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일기
2011.10.01 21:05
이모집 곶감
넓디넓은 밭에다 감나무 심었데요
거름 주고 약 주어 여름 내내 가꾼 영감
10월 들어 말일이 되어가고 서리오기 전
아들 손자, 며느리 딸래들 까지
동네방네 일손 모아서
주렁주렁 열린 감 모두 따들여 재어놓고서
한 무리 기계로 윙윙 돌려 옷 벗기고
한 무리 배꼽밀고 꼭지밀어서 상자 담으면
번쩍 들어 타래 밑에 올려 주면은
층층 사다리타고 올라서 감타래다네
한알한알
실
뱅뱅꼬아
옷벗은 생감 매달면
주황빛 고운 감타래가 주렁주렁
한달두달
바람 솔솔 찬바람에 까실까실 반 말라 반시되고 곶감 되면
누구네 제사상에 올려 지려나
연세 높은 할아버지 할머니들 새참 될거나
귀한 손님오시면 대접할거나
호랑이도 도앙 가는 곶감 이라네
언니...
그 옛날 내가 열아홉 수줍은 시절
언니가 시집 간다고 형부를 만났었지
형부가 우리 집 새 식구가 되려고 인사 온다고 할 때
난 얼마나 가슴이 설레고 기다려졌는지
지금도 그때가 생생하다
그해 봄 아버지께서 토마토 모를 길러 텃밭에 심었을 때
난 아침저녁 물을 주면서
가장 맛있고 가장 큰 놈으로 형부를 대접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무럭무럭 잘 자라라 하면서 정성을 다했었지
토마토가 붉그레 하니 익어갈 즈음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람 우리 집 새 식구 될 사람 형부가 오던 날
난 수줍어 고개도 한번 못 들고
가장 크고 맛있을 토마토를 따서 앞에다 내 놓았었지
가슴 두근 되고 부끄럽고 언니만큼이나 가슴 설레면서
이런 나를 누가 눈치 채면 어쩌나 걱정도 하면서
그해 가을 온 집안 구석구석 울타리마다
대문도 없는 삽작 길 양 옆으로도
마당둘레마다 곳곳에 심어 가꾼 노란 국화꽃이
향기 가득한 가을날에
언니는 국화향기 가득한 마당에서 전통혼례식으로 결혼을 하였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 한사람 우리 언니
그 언니가 신행 가던 날, 형부가 미웠었지
언니를 빼앗아 가는 것 같아서
그래서 난 그 날 얼마나 울었는지
그런 그 사람...............
살림도 차려보지 못한 채
형부사랑 처제사랑 나누지도 못 해 본채
어느 날 비행기 사고롤 홀연히 그 먼나라로 가 버리고
언니는 지금도 일흔셋으로 홀로이고...............
아직도 애틋한 내 맘은 그데로입니다.
(형부는 비행기 조종사로 군 복무 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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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전 처음으로 접한 컴퓨터놀이(?), 블로그놀이(?) 그리고 오늘의 이 글까지 어머니께서 가끔씩 블로그에 올리시곤 하는 일기입니다. 초등학교만 졸업하시고 한평생 과수원 농사일만 하셨지만 어찌도 이렇게 예쁘게 글을 쓰시는지...(여러분들이 보시기엔 어떠실 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렴한(?) 제 글 솜씨를 생각하면 너무나 예쁘게만 느껴집니다) 가끔씩 보면 정말 감동의 도가니 탕입니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된 이모부 이야기까지... 그냥 왠지 오늘은 삘~~~이 와서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드르륵 복사해서 올려봅니다.
덧붙임.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어머니께선 44년생이십니다....그래서 더욱 제가 부족해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정말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