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붉은 별 - 1

2011.10.08 20:45

영진 조회:938

1. 붕괴

그것은 우리나라의 붕괴가 막 시작할 무렵의 일이었다.  그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내 생각에는 현재 그 끔찍한 결말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

그 붕괴의 첫번째 피빛(희생의) 날들은 너무나 강하게 사람들의 인식을 흔들어 놓아서 모두가 빠르게 투쟁의 끝을 보는 것을 바라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 나빠서 더 이상 나빠지는 일이 일어날 수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도 그녀(우리나라)의 죽은 시신의 앙상한 손을 잡으려 하지 않는 것처럼, 마치 산 자들을 억눌러 왔으며 또 여전히 그 발작적인 포옹으로 억누르고 있는 존재를 피하려 하는 듯이.

전투의 열기는 빠르게 대중속으로 퍼져나갔다.  사람들의 의식은 강하게 미래를 열망하고 있었다.  현실은 장미빛 미래의 안개위에 떠돌고 있었고 과거는 어딘가로 멀리 시야로부터 사라져버렸다.  모든 인간관계란 모두 불안하고 그 어느 때보다 깨지기 쉬운 것이 되었다.

그런 어느날 내 생애에서 나를 흔들어 놓고 인민의 투쟁에서 나를 동떨어지게 하는 사건들이 일어났다.

나는 27세에도 불구하고 노동당의 '선배'중 하나였는데 이미 나는 1년의 옥살이를 포함해 6년간 당의 일꾼으로서 종사해 온 것이었다.  나는 다른 이들보다 더 일찍 소요사태가 일어날 것을 예감했으며 더 차분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은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하지만 학문적 과제 역시 소홀히 하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 저널에 기고했고 그것으로 생계수단을 유지했다.  그리고 그때 사랑에 빠졌다... 혹은 사랑했다고 여겼다.

그녀는 당에서 안나 니꼴라예브나로 불렸다.
우리 당에서 좀더 온건한 분파에 속한 여자였다.  나는 그것을 천성적 여림과 우리나라에 대한 정치적 견해에 혼돈된 입장때문이라고 짐작했었다: 그녀는 나보다 연상이었으며 완전히 의식화되지 않은 사람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나는 그때 필수불가결한 붕괴를 예견하지도 예측하지도 못했다 - 우리들의 모든 삶이 영향받고 또 삶속으로 뿌리내리게 될 그 혁명의 결과말이다.

그 무렵 한 청년이 수도로 왔다.  그의 암호명은 '매니'였다. 그는 남부지방에서 몇가지 소식을 전해왔다. 그것으로써 그는 매우 믿을만한 동지임이 증명되었다.  그의 사업을 완수하고 수도에 얼마간 남아있기로 결정했고 자주 우리들에 합류하곤 했는데 나와 친해지게 되었다.

그는 많은 면에서 독특한 면모를 갖은 인물이었다.  그의 눈은 항상 아주 짙은 색안경으로 가려져 있어서 가까이서도 그의 눈의 색깔을 알 수 없었고 그의 머리는 어쩐지 비례에 맞지 않게 너무 커 보였다.  얼굴색은 짙었고 잘생겼지만 놀라울 정도로 움직임이 없고 생기가 없는 반면 그의 부드럽고 호소력있는 목소리는 서로 극단적 부조화를 발하고 있었다.  그의 잘 발달된 유연하고 탄탄한 몸 역시 그러했다.  그의 발표는 자유롭고 자연스러웠고 언제나 해박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의 지식은 한쪽에 치중해 보였는데 미루어 그의 전공은 과학으로 보였다.

매니와의 대화는 언제나 개인적이고 실제적인 질문에서 시작하여 그들이 근원한 이상의 기초로 이끌어졌다.  그가 우리들 모임에 참여할 때는 어쩐지 나와 아내의 성격과 견해들의 차이가 훨씬 두드러지는 상황이 일어났고 그것들로부터 서로 후퇴할 수 없게 되었다.  매니의 세상을 보는 시각은 나와 비슷해 보였다: 그는 항상 나직하고 매우 조심스럽고 예절바르게 행동했다. 하지만 매우 날카롭고 깊숙히 주제에 본질적이었다.

우리들의 정치적 견해가 다름을 매니는 아주 적절하게 우리들의 세상을 보는 눈의 차이와 연관시켰다.  우리가 충돌하는 불일치점들은 심리적으로 불가피한 것으로 거의 완전한 논리로 우리가 서로 좋아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안나는 매니를 거의 커다란 흥미가 합쳐진 혐오라고 설명될 것으로 대했다.  나는 그가 어떠한 목표를 지니고 행동하고 있다고 느꼈으나 그것이 무엇인지 알수 없었다.

