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안쓰는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2012.02.17 02:51
어릴적부터 영어에 매료되어 원서를 읽고 번역을 알바를 했던 하루키는 그당시 일본의 시대적 상황을 생각하면 상당히 앞서가는 언어적 센스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을 겁니다. 솔직히 말해 천재죠 뭐. 그가 쓴 글들을 보면, 호불호를 떠나서 그의 언어적 재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런 그도 영어 때문에 고생이었나 봅니다. "슬픈 외국어" 라는 책을 쓴 걸 보면요.
재미있는 건, 한국인의 경우 일본어의 경우 몇달정도 미친듯이 집중해서 공부하면 일상 회화는 지장 없을 정도로 가능해 집니다 (한국의 고3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할 겁니다...만 저는 경험한 적 없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면 의식의 확장 같은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또다른 언어로 말하면서 이해하고, 그 언어 만으로 전달 될 수 밖에 없는 민족의 혼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근대 왜 영어는 안될까요;;
가끔 이런 미친 짓을 왜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합니다. 호주에 온지 1년이 지났고,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한지 벌써 3년이 다 되어 가네요. 100년 남짓 사는 짧은 인생 속에서, 저는 이 미친 짓에 3년을 쏟아 부었습니다. 뭐, 전공 공부도 하고, 알바도 하고, 별별 일들이 다 일어나서 정신 없이 지나간 3년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건 진짜 미친 짓이라는 결론 밖에 안나옵니다.
처음 영어공부를 시작했을 때 반드시 일어나 중국어 처럼 쉽게 공부할 나만의 공부법을 창조하리라 마음먹고 촘스키 부터 어원영어, 소리영어까지 별별 잡스런 책들을 다 읽어 봤지만 진정 인류에 공헌하는 길은 영어따윈 안쓰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원서도, 기술 문서도 왕창 왕창 번역되어 있고, 전문 번역인들도 많고, 통역인들도 많으니 불필요한 사람들에게 까지 영어로 시간낭비 하게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왜냐면 시간낭비이니까요. 장담컨데, 직장인이 주말 마다 영어 회화반을 다녀도, 대학생이 뒤늦게 취업에 대비하여 토익을 900을 찍어도, 그렇게 얻어지는 영어 실력은 스스로를 "상품화" 시킬 정도로, 다시 말해 기업이나 사회에 팔아 넘길 정도의 실력이 못될 가능성이 큽니다.
마치 2주에 한 번씩 헬스 클럽에 가서 몸을 혹사시켜도 몸짱이 될 수 없는 것 처럼, 설령 몸짱이 되어도 한 두달 운동 안하면 배나온 아저씨가 되어 버리는 것 처럼...
근대 왜 이렇게 사기꾼들이 판치고, 사람들은 계속 속고 또 속는 걸까요? 결국 최소 몇년간 영어에 집중할 수 있는 기간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데 현실적으로 이런 환경을 갖추기가 대한민국 성인에게는 거의 불가능 할 뿐만 아니라, 그 몇년의 투자 가치가 있는지도 정말 의문스럽습니다.
쓰고 나서 보니 너무 화풀이 식으로 적은 감이 있네요. 요즘 너무 답답해서 그런 거니 양해를 바랍니다. - _ ㅜ
코멘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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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2.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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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책보다는 일하다가 사람들이랑 술마시면서, 싸우면서, 회의하면서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완벽하지 못해서 계속 버벅 거립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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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신 글에 어느 정도 (꽤 상당히)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안타까운건 영어를 '언어'로 쓰지 않고 '스펙용 도구'로 요구하는 점이죠.
저같은 경우는 영어가 필요해서 씁니다. 저처럼 필요한 사람들만 익혀도 되는 '언어'인 영어가, 스펙을 위한 그리고 국내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잘못된 국제화(실제로 행해지는 영어화가 국제화라고 잘못 인식되고 있다고 전 생각합니다.)를 위한 것으로 변질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왜 영어를 익혀야하는가, 영어를 배워서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없이 학창시절에 주입식을 배워왔기 때문에 영어로 고민도 하고 고생도 한다고 생각하네요.
다시 본 글로 돌아가면 본 글의 제목에는 개인적으로 공감하기 힘듭니다. 불가능하다는걸 아니까요. 그렇다고 지금 영어에 대한 행동들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영어를 전혀 안 쓸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답은 없는거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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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산왕
02.17 05:17
답변들 갑사합니다. 왕초보님의 글 처럼 결국 정답은 잠수인데, 현실적으로 이게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죠.
무슨영어, 무슨 영어 등등학습법이 난무하는데, 사실 다들 맞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마법의 무슨 문법, 무슨 영어 머시기 거시기 하는 사람들이 왜 자기 잘났다고 주장하는지도 이해하긴 하지만... 결국... 큰 의미가 없는 것이,
언어가 "언어" 로서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눈을 깜빡이거나 하품을 하는 등의 "사고"를 필요로 하지 않는 반사적 동작들 처럼 모든 것이 순간에 발생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엄청난 반복을 통해서만 습득되는 과정이기 때문이죠.
시작이 성문영어가 되었든 그래머인 유즈가 되었든, 촘스키 문법이나, 영절하가 되었든 결국 초급 이상 올라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단어와 표현 등을 초고속으로 입출력처리가 가능한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고 결국 이것은 "반복" 만이 답이라는 말이 되네요;;
간단한 질문 레터 하나 쓰면서도 애매한 표현은 검색하면서 써야하는 이 짜증. 아후. 자유롭고 싶습니다.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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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색주
02.17 08:32
영어를 사용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시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언어라는게 처음에는 문법과 단어지만 한참 지나면 그런건 아이폰으로 찾으면 되고, 중요한 건 문화나 이런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언어를 알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더군요. 언어는 시간을 들이는데 정비례 하더군요. 외국인들과 일한지 8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 제 영어는 별로이군요. -
준용군
02.17 09:32
외국인이나 해외 영업 혹은 업무 지원에 관련없다면 외국어 안배워도 되겠죠-_-
솔직히 대다수의 인원이 영어랑 하등 상관없는 업무를하는데 왜토익 토플 -_- 그것도 귀중한 시간쪼개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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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할때 스펙을 요구하고 거기에 절대적인 비중이 영어라고 하니 목을 멜수밖에요 .ㅜ
토닥토닥. '잠수' 라는게 필요해 보입니다. 우리말을 전혀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말로 된 책조차 하나도 없이 몇주만 살아보면, 영어 자체가 익숙해지기는 합니다. 문화 차이는 완전히 다른 문제고요. 영어에서 문화를 느끼기 힘드시다면 어쩌면 영어권이란 곳이 수많은 문화가 짬뽕이 되어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책 보다는 사람과 부대끼는게 많이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