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아이들을 졸업시키고..
2010.02.11 16:09
안녕하세요, 토로록알밥입니다.
오늘은 봄방학을 알리는 종업식이 있었습니다.
저는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 생각이라,
이제 자리도 정리해야 하고,
다른 사람이 올 때를 대비해서,
많은 것들을 준비해 놓고 가야 합니다.
정리 중에서 가장 힘든 건 역시 아이들과의 정이네요...
어제는 제가 1학년때부터 봐오던 녀석들이 졸업했습니다.
아쉽고 또 아쉽고..
얘들 2학년때는 제가 담임을 하기도 해서,
정든 녀석들이 너무 많네요.
물론 애들이 느끼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아이들을 하나하나 사진에 담고 싶었는데..
왠지 쑥쓰럽더군요.
졸업식을 마치고,
찾아온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나를 기억해주는 아이들이 있으니 즐겁고,
나에게 기억할 거리를 너무 많이 준 아이들에게 감사합니다.
오늘은 봄방학 종업식이라..
올해 우리 아이들과는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비굴하지 말고, 솔직하고,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하고.. 너희 담임 좋은 점은 배우고,
나쁜 점은 배우지 말고, 꼭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라.' 라고 끝맺고 보냈습니다.
아이들의 짧은 인터뷰를 한 시간에 걸쳐서 디카에 담았구요.
두고두고 꺼내볼 사람은 저일테지만,
가끔와서 봐줄 아이들을 위해 꼭 잘 저장해두어야 겠습니다.
비가 자꾸 내리는 날이네요.
코멘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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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하늘
02.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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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한박스
02.11 16:14
아이들도 무럭무럭커서 언젠가 토로록알밥님을 찾아올겝니다. 그때 잘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 아아~ 철수~ " 해주세요 ㅋㅋ
그리곤 잽싸게 DB를 뒤져서 확인!!
작년말에 캐나다에 살던 친구가 잠깐 한국에 왔다가 10여년전 중학교 담임선생님과 체육샘을 찾아뵈었더라구요.
그땐 그 분들이 참 커보였는데, 딱 지금 제 나이(26) 때 담임을 하신거더군요 ㅎㅎ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재밌는건- 담임 선생님은 우리를 그다지; 잘 기억해주지 못하셨지만, 체육선생님은 완전 잘 기억하셨다는거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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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진
02.11 16:27
가슴 먹먹 하시겠네요...잘지내고 계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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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
02.11 16:27
나중에 기억나는 선생님이 된다는 것은 정말 보람찬 일인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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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들이
02.11 17:03
아이들과 멀어진 생활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알밥님 글을 보고서야 요즘이 졸업식, 종업식 할 때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말 전 다른 직장에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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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록알밥
02.11 17:13
진진님 말씀을 듣고 나니.... '먹먹하다'가 딱 맞는 기분인 것 같네요.
푸른들이님~~~, 약간 부러워지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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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아자씨
02.11 17:23
그래도 전 아이들이 모교로 자주 안 오는 게 더 좋습니다.
오죽하면 돌아오랴 싶어 안타까워집니다.
그냥 자기 길에서 열심히 살다가 늙어서 자기 과거를 돌아보기 위해 오는 것은 좋다고 생각해요.
그 자리에 제가 있든 없든 과거는 그네들의 것이지, 제 것이 아니죠.
전 기억도 잘 못하는 걸 주저리주저리 풀어내면서 그네들의 행복한 혹은 힘들었던 한 시절을 회상하는 날이
지금부터 좀 많이 먼 훗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졸업하자마자 오면....
아니, 저 녀석 뭐 문제 있는 거야? 왜 그러지? 뭐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제 졸업하는 아이들이 찾아왔길래,
"학교에 선풍기나 냉장고나 에어콘 정도 사줄 능력이 되는 30대 중반 이후에 와라. 내가 없더라도. 그때는 너희들의 과거다.
스승의 날이라고 굳이 바쁜데 오지 마라. 여기는 너희들의 과거고, 나에게는 현재다. 졸업 축하한다."
하면서 가죽 열쇠고리 조그만 거 하나씩 주었습니다.ㅋㅋ
한 40개 대충대충 만들어 갔는데, 만나는 놈마다 주었더니.... 다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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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쟁이
02.11 17:36
대머리아자씨 멋지십니다...
요즘 교사가 참 멋진 직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남을 가르키는거.. 참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왜 전 교직도 이수를 안했을까요??
제 대학생활의 두번째 실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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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아자씨
02.11 18:49
제 또래 친구들 중 일반직장 다니던 친구들은 이직이 좀 잦더군요.
매년 퇴직 걱정하는 증권전산 친구...
농협 차장하는 친구...
예전 상업 은행에서 이름 바꿔가며 정리해고 해도 안 짤리는 부지점장 친구....
이런 잘 나가던, 지금도 사실은 잘 나가나는 친구들도 더러는 있지만,
서울 단자회사 다니다 지방 새마을금고인가 무슨 은행인가 하는데 사장으로 갔다가 한 3,4년 하다가 지금은... 복덕방에 나가는 친구...
회사 정리 희망퇴직하고, 한 5년 학원하네 어쩌네 하다 다 말아먹고... 작은 출판사 재취업하며 그나마 가슴을 쓸어내리는 친구...
졸업 후 몇 년 놀고, 아프더니, 아예 노가다로 굳혀서 자리잡은 친구... 미국이나 캐나다 가서 집짓는다는...노가다의 세계화를 이루어낸 친구...
그리고 연락 안 되어 사라진 친구들...
그리고 연락 잘 되고 잘 먹고 잘 사는 친구들은 다 교사입니다.
예전에는 큰돈 못 버는 그런저런 직업이라 생각했는데, 그나마 일반 직장에 비해서는 안 짤리는 편이라... 심리적 안정감은 엄청 있는 직업이죠.
돈보다도 생활이 안정적이라 좋아요.
아이들과 지내는 덕분에 덜 늙는 것은 더더욱 특별 보너스~!!
지 자랑이었습니다. 죄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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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록알밥
02.11 21:36
가죽열쇠고리라~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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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02.12 00:23
좋은 선생님도 많은데 에효 싶은 분들도 많은 곳이 학교더군요. 거기도 나름 맘고생 많으실텐데 웃는 모습만 보여주시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선생님들이 그립고 감사할 뿐입니다.
인생에서 선생님과의 추억 평생 간직하고 가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