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 있었으면 달라 졌을까요?
2011.10.25 00:37
첫째가 둘째 때문에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어린이집의 가장 큰 문제점인 감기에 자꾸 걸린다는 것이죠.
더 큰 문제는 그 감기를 둘째에게 옮긴다는 것입니다.
둘째 생후 20일에 옮았는데 그래도 큰(?) 고생 없이 완치되었습니다.
생후 40일째 다시 두번째 감기를 옮았습니다.
조심 조심하는데도 첫째가 둘째앞에서 기침을 해대는데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두번째 감기도 소아과에 열심히 다녀서 약먹으면 나으려나 했는데
두번째 감기는 양상이 다르네요. 좀 급속하게 발전한다고 해야 할까요.
결국 모세기관지염(어른으로 치면 폐렴) 증상이 있어 토요일 밤에 응급실로 가서 입원했습니다.
전 순진하게 응급실로 가면 그냥 입원되는 줄 알았습니다.
경희대병원을 갔더니 검사할껀 다 하더니만 (소아과에서 받은 모세기관지염 소견서를 보여줬는데도 전신 엑스레이는 왜 찍는건지
폐사진만 찍으면 되는거 아닌가요?) 병실이 없다고 다른데 가랍니다. 헐~ 검사전에 얘기하던가
그래도 알아봐 준다고 하더니 상계백병원에 입원실 있다고 거기로 가라더군요.
갈려고 하다가 아기가 울고 젖을 찾아서 젖먹이고 트름시키고 출발하려는데 백병원에서 전화왔다고 하네요.
자리가 차버렸다고 와도 소용없다고 헐~ 바로 갔어야 하는데 실수했네요.
다시 여기저기 알아보더니 순천향병원에 가랍니다. 고대도 없고, 한양대도 없고,
집이 외대근처인데 한남동에 있는 순천향병원이라니 이게 왠 말입니다.
잠시 고민하다 (그냥 여기 입원시켜달라고 때도 써보다가) 그나마 순천향병원도 자리 없을까 택시타고 한남동으로 향했습니다.
결국 순천향병원에 입원중입니다.(시설은 정말 후지네요. 보호자가 앉을 공간도 없고, 휴게실도 없고, 벤치도 하나밖에 안보이고
병원밥은 식은채로 나오지 않나. 친절하긴 하던데 친절이 밥먹여주진 않을테고 아기를 잘 치료해줘야 할텐데...)
첫째는 봐줄 사람이 없어서 시골로 피난 보냈고요.
둘째 때문에 첫째를 어린이집보냈더니 둘째가 자꾸 감기에 걸려 입원까지 하는 사태가 발생하네요.
참 아이러니(?)내요. 안보내자니 둘째때문에 방치되고, 보내자니 감기를 옮기고, 하나가 아니고 둘이되니 새로운 문제들이
속속 발생하네요. ㅜㅜ.
집에서 병원이 멀어서 가제수건 삶아서 왔다 갔다 하기도 힘들고 여러모로 불편하고 시간낭비가 심하네요.
줄이 있었으면 그냥 경희의료원에 입원시킬 수 있었을까요?
썩은 동아줄도 없는 제가 좀 한심하기도 하고요.
야밤에 빨래 다 되길 기다리며 주절주절 힘들어서 투정글 올려봅니다.
코멘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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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0.25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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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eraesthetic
10.25 04:51
저희는 다행히 첫째와 둘째가 나이차이가 있어서 전염병이 둘째한테 중병으로 발전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만 보육시설서 서로 병을 옮기는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인거 같습니다. 원래 감염된 아이는 시설에 보내지 말아야 하는데 가끔 가서 보면 누런 코가 떡져서 노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부모들도 다 알고 그렇기에 뭐라 말도 못하고 그냥 집에 와서는 애 손을 박박 딲이죠. 허허.
그냥 어려서 걸린병들을 커서는 걸리지 말길 바라는 맘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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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라기 보다는 '끗발'이 있었다면... 왕초보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다른 과에 할당된 병실을 알아보는 것도 가능했을 수 있고, 심지어는 다른 환자 한명 하루 먼저 퇴원시켜버리는 것도 가능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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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정말 "줄"이 중요합니다. 슬픈 현실이지만.. 없는 병실도 생기고, 수술일정도 변경가능합니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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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10.25 09:40
그래서 말이죠.. 그냥 바로 응급실로 달려가시는 것보다도.. 평소 다니던 병원 의사샘 전번을 따두었다가.. 도움을 요청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일반인 보다는.. 그래도 평소 다니던 의사샘의 '줄'이 더 좋기 쉽거든요. 누구처럼 전우도 없는 군대를 갔다온 의사는 없기때문에.. 최소한 친구나 선후배들이라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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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발이
10.25 09:43
저번에 장인어른 아프셔서 병원에 갔는데.. 왜 의사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줄 알겟더군요..
장인어른이 뇌출혈 조짐이 있으셔서 근처 병원 급하게 갔는데 응급실에 의사가 한시간 정도 지나서 오더군요.
아는 사람 있는 병원 가니 의사가 바로 내려오더군요. 누구 선생님 친구시죠 하시면서...
요즘에는 아파도 안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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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병원에 입원하시는게 어떨까요?? 그쪽이 좀더 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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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뷔
10.25 14:58
요즘 아이들 감기가 거의 급성기관지염으로 가더군요. 반나절만에.... -_-;
어른도 하룻밤이면 켈록켈록 수준이 아니라 '꾸어어어어~ 쿨럭~!' 으로 바뀌더군요.
어른이고 아이고 간에 조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집은 엄마, 아빠, 아들, 장모, 장인 등등등 온가족이 쿨럭거리고 있습니다. -_-; 이건 뭐 후딱 낫지도 않아요... 기침이 계속...
흠.. 보장은 없지만 훨씬 나았을 겁니다.. 다른 과에 할당된 병실을 알아봐 줄 수도 있다고 알고 있거든요. 병원에선 무지 귀찮은 일이 될 수 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죠.
지금 아가를 옮기기는 그렇고. 그 시간엔 힘써주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줄이 있더라도 (예를 들어 병원장이 삼촌이더라도) 여러 사람 귀찮게 하는 일이라 아쉬운 전화를 해야 하는데.. 다들 잘 시간이니. 빨리 낫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첫째를 보내는 어린이집의 위생상태가 극히 의심스럽군요. 다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그렇다고 눈감아버릴만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