도시 식당에서 노르웨이 아주머니께 넌지시 물어봤는데, 정부에 대한 불신이 엄청나더군요. 요지는 외적으로 이 나라는 세계 최고의 부국 이지만 살인적인 세율 때문에 많은 수의 시민이 힘들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 서비스는 형편 없어서 작은 다래끼 하나만 생겨도 한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국제기구는 1인당 GNP 수준으로 난민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데(그 당시가 아프간 난민이 물밀듯 밀려온 때 였음) 그 난민들이 오슬로로 모여들고 있다, 그 이유는 그들이 무슨 일을 하든 오슬로에서는 눈에 띄지도 않고 또 금방 잊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르겐 같은 도시에서는 절대 발 붙일 수 없는데 그 이유는 그들의 행동이 금방 이슈화 되기 때문이다 등.

 

얼마 전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대학살 사건을 보며 그 기묘한 메탈그룹들이 생각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독특한 방법으로 강해 보이는 민족 의식, 그것을 소극적으로나마 영어를 통해 알리려고 하는 듯한 모습.... 왠지 언젠가는 현실에서 폭발해 버릴 것 처럼 불안불안해 보이던 그 데쓰메탈과 노르웨이 아줌마의 모습이 학살자의 얼굴과 오버랩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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