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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은 경제적으로 가난한 편이었습니다. 뭐, 상대적으로 좀 많이 티날 정도였고, 무엇보다 너무 없이 살면 피할 수 없는, 온몸에 배어있는 "싼티" 때문에 아이들이 자주 놀리곤 했었죠. 


그당시 저를 기죽지 않게 만든건, 아버지가 사주신 세가의 8비트 게임기 였죠. 뭐, 엄밀히 말하면 삶은 여전히 개판이었습니다. 허허....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물세는 반지하에서 살때, 더럽다고, 꼬질꼬질 하다고, 그리고 성격도 괴짜라고 놀림 자주 받는 저는 
선물로 받은 수퍼페미콤으로 순식간에 영웅이 되었었죠. 그때 스트리트 파이터2를 하기 위해 줄선 아이들 앞에서 정말 우쭐 했었죠. 저를 보기위해 우리집에 그리 많은 아이들이 오는 경우는 그전에도 없었고, 아마 그 이후도... - _  -;; 



그이후 중학교1학년때 집에 들인 컴퓨터(정확히 말하면 누나에게 사준거지만)가 아직까지도 제 자존감에 엄청난 영향을 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몇년에 한 번씩 부모님께서 엄청 무리를 하신거죠. 근데 가만 생각해 보면, 이것만큼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투자가 없었습니다. 학원, 과외, 좋은옷, 좋은 집, 좋은 음식으로 처발라도(엄청난 돈을 들이면서) 아이에게 진짜 자존감을 주기는 쉽지 않은거 같아요. 더군다나 가난한 환경이라면 더더욱. 그때의 느낌은 저를 특별한 사람처럼 느끼게 해줬죠. 그래봐야 했던건 게임 밖에 없었지만요 ㅇ,.ㅇ;


정작 초고속 인터넷 깔리고, 컴퓨터 붐이 왔을 때, 저는 컴퓨터도 없었죠. 그러다 여차저차 알바해서 간신히 중고 컴퓨터를 샀죠. 변변한 책상도 없어서 책을 겹겹이 쌓아 올린 다음에 널판지를 올려서 책상처럼 만들었죠. 그다음 오래된 중고 모니터를 올리고, 의자도 없어서 마룻바닥에 앉아서 몇년만에 컴퓨터 전원을 다시 켤 때의 전율이 아직도 생각나네요. 



여차저차 해서 돌아보면, 저는 상당히 행복한 편이었습니다. 안 좋은 일도 많았지만, 진짜 전율에 가까운 감정을 많이 느꼈습니다. 행복감. 그런것들 덕분에 좀 상황이 안 좋을 때도언젠가는 될거라는 말도 안되는 기대감으로 살아왔고, 좀 안좋은 일이 있어도 그럭저럭 살아온거 같습니다.  정말 힘들었던 기억들은 희미하게 사라지는데(걍 무덤덤해지죠 ㅎㅎ), 행복한 기억들은 참 오래가네요. 앞으로도 그런게 힘이 될거 같습니다 : ) 



결론.

집안 사정이 힘들어서 이것저것 애들에게 해주기 힘든 경우라면, 걍 비싼거(컴퓨터 같은 거, 기왕이면 VGA 강려크한 걸로) 꽝 하나 사주는게 싸게 먹히고 오래 갈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입니다. 그게 경제적이에요. 


물론 아이가 원하는게 악기면, 악기도 될수 있고, 뭐 다른게 될수도 있겠죠. 
포인트는 아이가 정말로, 미친듯이 원하는거일 경우, 가장 비싼걸로 해주세요.

한방에 크게~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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