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값과 책값에 대한 잡설
2013.03.25 23:15
마광수 교수가 수강생들에게 리포트 제출시 책 영수증을 첨부하라고 했다 해서 논란이 있다는 기사를 읽어봤습니다.
학생들은 왜 굳이 그래야 하냐며 의아해하고 교수는 교육적 목적을 위해서라고 합니다.(기사)
논란이 있자 신문에서 재차 보도하긴 했습니다. (기사)
읽다 보니 약간 다른 두 가지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1) 학부때 모 교수님께서 책을 내셨습니다. 좋은 책이라며 가능하면 수강생들은 다들 사길 원한다 하셨고 조교가 돌면서 신청받아서 거의 전원이 구매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책 내용은 꽤 괜찮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 책으로 수업은 조금밖에 진행하지 않았고 굳이 수업만을 위해서라면 살 필요는 없었습니다. 전공책들 가능하면 다 사는 제가 봐도, 나쁘게 보면 강매나 다름없었습니다.
2) 반대로 어떤 수업에서는 모 교수님께서 직접 쓰신 책을 제본떠서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교수님께서 학생들 주머니 사정을 이해하셔서 넘어가긴 했습니다만, 결국 책이 반품이 많이 되어서 교수님께서 헐값에 학생들에게 나눠주다시피 했다고 들었습니다. 원래 전공책들이 팔리지 않는 것이 현실인데다 법학에서도 사시 등 시험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수업이다 보니 더 학생들이 책값으로 지출하길 꺼려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교수님 수업시간에 제본 책을 들고 오는 학생들은 제 생각에 좀 그렇긴 했습니다. 적어도 한학기내내 들을 수업의 주교재인데다 책값이 그렇게 부풀려진 것도 아니라면 가능하면 사는 것이 예의 아닐까 싶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책값이 우리나라는 권당으로 따지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 같습니다.
물론 몇 권만 사도 주머니가 가벼워지는 현실에서 그 책값마저 좀 저렴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굳이 비싼 종이라든지 양장본을 택하지 말고 페이퍼백같이 만들어 지금보다 10~20% 이상 더 싸졌으면 합니다.
실제 현재의 책값은 인터넷 할인이 일반화된 이후 그것까지 감안해 책정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에 반하면 제 개인적으로는 커피전문점 음료들이 너무 비싸게 느껴집니다.
요즘 주일에 교회서 같은 구역분들과 함께 성경공부하면 이후 대화 모임을 커피전문점에서 합니다.
두 세 시간 대화할 때 커피집만한 곳이 없긴 하죠.
그런데 어제 밤에 마신 고구마라떼가 5,500원이더군요. 지난주에 마신 쑥차는 4,000원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그런 음료들에서 누리는 효용이 별로 크지 않아 솔직히 아깝긴 하더군요.
그래서 커피전문점에서 마시는 것은 임대료 등 생각하면 이해는 갑니다만, 테이크아웃 할 거면서 3, 4천원 이상 지불하는 건 아직 무지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책 한 권이 보통 1만원 조금 넘어갑니다. 주간지는 3천원이면 삽니다. 그런 활자매체를 읽으면서 느끼는 효용과 음료 재료만의 원가는 2백원밖에 하지 않는 몇천원짜리 음료들과의 비교...
그런데 예전에 책값이 비싸다면서 투덜대는 후배들 중에 그런 음료는 왜 그렇게 테이크아웃으로도 잘만 사먹는지... 그러면서도 책은 빌려달라거나 제본뜨는 이 모순된 행동...
물론 저도 한번씩 커피집에서 그런 음료들 마셔보면 확실히 맛있긴 해서 어느 때부턴가 살짝 이해는 하게 되었지만...
오늘 문득 마교수 관련 논란 기사를 보면서 이런저런 잡생각이 떠오릅니다.
ps. 커피 좋아하시는 분들 저에게 돌 던지지 말아주세요^^;;. 저도 어제 고구마라떼 참 맛있어서 지금도 제 입이 고구마라떼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커피보다는 책을 더 좋아하는데 커피로 나가는 음료값이 문득 아까워 드는 하소연이니 이해해주시길요.
