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산업의 현실 문제 - 처절하게 부족한 기획력의 문제
2010.02.19 04:25
아래 야근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말이죠. 우리나라의 야근 문제는 IT뿐이 아니죠. 사방에서 그러고 있어요.
사실 야근 그 자체도 문제지만, 그 야근에 정상적인 댓가를 바랄수 없다는 것이 더 근본적입니다. 만일 직원들의 야근에 정상적인 댓가를 완전히 지불한다면, 경영자 입장에서 비용 절감 측면에서 야근을 줄이거나 직원을 더 뽑는 수단을 강구할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관계로, 야근은 저렴한 비용으로 인력을 다룰수 있는 아주 좋은 체계가 됩니다.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데에는, 아직 인력투입 + 하드웨어 + 정신력을 최우선으로 삼는 후진적 경영과 기획 방식, 그리고 소위 계약이라는 것에 불감증을 가지고 있어서 그래요. 대기업들은 그걸 부추겨서 경비 절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구요. 회사끼리 이야기하면서 "돈 밝힌다", "우리 못믿는거냐"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거 자체가, 자기들은 중앙 아프리카 공화국 수준의 회사라고 떳떳이 밝히고 다니는거죠. 우리나라 대기업 1000개 중에서도 아프가니스탄 수준의 기획력이라도 있는 곳이 손에 꼽을 지경입니다.
걔중에, 산업발전 및 기술중에서도 후기에 해당이 되서 아직 명시적이며 도표적으로 다루기 힘든 IT가 단지 대표로 떠있는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IT 기획력이라고 해봐야 완전 유치원생 소꿉놀이 하는 수준이니깐요. 예를 들어 기능 명세서를 제작하는것도 중요한 기획 능력인데, "마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나오는 것처럼 미래지향적이면서, 슈웅~ 하고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 나서 사용자에게 확! 하고 와닿는 UI 제작." 라는 수준으로 기획하면서 "나는야 대기업 기획자" 라고 하고 다니거든요. 사용자 패턴 분석? 본인이 사용자입니다. 상상력도 부족하면서 머리 속으로 몇번 생각해보고 글로 끄적입니다. 그리고 그걸로 제작계약을 하죠. 심지어 절반 이상의 회사들은 그런 것도 없이 계약합니다. "UI 제작" 이라고 한줄만 써서요. 나머지 99.99%의 내용은 계약 위반시에 대한 명시뿐입니다.
그러다보니 야근수당 다 지불하기 시작하면 회사가 휘청입니다. 엔간하면 야근수당을 줄여야 합니다. 1시간이면 할수 있는걸 엉망진창인 기획요소에, 거기에 멍청이처럼 계약해버리는 경영자, 그리고 그걸 이용하는 더 큰 기업의 경영자들때문에, 똑같은걸 3번 4번 만들어야 하나가 나옵니다. 그러니 단가는 1/3, 1/4로 줄어듭니다. 비용 줄여야 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기획이 뭔지 아세요? "눈으로 봐야지 알겠다." "샘플을 보여달라."
만들어서 써보고 아니다 싶음 다시 만드는건 옆집 개도 합니다. 딱 그 정도 실력으로 기획자라고 떠벌이고 다니는거 볼때마다 웃겨 죽겠습니다. 축구화 샀다고 축구선수 아니고, 야구배트 잡는다고 야구선수 아닙니다. 똑같이, 줄그어진 노트 들고 다닌다고 기획자 아니라는거 분명히 알아둬야 합니다. 본인이 기획자라면 무조건 읽고 쓰고 읽고 쓰고 읽고 쓰고 읽고 쓰고 그거 다시 정리하고, 읽고 쓰고 읽고 쓰고 읽고 쓰고 읽고 쓰고 다시 정리해봐야 합니다.
소위 엔지니어들은 문서화능력이 약하다고 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 심하다고 합니다. 인정합니다. 저도 16년간 해오면서 문서화 능력이 떨어진다는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획자들이라고 해서 그렇게 문서화 능력 뛰어난 사람 별로 못봤습니다. 그냥 베끼는거야 잘하죠. 워낙 주위에 많으니... 하지만 본인의 생각을 정확히 정리해서 전달하는 기획자를 국내에서 전 한명도 본적 없습니다. 문서량도 얼마 안됩니다. 개발자보다야 많죠. 그래봐야 5배도 되지 않습니다. 기획자라면 소위 프로그래머가 코딩을 하는 만큼 문서가 나와야 합니다. 최소 30배 40배 나와주어야 합니다. 안그러면 정말로 기획자 아닙니다. 그냥 구경꾼이자 훈수꾼일 뿐입니다. 자기가 스티브잡스입니까? 빌게이츠입니까? 훈수두고 있게... 뭐 그 한 분야만 최소 20년 이상 해온 사람의 말이라면 훈수를 듣겠습니다. 어설프게 몇년 해봤다고 말로 떼우려는 사람들... 볼때마다 코웃음 칩니다.
