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라는 거, 정상적인 현상인지...
2010.02.15 07:42
요즘 축구경기에 일희 일비하는 여론을 보니 한 마디해야겠다 싶습니다. (포인트도 올릴 겸 ^^;;;) 제목에서 아실 수 있겠지만 좀 부정적인 이야기랍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축구 경기에 열광하고 국대팀이 잘하면 열광하는 건 마찬가지겠죠. (미국 빼고요. 이 나라는 다른 나라에서는 안 하는 스포츠만 월드리그니 이름을 붙여서 자기네 끼리만 좋아하는 묘한 기질이 있어서리...)
그거 자체가 비정상적인 건 아닌데, 우리나라가 솔직이 축구 강국은 아니거든요. 딱 까놓고 말해서 유럽/남미 국가에 비해서는 까마득히 쳐지는 수준이죠. 그리고 이게 뭐 유달리 나쁜 것도 아니고요. 우리나라, 독보적으로 잘 하는 스포츠 많잖아요? 양궁 같은 것은 거의 지존 수준이고, 주요 스포츠에 드는 것들만 따져도 야구같은 것은 이제 수위에 든다고 할 만하고요. 그 많은 스포츠를 다 잘해야 한다는 법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그런데도 중국에 한 번 졌다고 비분 강개하다가 일본에 이겼다고 좋아하는 걸 보면 이해가 별로 안 가요. 솔직이 브라질이나 이탈리아 같은 나라 관점에서 보면 찻잔 속의 태풍에 일희일비하는 짓이죠.
뭐 축구발전 잘 되면 좋겠지만, 굳이 돈 들이고 사람들여서 바닥권에 있는 걸 끌어올리려고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골프나 테니스 같은 건 개인 스포츠니까 천재 한 명 나오면 뜨겠지만 (김연아 씨가 대표적인 경우죠?), 축구는 그것도 안 되니까 세계 수위권으로 끌어올리려면 돈을 엄청나게 쳐들여야 할테고 말이죠.
여기까지 우리나라 얘기고, 본 고장이라는 유럽 축구판을 보면 더 미친 것 같아요. 선수 한 사람 몸값이 몇 억 불도 아니고 몇 백억 불씩 되는 거 보면 이거 정상적인 현상이 전혀 아닌 것 같거든요. 축구 경기 지면 부수고 불지르는 훌리간들을 봐도 그렇고, 축구단 구단주라는 이유로 국가 지도자가 되었다가 부패나 엽색행각을 벌여도 다 용서되는 꼴을 봐도 그렇고. 스포츠 자체야 나쁠 게 무어겠습니까마는, 현재의 정치경제적인 맥락에서는 백해무익하게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우리나라가 축구강국이라고 어거지로 주장할 필요도 없고, 축구 강국이 되려고 많은 돈과 사람을 들여서 발버둥칠 필요도 없으며, 진짜 축구 강국을 부러워하면서 우리나라도 저렇게 되자고 할 필요도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추신: 글고 이번 대회에서는 삼십년 공한증을 넘어선 중국이 진정한 승자 아닌가요? 어차피 이기고 지고 하던 일본에 한번 더 이겼다고 좋아할 이유도 없고 말이죠.
코멘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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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기
02.1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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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기
02.15 11:09
덤으로 이번 경기에 중국이 진정한 승자 맞습니다. 아무도 부정하지 않죠.
그리고 우리나라가 아시아권에서는 축구강국이며, 축구강국이 되므로서 얻어지는 것들을 생각하면 많은 돈과 사람들을 들여 노력해야 되고, 부러워 하면서 저렇게 되자 라고 해야 됩니다.
이건 축구 대신 음악, 미술과 같은 예능계를 넣거나 다른 스포츠를 넣어도 일맥 상통합니다.
스포츠라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결과가 아니라 국가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국력의 또하나의 모습이고, 우리나라를 알리는데,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는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고, 이는 곳 문화를 파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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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2.15 11:58
축구의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그렇지만 언이아빠님 말씀대로 축협이 저렇게 개판 십년뒤로 달리고 있고, 축구가 다른 스포츠 (예: 하키, 핸드볼) 처럼 세계적인 기량을 갖고있지만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는 것들에 비해 세계적인 기량에서는 점점 멀어지면서도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지금 이 기회에 축협을 밀어버리고, 저런 마이너 스포츠를 국가적으로 지원하는게 더 타당한게 아니냐는 것이죠.