코멘트 14
-
파리
03.25 23:21
-
희망이야
03.25 23:30
말씀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시장의 크기가 참 많이 차이나겠죠. 한국도 도서 시장이 꽤 크다고는 들었습니다만, 영어권과 비교하면 많이 작긴 하겠죠. 킨들이 생기면서 아마존에서 바로 이북을 구입해보니 참 편하고 좋아서 영어실력이 더 쌓일수록 번역본보다는 원서를 더 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몇번 번역본에 크게 아쉬워봤던 적이 있어서, 믿을만한 출판사 아니고서는 번역본 살 때마다 불안한 게 사실입니다.
복사는... 정말 국내 대학가는 답이 없다~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복사가 너무나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제 글에서도 썼지만 한학기 내내 볼 주교재가 그리 비싼 것도 아닌데도 제본이 몇천원 더 싸다고 그것 보는... 그러면서도 커피는 왜 그리 몇천원짜리 잘만 사먹는지... 그런 경우를 꽤 봐서... 참 답답한 현실같습니다. 물론 이런 생각마저도 남을 함부로 재단하는 것이고 오버하는 것이겠지만 수업시간에 그 커피 들고 와 마시면서 책은 제본인 경우를 종종 보면서 그런 생각을 좀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파리님께서 좋은 책 내셔도 출판사 등에서 영업(?)을 열심히 해 대학가 교재로 채택되어야 그나마 좀 팔리지 않나라는 서글픈 생각도 드네요...
나중에 파리님의 책을 볼 수 있음 하네요.
-
언이아빠
03.26 00:14
뭐 교육적 목적이라고 하나, 대학교수가 제자들의 도서 구입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본하거나 책을 구입하지 않고 수업 들어오는게 잘 했다고 하는 얘기는 아니고요. 인성교육은 대학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눈 앞에서 무례하게 구는 학생은, 교육 목적이 아니라, 성인 대 성인으로서 나한테 무례한 거니까, 한 마디 하기는 하겠죠.
-
현수아빠
03.26 00:27
무단 제단(카피?)가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 해야할터이고, 만일 그것때문에 그런다면 학생들을 다 잠재적 도둑으로 보는것이며 - 이건 남자들을 다 잠재적 강간범으로 보는것과 다를 바 없네요. 불법 카피얘기는 따로 거론 되야할듯하네요.
학생들이 돈이 없어서 빌려 본다면 그건 어쩔껀가? 자기책을 필수 교과서로 지정하는것도 사실 낯간지러운 일인데 꼭 사야 한다는것은 웃긴다고 보입니다.
교과서 중고 책 시장이 한국은 활성화가 안되었나요? 제가 학교 다닐때는 학교내 서점에서도 교과서 중고로 팔고 사고가 잘 되어있는데, 정말 좋은 책은 다시 팔지도 않아요, 비싸도요. 책을 제대로 써서 학생들이 소장하고 싶게 만들던가...
-
스노우캣
03.26 07:04
종이질을 내려서 가격을 싸게팔면 많이 팔리지 않겠냐는질문에, 예전에 잡지책편집자가 그렇게 말하더라구요.
책 소비량이 얼마 안되서 출판사 입장에서는 생산시 종이질에따른 원가하락은 미비해서 소비가에 별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ㅡㅡ -
SiegZion
03.26 08:13
말씀에 동의합니다
-
우뉴
03.26 09:09
회사근처에 교회에서 운영하는 기부카페가 있어요 . 라떼 한잔에 2400원 .
하지만 전 스벅이 더 좋은데 가격이 두배군영 _φ(・_・ -
차주형
03.26 09:12
책을 사서 읽지 않은 문화, 책을 무단으로 제본하는 저작권 개념이 약한 문화, 교수가 자신의 책을 학생들에게 팔려는 문화, 마음의 양식보다는 육체의 양식에 돈을 더 쓰는 문화 등등은 일단 위의 상황에서는 덮어둬야 합니다.(끝이 없는 무한토론이 진행될 테니까요.)
