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사람 모시기 (인간 관계) 힘드네요..
2012.02.06 09:58
인간 관계,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윗사람들 모시는 것이 참 힘드네요.
정신적인 번아웃의 가장 중요한 이유가 사람입니다.
지금은 2부 리그 정도 되는 곳에서 일하고 있지만,
대학에 적을 두었으면 하는 마음에
아직도 교수님들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에 계시는 분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교수님들이 서로 다들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 일을 해주는 사실을 짐작하고는 있지만,
실제 알게 되면 무척 기분 나빠하고, 야단치고 하시죠. 저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도와드리는 건데요.
며칠 뒤에 2개의 모임이 겹쳤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날짜를 잡는데 제 의견 따위는 절대 고려하지 않습니다. 오라고 하면 무조건 올 거라고 생각하죠..
<모임 1>
교수 A, B
명예 교수님을 모시고 저녁식사
역할: 잔심부름, 택시 잡기 정도
<모임 2>
교수 C, D
명목은 학술 모임
내용은 기획 서류 관련 모임으로
세부 내용 관련된 보고서를 제가 쓴 적이 있어서 안 가면 약간 난처할 수도 있고,
만약 안 간다고 해도 결국 나중에 서류 작성은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문제는 모임 두 개 시간이 겹쳤기 때문에 모두 갈 수는 없고,
하나만 갔다가 다른 쪽에서 나중에라도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매우 곤란해집니다.
다른 쪽으로 줄을 섰다고 생각하거든요.
서로 사이는 안좋은데, 가끔 일정이 공유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뭐, 잘하면 야단 맞고 몇 달 동안 두고두고 그 사실로 매우 힘들게 괴롭히는 거고,
운나쁘면 물리적 접촉도 있을 수도 있죠. )
그래서 제 생각에는 2개 모두 안 가고 뭉개버릴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여기 계시는 인간 관계, 처세의 달인 분들은 이럴 때 다들 어떻게 하세요?
모임 두 개 모두 안 갈 수 있는 적절한 핑계가 생각이 안나네요..
며칠 후면 별것도 아니게 될 텐데, 지금으로서는 가슴에 바위를 얹은 듯 합니다. ㅜㅜ..
코멘트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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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아자씨
02.06 10:07
둘 중 하나 가는 것보다 둘 다 안가는 것보다
나에게 오지 않고 저리 갔다는 것이 괘씸죄가 되겠네요.
입원이 방법이겠네요.---------------
성야무인님, 의견이 제일 맞은 것 같고요.
그게 어려울 시는 이렇게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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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명답이네요.
만약 내가 저 상황이라면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그냥 힘내세요 라고 밖에 댓글 못달텐데
세월의 연륜이 느껴집니다.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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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용군
02.06 10:10
살면서 정말 이해 안가는것들 왜 사람들은 대접 받고싶어할까 충분히 혼자할수 해결할수잇는일을 왜 당연하듯이 남에게 시킬까-_- -
닥터랜
02.06 10:14
모임 2를 주재하는 사람이 학과장이라서 중요한 사람이지만
모임 1을 주재하는 사람은 아주 치밀한 사람이라 뒤끝 작렬입니다. 나중에 분명히 복수하는 사람이라는 거죠..
둘다 펀드 받을 때 힘을 줄 사람들은 아니고, 이용하고 필요없으면 버립니다.
그리고 과의 분위기 상 얼굴만 잠깐 내미는 것이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하나만 선택하거나
아니면 아예 안가는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
뭐 저도 한국에서 몇번 교수들한테 당해 봐서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정말 대머리아자씨님의 의견처럼 친구상이 낫다고 하는것과 같은 핑계를 대서 빠지는게 옳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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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랜
02.06 10:15
대머리 아자씨님 말씀대로 괘씸죄가 더 무섭습니다.
그래서 저도 '입원' 내지는 '입원에 준하는 와병 상태'를 핑계로 삼아볼까 생각 중입니다..ㅜㅜ.. -
minkim
02.06 10:24
전 대학에 좀 오래 있었는 데 원래 좀 배운 사람들이 대체로 소심하고 쪼잔합니다. (저도 좀 그런 경향이 있어서 안 그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가 권세를 잡게 되면 그 힘을 잘 쓰지못하고 남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학계말고는 다른 곳은 별로 있어 보진 않아서 다른 곳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닥터랜
02.06 10:30
다들 너무나도 잘 이해해 주시네요..ㅜㅜ..
김민님 말씀대로 권력만 남용하는 경향이 있죠..
제일 좋은 해결책은 준용군님 말씀대로 자기 일은 자기가 하면 됩니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도 시키지 말아야 하는 거구요..
설사약이라도 먹고 응급실에 누워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혹시라도 윗사람이 되는 일이 있다면,
이런 일들은 평생 잊지 말고 아랫사람한테 잘해줘야 할텐데 말입니다.. -
전 법대졸업하고 공대대학원 갔다가 나온 이유중의 하나가? 교수와의 마찰때문이라죠...
지금은 법대 졸업으로 해서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정말 대학원 가보니 특히나 공대는 학생은 노예~~~ -
꼬소
02.06 11:06
하는거 보면 정말 왕이 따로 없죠.....
입원하는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
SCV
02.06 11:19
입원이 명답이군요! -
자갈시계
02.06 11:24
후배가 모교에서 석박사 광정을 수료했는데 전임교수 눈치보랴 강의 시간 할당받으려고 다른교수 짜웅하랴 맘고생 많이하더군요. -
자갈시계
02.06 11:26
결국 임용은 포기하고 회사에 연구직으로 입사했습니다. 공대예요ㅠㅜ -
닥터랜
02.06 11:35
따뜻한 격려와 조언 정말 감사합니다~
비슷한 경험들을 하셨거나 경험하고 계시군요..
사실 대학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도 마찬가지겠지요..
제가 가는 길은 공대만큼은 아닐 것으로 사료되지만,
저 역시 2부 리그를 전전하며 속을 끓이고 있습니다.
요즘엔 전화가 울리면 가슴이 두근두근하네요..
저는 누구한테 줄서는 것도 아닌데, 서로 자기 라인이라 생각하고 있으니
참 그렇습니다. -
맑은샛별
02.06 20:15
저도 예전에 정말 가기 싫은 술자리가 있었거든요. 가면 술심부름만 할 것이 뻔하고 엄청 불편한 자리가 될터였죠. 어찌하면 안 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거짓말을 하기로 했죠.
자전거로 출퇴근 하던시절이라 집에 자전거를 두고 술자리로 가겠다고 하고선 약속시간이 한참 지나서 교통사고 나서 병원에 검사 받은중이라 구라를 쳤죠. 나중에 회사에서 봤을때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걸 문제 삼는 사람은 없었구요.
그날 술자리에 끌려갔던 동생들은 그런 타이밍이라면 자신들도 사고가 났었으면 하며 부러워했었어요. ^^; 아직도 그 날일이 거짓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없어요. ^^
하지만 실제로 행동해야 되는곳은 위에서 이야기했지만 자신의 연구비나 계약갱신할때 유리한 칼자루를 가진 집단이 속해있는 곳으로 가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