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 Brazos Bend State Park
2010.06.07 23:26
휴스턴에 있는 Brazos Bend State Park에 1박 다녀왔습니다.
미국 10대 파크중 하나인데요. 밀림틱한 곳입니다.
여기엔 이런 푯말이 있습니다.
Caution - Alligators.
신기하게도 악어가 옆에서 담장도 없이 길옆에 얼굴을 내놓고 있는 곳인데요. (남편의 그 당황했던 눈빛이 생각나네요.ㅋ)
저번에 산책하러 이곳에 다녀온후, 캠핑장 예약을 하였습니다.
바리바리 싸들고 저희에게 할당된 캠핑슬랏에 도착하였더니, 웬 차 한대가.. 저희 슬랏에 주차되어 있는 것입니다.
자기 캠핑슬랏을 잘못 알고 찾아온 차라 생각하고, 그 차로 어슬렁 걸어가.. 문을 똑똑하고 나서야..
전 깨달았습니다.
그 당황스러움이란..
그 분들이 떠난후 키득거리며 텐트를 치고, 보드게임도 하고, 8시쯤.. 바베큐를 준비하였습니다.
차콜에 불을 붙이고 불이 어느 정도 죽은후, 고기에 풍미를 더해주기 위해 사온, 오크+애플우드+?? 나무조각들을 물에 담궜다가 위에 솔솔 뿌려주었습니다.
이런 나무조각들을 따로 넣어본건 처음인데요. 깨달은건 나무를 넣자마자 바로 고기를 얹어 주는게 좋겠다라는 거였습니다.
연기가 좀 날라간 후 고기를 얹었더니, 향이 약했습니다.
이날은 사온 소고기도 좀 질기고, 닭고기 꼬치도 그냥저냥이었습니다. 그나마 소고기를 살짝 익혀서 먹을 수 있었지, 더 익혔으면 먹지도 못할 뻔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완전 어둑해졌습니다.
캠프파이어를 한다고, 나무를 사다가 위에 라이터기름을 뿌리고 불을 부치는데 불이 안 붙는 겁니다.
결국은 불이 안 붙고, 기름도 다 떨어졌습니다. 하나 더 사가지고 왔어야 했는데... 쩝.
생각보다 너무너무 어려웠습니다.
잔나무를 모아, 둘이서 쭈그리고 앉아 신문을 조각조각 찢어서 끊임없이 넣어주었습니다. 한시간 정도가 지났나요..
그래도 불이 안 붙고. 연기가 났습니다.
날씨가 너무 습해서 나무의 수분만 날라가지 불이 붙지 않는 겁니다.
우리들은 말을 잃어갔고
거의 포기할 무렵. 남편이 고기를 굽기 위해 가져왔던 마른 오크나무조각들을 생각해냈고. 그 비싼 나무들을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불이 붙었고. 또 한시간쯤 지났나요..
드디어 완성이 되었습니다.
우린 너무 행복했고, 기뻤습니다. 불하나 피우고 어찌나 좋던지. >.<
둘이서 몰래, 가져온 맥주를 컵에 따라 마시고, 스모얼즈도 만들어 먹었습니다.
결국은 힘들게 붙인 불을 죽일 수 없는 나머지, 나무한묶음을 더 사와서 두개쯤을 더 태우고..
밤은 무척 습했고,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새소리, 벌레소리 등이 전 자장가처럼 느꼈는데, 남편은 그 소리가 너무 민감하게 들려서 그 날밤은 남편이 잠을 잘 못 잤습니다.
전 새벽다섯시쯤 눈이 떠지고.. 텐트너머를 봤습니다.
텐트 너머로..
한 세살쯤 되는 아이가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 뒤로 이 삼미터를 뒤로 엄마가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시간에 산책도 하는구나......."
생각하며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만.. 다시 잠에서 깨고.
전 또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어라. 생각보다 글이 길어지네요..
급 마무리합니다.
아침에 생생우동을 끓어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문명의 이기를 느끼며 얼마전에 추천해주신 라이어게임 일드를 보다가 잠들었습니다.
다담주에 또 캠핑다녀오면 후기 올리겠습니다.