일단 대학내에서의 주교재에 대한 개념 부터 재설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희망이야 님께서 지적하신대로 교수가 추천한 책은 교재로의 활용도가 떨어지고, 학생들은 활용도가 떨어지는 책을 제 값주고 사기 싫은 거죠.
그래서 저는 차라리 각 학과에서 필요로 하는 주 교재에 대한 부분은 일정부분 학교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출판계도 어렵긴 하지만 교재같은 경우는 더욱 심하죠. 양질의 교재가 적정한 가격에서 출판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요. 그 부분은 대학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물론 교재에 대한 범위나 지원금액은 고민해 봐야 하겠지만요.)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은 교육의 방법에 대한 세대간의 간극에서 오는 헤프닝이 아닌가 싶네요.
온갖 멀티미디어와 미디어에 적응 된 학생들과 원고지와 책장 넘기는 걸 기반으로 한 교수세대의 충돌.
어쩌면 마교수는 마지막 남은 자신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고 학생들은 별 미친교수를 다 보겠다고 생각하겠죠.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
하뷔
03.26 13:20
어딘가에서 본 내용이
요즘은 글을 컴퓨터로 찍어낸다. 원고지와 지필묵은 사라진지 오래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차주형님의 의견
'온갖 멀티미디어와 미디어에 적응 된 학생들과 원고지와 책장 넘기는 걸 기반으로 한 교수세대의 충돌.'
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
Pooh
03.26 10:31
커피를 마시면서 느끼는 안정감과 행복함(?)을 느낀다면 그 커피값이 아깝지 않을 것 입니다.
물론 말도 안되는 커피값에 맛 없는 커피를 받을 때는 화가 치밀지만.. ^^ 요즘은 직접 커피를 내려
마셔서 테이크 아웃 커피는 한달에 한번정도 사 먹을까 말까 입니다.
저 논란의 기사를 보니 학생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불만을 표출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불법 복사의 문제를 떠나서, 책을 구입 안한다고 모든 학생들이 책을 안 보는 것도 아니고,
책 구입의 자유는 학생들에게 있지 그것을 강요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내가 이 책은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학생들의 몫이지 교수가 이것은 꼭 소장해야 할 책이라고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것 입니다. 졸업한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전공서적 거의 대부분 버렸습니다. 그래도 몇권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들은 원서밖에 없더군요. 참고서적 몇권도 있지만, 경영학 수업 책들은 대부분
버리고, 컴퓨터 관련 책들도 내용이 오래되어서 버렸습니다. 수업하는 교수들이 직접 쓴
책들은 거의 대부분 종강하자마자 폐지로 버렸습니다.
-
희망이야
03.26 11:52
너무 귀한 말씀들 감사합니다.
하나 하나 열심히 읽다 보니 배울 점이 많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문득 드는 제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많은 분들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일단 세대차, 문화차, 학습도구에 대한 관점의 차가 커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점에서 동감합니다. 그걸 교수의 권위로 무조건 구입하도록 한 마교수도 학생 입장에서는 문제겠지만 이를 보도함으로 크게 문제인 것처럼 보도한 신문의 보도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트윗보니 마교수 수업들었던 졸업생은 마교수 스타일이 원래 그런 것이고 학생들이 다 아는 것인데 굳이 이를 보도할 필요가 있었나라고 하는데, 제가 약간 강매라고 느꼈던 교수님의 경우도 같은 방식으로 신문에 났다면 누가 봐도 좋은 해결책으로 유인할만한 보도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2. 책을 제본뜨지 않고 물려받거나 중고로 구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나름 책을 구해 본 학생들도 있었다는 점에서 몇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마교수님께서 무조건 사게 만든 것은 문제가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경험상 마교수가 그렇게 시킬 수밖에 없을 정도로(제가 남의 학교 구성원들이 어떻게 책 사보는 지 다 알 순 없지만 일반적으로 듣고 보았을 때) 학생들 중 책 구입보다는 (교수 입장에서 봤을 때에는 부차적인 데) 우선 지출하고 책을 사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경우도 좀 있기에 이런 사단이 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4. 제 경험에도 책값으로 인한 부담감이 늘 있었고 이를 학교 차원에서 중고장터를 활성화시키고 학교나 학생회 차원에서 책을 공동구매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 부담감을 감소시킬 대응체제가 좀 더 활성화되었음 좋겠습니다.