1월의 어느날 - 거의 1월이 끝나가고 있었다 - 당을 대표하는 두 분파의 지도부가 모여서 결정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거사의 전날, 매니가 와서 이 무장봉기에 참여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다-이 문제를 당의 지도부가 결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 빠르게 격렬한 논쟁이 일어났다.

안나는 집회를 열자고 주도한 이들이라면 모두 첫번째 열에 서야 한다는 것이었고 나는 그곳에 꼭 필요한 이들이나 집회의 경험이 있어서 가장 잘하는 이들의 뒤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매니는 더 나아가서 거리의 소요가 일어나고 필연적으로 군대와의 충돌이 있을 것이 확연하기에 그러면 정치-지도부같은 것은 작동하지 않게 되고 물리적으로 힘이 없는 이들이나 불안한 사람들은 매우 해가 될 수 있을 것이기에 전쟁참가 경험이 있는 이들이 앞에 설 것을 주장했다.

안나는 자신의 주장을 직접 겨냥한  그의 말에 상처받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논쟁에서 져서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갔다.  곧 매니도 회의를 떠났다.

다음 날,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안나를 마주치지 않고 집을 나섰다.  저녁에 돌아올 것이었다.  집회는 취소되었고 위원회에서의 지령으로 나는 다른 파의 지도부를 맡게 되었다.
나는 얼마나 우리가 적과의 무장 대치의 준비가 불충분한지, 또 집회가 있었다면 쓸모없는 힘의 낭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이에 만족했다.  나는 이것이 안나가 느낀 실패감을 약간이나마 약화시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돌아오자 책상위에 쪽지가 놓여있었다.

"나는 떠나, 내가 당신과 함께 있을 수록 내게는 우리 길이 다르다는 것을 보게되고 우리가 실수였다는 것을 알게 되.  우리가 다시 안만나는 것이 낫겠어, 용서해줘"

나는 거리를 오래동안 지칠때까지 걸었다. 머리에는 비어버린 듯한 느낌과 가슴에는 추위의 느낌을 갖고.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거기에는 예기치 않은 손님이 있었다, 내 의자위에 매니가 앉아서 메모를 쓴 채 기다리고 있었다.




알렉산드르 보그다노브, 끄라스나야 즈베즈다 (Красная Звезда 붉은 별)

1908년 제정러시아 말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공지 [공지] KPUG 운영비 모금. 안내 드립니다. - updated 250601Su [27] KPUG 2025.06.01 312
공지 [안내의 글] 새로운 운영진 출범 안내드립니다. [15] 맑은하늘 2018.03.30 31174
공지 KPUG에 처음 오신 분들께 고(告)합니다 [100] iris 2011.12.14 441408
11336 현재 공구진행 상황 2..... [16] 星夜舞人 10.09 942
11335 오늘은 한글날 입니다. [10] 준용군 10.09 886
11334 프로잭트초기화;;; [2] 스파르타 10.09 967
11333 저도 한강에서... [4] apple 10.09 927
11332 사람 구경 잘하고 왔습니다 [5] file 준용군 10.09 882
11331 [자장구일지] 세계사람축제에 낚이다. [3] file 017 10.08 1012
11330 고백 받는 방법... [4] 인포넷 10.08 1072
11329 저도 고백을 받았습니다. [11] 준용군 10.08 917
11328 갤투가 저를 행복하게 하네요. [2] 최강산왕 10.08 888
11327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신체 절단 마술~~!! [3] file 만파식적 10.08 3389
» 붉은 별 - 1 영진 10.08 938
11325 저도 고백 받았습니다. [4] 敎主 10.08 976
11324 독서실에서 고백받앗습니다.... [5] 스파르타 10.08 1406
11323 망할 동인지.... [2] 만파식적 10.08 2444
11322 스팸메일을 거부하려면? [3] matsal 10.08 912
11321 11일부터 14일까지 휴가 일정을 잡았어요. ^^ [1] 맑은샛별 10.08 1085
11320 [장발장™] 매번 살아있음만 알리러 왔습니다~~ [8] 장발장™ 10.08 1051
11319 갤스2가 너무 비쌀때 현실적인 대안... [5] 유진반쪽 10.08 1044
11318 딸입니다.. [16] 유진반쪽 10.08 951
11317 가영아빠님 전상서 [감사인사] [5] 백군 10.08 1009

오늘:
1,584
어제:
2,026
전체:
16,31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