코멘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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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타
06.0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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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han666
06.08 02:02
덜덜덜.. 무서우면서 흥미롭고.. 뭔가 마구 섞인 느낌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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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06.08 02:40
읽다가 악어생각은 저 멀리 보내 버리고 재밌었겠구나... 좋겠다~ 라는 생각만 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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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로
06.08 04:32
불법주차 차량을 노크하고 왜 당황하셨는지 몹~씨 궁금합니다.ㅡ^^;
악어는 (대충 모든 세상의 무는 것들) 대상을 공격할 때, 고개를 90도로 꺾어야 하니까 물 속이 아니면 좀 힘들지 않은가요? 주둥이가 아주 기니까요.
맑고 빛나는 별을 볼 수 있어서 좋았겠습니다. 전체적으로 궁금증 유발 글입니다. 2탄에서 이 궁금증이 풀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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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6.08 05:28
차량: 제 생각엔 체크아웃 시간 생각 안하고 그냥 나가라고 하실 량이었던 듯 합니다.. 일찍 도착하면 그런 문제가 생기죠.
악어: 꼬리로 쳐서 넘어뜨린 다음 물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악어 꼬리에 당할 장사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왠만한 크기면 붕 날아서 머리를 바로 물고 물 속으로 들어갑니다. 꼬리까지 나설 필요도 없습니다. 악어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날쎕니다. ㄷㄷㄷ
캠핑엔 챠콜은 좀 가져가시는게 좋습니다. 거기에 침니 (굴뚝이죠) 라고 불리는 한 2피트 정도 길이에 직경은 10인치 정도 되는 짧은 굴뚝을 파는데.. 그걸로 챠콜에 불 붙이면 잘 붙습니다. 기름 이런거 필요없습니다. 조금 큰 나무조각도 여기 꽂히기만 하면 이걸로 불 붙일 수 있고요. 거의 필수품. 또 캠핑의 맛은 plan B plan C에 있다는.. 저게 안될때 대비해서.. 부루스타 정도는 갖고가셔야죠. ( '') 많은 캠핑 기어들이 울고 있습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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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맘
06.08 12:14
^^;;;; 명상로님께서 생각하신 바로 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맑고 빛나는 별도 좋았고 다양한 소리들도 좋았습니다.
남편이랑 곱씹을 추억거리도 만들구요.
다음캠핑땐 좀 더 빠리하게 불을 지필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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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케니컬
06.08 08:44
대박맘님의 캠핑글을 읽으면 내가 마치 캠핑장에라도 간 듯한 느낌이 듭니다
다음엔 사진도 같이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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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
06.08 11:54
대단하시네요.
저는 무서워서 잠도 못잤겠네요.
시작은 19금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엔 곰돌이 가족이 아니었나 맘대로 생각해봅니다.
그래도 남의 일이라서 그런지 재미있네요. 살짝 부럽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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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맘
06.08 12:17
캠핑장 주변에선 악어는 못 봤구요. 대신 사슴가족들을 봤습니다. 어른사슴들이랑 애기사슴 세마리 정도..가 새벽엔 한 복판에서 놀더라구요. 귀엽고 이뻤어요.
에이..부러우시긴요.
캠핑 가실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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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기
06.08 16:11
가스토치.. 챙겨 가시면 불 붙이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특히 안말라서 -_-; 말려서 때워야 되는 나무일 경우에는요..
다만.. 불붙는 동안 나오는 그 연기들 -_-;;이 괴로울 뿐이죠.. T_T:;
지난 주말 난지캠핑장을 가득 덮은 연기들이 생각 나네요 T_T;;;;;
근데 중간의 의문은.. 저도 19금으로 시작했다가 리플보고 체크인 타임... 인듯 하고요...
아이와 엄마는 브루스윌리스?? 인건가요?? 악어는 아닌듯한 분위기니까요..
ㅎㅎ 글읽는 내내 아... 이제쯤 악어가 나오겠지.. 지금쯤 나올꺼야.. 드뎌 애기가 나왔군.. 곧... 쿨럭... 아..
영화랑 소설을 너무 많이 봤어요 흐흐.. ^^; 살짝 부럽네요 ㅎ 인터넷과 전기가 없으면 안되는 종족이라.. 단순부러울뿐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