코멘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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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2.19 05:31
추천:1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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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lson11
02.19 05:38
왕초보님 미국은 아침인가요?
시간대가 틀려서 여긴 야심한 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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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2.19 05:52
지금 오후 한시입니다. 곧 다음 미팅 들어갑니다. ㄷㄷㄷ 하루종일 미팅에 일은 언제 하라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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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day
02.19 06:52
그것도 문제예요. 미팅만 죽어라고 한 다음에 결과물이 나오길 바라는거.... 나중에 꼭 회의를 많이 해서 개발시간이 절감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다 구라예요. 그냥 자기가 일하는 시간이 준거고, 실질 개발하는 사람드르이 야근이 늘어난거죠. 물론 중요한 회의는 해야겠지만, 필요 이상으로 회의를 많이 하는 경우에는 능력부족을 공표하고 다니는겁니다.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해서 업무가 안된다는건 핑계죠. 무슨 커뮤니케이션이 업무의 1/3이 넘어갑니까?
추천:1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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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톨
02.19 08:08
원글도 댓글도 모두 공감합니다. 추천 때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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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FF
02.19 08:20
기획단계에 촛점을 맞추어만 말해보아도.
일단, 창조적 마인드 혹은 아이디어가 없이
"어디 똑똑한 것들 아이디어 좀 내 봐~" 뭐 이런 식으로 하죠.
정말 고객의 니즈에 맞게 어떤 뚜렷한 뭔가를 만들겠다고 생각하는 기획자들은
발로 뛰면서 그런 것을 가진 사람들 혹은 기업들을 찾아다니고 심지어 없으면 본인들이 만들어 내는데 반해,
난 돈이 있고 "갑"이니 "을"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야근하면서 고민해야 할 사람들은 중역들 같아요.
위로 올라갈 수록 돈만 알고 사람만 부리면 된다고 생각하는데서
퀄리티의 차이가 나지 않나 싶습니다.
추천:3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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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샛별
02.19 08:24
아.. 추천하고 싶은 글과 댓글이에요. 추천 플러스~ 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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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Sky
02.19 09:01
정말 추천 플러스~ 입니다.
제가 지금 있는 곳을 때려치는 이유도 그겁니다..
'갑'이면 '갑'답게 뭘 요구할지는 명확히 하고 요구해야지.. '을'만 갈구면 '갑'인줄 아나 -_-;;;;
제가 '갑'의 입장이었는데.. 다른 교수들 때문에 속뒤집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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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케니컬
02.19 09:12
이런글은 추천+스크랩입니다. 다음에 또 읽어볼 필요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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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욱
02.19 09:34
저는 을없는 갑입니다. 기획부터 개발/운영까지 다 하고 있습니다.
저도 우연찮게 개발 16 년차네요.
전 기획을 업무 기획과 개발 기획으로 일단 나눴습니다.
"업무 기획을 하는 사람에게는 개발 기획자가 질문을 하면 업무 기획 실패한 거다." 라고 정의를 내렸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저도 포함됩니다. 죽겠습니다.
중요한 건 전체를 잘 아우르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안보면 생각하기 힘든 건 사실이거든요. 그럼 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를 꼭 개발에 기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로 그려보던지, 자바스크립트로 대충 화면이라도 만들어보던지. 노력없는 기획은 정말 없고, 기획에서 빠진 만큼 개발자가 그 기획을 메꿀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기획 + 개발은 하나입니다.
기획에서 시간을 덜쓰면 개발에서 기획을 다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시간은 같습니다.
문제는 기획에서 시간을 더 쓰는 게 나은 이유는, 만약 개발에서 기획을 하게되면 개발자에게 기획의도를 맡기는 꼴인데, 개발자가 엉뚱하게 개발하면 회사가 어려워지거나, 다시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옳다기 보다는, 서로 보충하는 관계에 있는것이 둘 사이의 관계입니다.
추천:1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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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
02.19 10:11
스크랩 기능이 있었으면 클립해두고 싶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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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곰
02.19 11:14
기획하는 사람이 멍청하면 엔지니어라도 똑똑하게 굴어야합니다.
일정 멍청하게 잡으면 안된다고 이야기 하고 근거 정확하게 들이밀어야 합니다.
기획하는 사람이 중간에 말 바꾸면 그만큼 돈들고 시간든다고, 알려줘야합니다.
기획하는 사람이 다 똑똑하지 않습니다. 엔지니어 출신도 그자리가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개발이라는 문제 (즉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일)에는 어디나 따라다니는 문제입니다. 기획이란 것도 단계가 참 많습니다. 눈을 봐도 모르는 사람도 참 많습니다. OTL
아 임금님귀는 당나귀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