지금까지 축구하면서 꿈을 키워온 애들 손가락 빨라는 거냐. 사실 운동선수만 해서 먹고 살라고 애들을 초딩때부터 가르치는 사회가 잘못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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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기
02.15 12:10
사실..
피겨스케이팅의 경우 김연아 선수 이전에는 그게 뭥미? 하는 수준이였습니다만.
축구는 그에 비하면 꽤 많이 알고 있었죠.
그런 의미에서 축구를 국가적 지원 하는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처럼 스포츠 협회가 스포츠인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걍 지들 감투와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자리인 것을 막는 조치가 필요 하다고 생각합니다.
축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대한축구협회가 문제인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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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엔탈
02.15 21:26
미국 애들 야구 챔피언 가릴 때 월드 시리즈라고 하는 건, 후원하던 기업의 상품 이름인가 뭐시깽이에 월드 들어가서... 그러니까 그 뭣이냐, 우리나라로 따지면... 월드콘이 스폰서라... 뭐, 그런 이유로 그렇게 됐다고 어디서 주워 들었습니다. -ㅅ-
그리고... 축구만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이 없습니다. 공터와 공만 있으면 되니까요. 골대는 돌맹이 두 개 주워서 만들어도 되고요. 공만 있으면 다른 장비는 필요 없습니다. 야구는 최소한 공 외에도 배트가 있어야 하고, 맨 손으로 하기에는 좀 불편하지요. 농구는 허허벌판에 골대 세우는 게 불가능하고요. 배구 역시 폐그물 주워서 네트 칠 수 없으니... -_ㅡ;;;
1주에 한 게임 뛰는데 주마다 수 억 받는 건... 그만큼의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돈 벌려고 선수들 사고, 구단에 돈 대는 사람들인데... 미쳤다고 호날두한테 그렇게 쏟아 붓겠습니까?
옆 동네 애들이랑 싸우고는 싶은데, 목숨은 아깝고... 안 죽고 덜 다치는 떼 경기 중 만만한 게 축구라서... 그걸로 오랜 기간 치고 박고 싸우다 보니 라이벌 관계도 만들어지고... 시간이 오래 흘러 아무 이유 없이 조상 때부터 싫어했다는 이유로 지면 난동 부리기도 하고 그런 듯 합니다.
존 듀어든이 축구가 세계적인 스포츠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잘 써놨더라고요. 박문성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이유에 대해서 잘 써놨고요.
축구 좋아하는 사람이 축구 강국 부러워 하면서 우리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하는 게 나쁜 것 같지는 않습니다. 탁구 치는 사람들이 당구장 수만큼만 탁구장 생겼으면 좋겠다고 푸념하는 거라든가, 수영 좋아하는 사람이 동네마다 수영장 하나씩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거랑 별로 다를 게 없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운동을 마음껏 즐기고, 그게 남들에게 자랑거리가 되면 좋은 거니까요.
2002년 이후 퇴보가 너무 빨리 진행되서... 2002년의 4강 기적이 결국 홈 어드밴티지와 편파 판정 덕분이었다고 욕 얻어 먹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축구의 경우 대리전 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축구 자체가 공 하나만 있으면 왠만한 곳에서 왠만한 인원이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장비와 장소와 룰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게임들 하고는 차이가 있죠.
그까짓 스포츠 가지고 뭘 그러냐? 하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가지는 파급력은 대단합니다.
실력은 국대보다 더 미천한 조기축구나 군대축구도 참여자들의 일희일비는 대단하게 큽니다.
또하나 개인이 아니라 팀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우리가 내가 이기는 것이 됩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보면 유럽이나 남미에 들어가면 듣보잡이 -_-; 되는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래도 아시아권에서는 프라이드를 가질 정도의 팀입니다.
브라질이나 네덜란드 같은 잘하는 팀에 진건 걍 그러려니 하는데 중국은 전통적으로 지지 않던 팀에게 참패를 당했다는것이
그것도 우리나라의 고질병인 인맥,학연,지연 때문이라는 것에 흥분하는것이죠.
개인적으로 일본전에 이긴건 달갑지 않습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_-;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팀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