보통 기수강했던 선후배, 친구들에게 물려받거나 중고구매 방법을 찾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는 경우가 종종 있고 더욱이 새로 발간된 책의 경우 대책없이 무조건 새책 구입해야 하는데 책의 수준에 대하여 신뢰감이 없게 되면 그마저도 지갑에서 제 돈 주기 싫은 건 사람 인지상정이기에 이 비용을 줄일 방법을 찾았으면 합니다.
5. 책을 쓰는 분들께서 안정적으로 제대로 된 책을 쓸 수 있는 구조로 대학이 바뀌어야 하는데에는 일단 정부 차원의 도서관 투자 등이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외국에서 페이퍼백이 나올 수 있는 것도 일단 도서관 등에서 하드커버를 구입해주기에 출판사들이 최소한의 회수 가능에 대한 전망을 보고 책을 낼 수 있는데 한국 출판계는 이것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겠습니다. 물론 요즘 들어 일부 도서정가제라든지 여러 개선방향이 있다는 글들을 보긴 했지만 출판계는 IMF 이후 언제나 찬바람이었다고 하니 보다 확실한 대안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6. 책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 저부터 일단 읽은 후에는 소장하는데 의의를 두기에 책 만듦새가 좋지 않으면 아쉽기는 하는데... 어떻게 보면 모든 책을 그렇게 양질의 판형으로 만들 필요는 없으리라는 점에서 차차 개선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책 외에 커피는 제 개인적으로 나중에 원두커피를 내려 먹을 수 있는 수준으로 가보고 싶긴 합니다. Pooh님 말씀처럼 저도 아침에 식후 커피 한 잔이 참 좋긴 하더군요. 그렇게 마시다보니 예전보다는 확실히 커피전문점 가도 아메리카노가 좋아지더군요. 전 평소 맥심 오리지널만 옅은 블랙처럼 마시는데 마치 보리차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오랜만에 케퍽에 글 쓰면서 좋은 말씀들 많이 읽게 되어 감사합니다.
케퍽에 좋은 글 쓰는 많은 분들 보면 늘 부럽던데 눈팅족으로서 이 자리를 빌어 모두 감사하단 말씀드립니다.
-
희망이야
03.26 15:48
논란이 계속 되니 CBS에서 마교수와 인터뷰를 했네요.(링크)
600명 넘는 사람이 수업듣는데 책은 50권도 팔리지 않았다..
책값은 두 권에 2만원. 단순 참고자료도 아니고 수업 때 쓰는 주교재...
영수증 첨부하라고 하니 학생들은 가짜 영수증을 첨부하는 법까지 공유한다...
지금까지는 마교수의 편을 들 수밖에 없겠네요...
마교수도 인터뷰에서 학생들 덕분에 복직도 되었고 해서 애정이 있었는데 그동안 수업에서 겪은 문제들 때문에 이렇게 하게 된 듯 하네요.
남 뭐라 할 것이 아니라 제가 가지고 있는 책들중에서도 제본이 있는지 보고 정말 여의치 않는 경우 외에는 앞으로 제본은 하지 말아야겠네요.
더불어 역시 학내에서 가급적 교수와 제자들간에 해결하고, 또는 학보사 등에서 취재해 끝낼 일을 이상하게 보도해 기름에 불부어버린 조선일보의 보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
Krush
03.27 07:25
돈이 없던 학생시절에도 책 제 값 지불하고 샀어요.
-
아이오렌
03.27 14:10
저도 책은 제값 지불하고 사야한다고 생각하네요.. 덕분에 집에 쌓인 만화책만 1000여권 ㅠㅠ
한 언어만 말하는 나라에서 책팔기 정말 힘든것 같아요. 대부분 영어권에서는 다른 나라 시장도 고려해서 책 쓰는 것 같더라고요. 즉, 해리포터가 영문으로 나오면 벅역없이도 많은 국가에서 그냥 가져다 파는 것 처럼요.
그리고 저도 가끔 통계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하는데요. 얼마나 복사가 될 지 두려워서 역시나 머뭇거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