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어머니 일기

2011.10.01 21:05

Amicus,A,A 조회:839

 

 

이모집 곶감

 

 

넓디넓은 밭에다 감나무 심었데요

거름 주고 약 주어 여름 내내 가꾼 영감

10월 들어 말일이 되어가고 서리오기 전

아들 손자, 며느리 딸래들 까지

동네방네 일손 모아서

주렁주렁 열린 감 모두 따들여 재어놓고서

한 무리 기계로 윙윙 돌려 옷 벗기고

한 무리 배꼽밀고 꼭지밀어서 상자 담으면

번쩍 들어 타래 밑에 올려 주면은

층층 사다리타고 올라서 감타래다네

한알한알

뱅뱅꼬아

옷벗은 생감 매달면

주황빛 고운 감타래가 주렁주렁

한달두달

바람 솔솔 찬바람에 까실까실 반 말라 반시되고 곶감 되면

누구네 제사상에 올려 지려나

연세 높은 할아버지 할머니들 새참 될거나

귀한 손님오시면 대접할거나

호랑이도 도앙 가는 곶감 이라네

 

  

언니...

 

그 옛날 내가 열아홉 수줍은 시절

언니가 시집 간다고 형부를 만났었지

형부가 우리 집 새 식구가 되려고 인사 온다고 할 때

난 얼마나 가슴이 설레고 기다려졌는지

지금도 그때가 생생하다

 

그해 봄 아버지께서 토마토 모를 길러 텃밭에 심었을 때

난 아침저녁 물을 주면서

가장 맛있고 가장 큰 놈으로 형부를 대접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무럭무럭 잘 자라라 하면서 정성을 다했었지

토마토가 붉그레 하니 익어갈 즈음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람 우리 집 새 식구 될 사람 형부가 오던 날

난 수줍어 고개도 한번 못 들고

가장 크고 맛있을 토마토를 따서 앞에다 내 놓았었지

가슴 두근 되고 부끄럽고 언니만큼이나 가슴 설레면서

이런 나를 누가 눈치 채면 어쩌나 걱정도 하면서

 

그해 가을 온 집안 구석구석 울타리마다

대문도 없는 삽작 길 양 옆으로도

마당둘레마다 곳곳에 심어 가꾼 노란 국화꽃이

향기 가득한 가을날에

언니는 국화향기 가득한 마당에서 전통혼례식으로 결혼을 하였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 한사람 우리 언니

그 언니가 신행 가던 날, 형부가 미웠었지

언니를 빼앗아 가는 것 같아서

그래서 난 그 날 얼마나 울었는지

 

그런 그 사람...............

 

살림도 차려보지 못한 채

형부사랑 처제사랑 나누지도 못 해 본채

어느 날 비행기 사고롤 홀연히 그 먼나라로 가 버리고

언니는 지금도 일흔셋으로 홀로이고...............

아직도 애틋한 내 맘은 그데로입니다.

(형부는 비행기 조종사로 군 복무 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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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전 처음으로 접한 컴퓨터놀이(?), 블로그놀이(?) 그리고 오늘의 이 글까지 어머니께서 가끔씩 블로그에 올리시곤 하는 일기입니다. 초등학교만 졸업하시고 한평생 과수원 농사일만 하셨지만 어찌도 이렇게 예쁘게 글을 쓰시는지...(여러분들이 보시기엔 어떠실 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렴한(?) 제 글 솜씨를 생각하면 너무나 예쁘게만 느껴집니다) 가끔씩 보면 정말 감동의 도가니 탕입니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된 이모부 이야기까지... 그냥 왠지 오늘은 삘~~~이 와서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드르륵 복사해서 올려봅니다.

덧붙임.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어머니께선 44년생이십니다....그래서 더욱 제가 부족해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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