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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중국에 나온지 이제 대략 8개월을 지나 9개월로 접어드네요.


  사실 이렇게 오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급하게 나오게 되었고, 나와서 하게 된 일들이 생소하고 어려운 경우도 있었지만, 나름 흥미롭고 보람있는 일도 많았습니다.


  다만, 결혼 한지 벌써 19년차, 혼자서는 19년 만에 처음이라 혼자서 하는 모든 일이 낮설고, 불편하고 외롭긴 했습니다.  처음엔 간단히 음식도 만들어 먹곤 하면서, 그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집사람을 안심시키기도 했었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일도 환경도 익숙해지면서, 중국의 환경과 문화가, 출장 며칠은 몰라도 아예 생활하기엔 견디기 쉽지는 않을 정도로 이질적이라는 생각(특히 담배)에 힘들기도 하고, 혼자라는 외로움에 뭘 해 먹은들 뭘 사먹은들 컵라면 하나 끓여 먹는 거나, 컵밥하나 데워먹는 거나 차이도 잘 느끼지 못할 만큼 정신적으로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에서 얼마나 더 오래 이런 방식으로 이곳 현재의 일과 제 본연의 일을 병행해야 할 지도 막연하고, 향후 일정이나 스스로에게 더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답답해지기 시작할 무렵, 큰아이가 이제 곧 고3이 된다는 것도 고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만 귀국하려고요.  한 사람에게 꽤 여러가지 역할이 기대되는 고만고만한 작은 회사이지만, 또 그런 특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인 상황에서, 회사가 부여하는 역할을 포기하겠다고 말하는 건, 저와 같은 세대, 그리고 저와 같은 나이대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선뜻 쉽게 말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만, 이제 여기 생활을 더 이상 유지하기는 힘들다고 회사에 말을 했습니다.  비록 작은 회사지만, 제 직책에서 이와 같은 역할 포기 선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만, 사실 무언가 더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으므로 크게 아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월말까지는 있어야 합니다만, 어쨋든 이제 돌아갈 수 있게 된 듯합니다.  누가 이 자리에 와서, 어떻게 이 일을 막아 낼 것인지에 대한 뒷수습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늘 그렇듯 조직은 누구 하나 빠진다고 안 돌아가진 않죠.  회사 내의 누군가에게도 싫은 일일 수 있지만, 회사 내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비겁한 합리화도 해 봅니다.


  어쨋든 올해가 가기 전에 저는 집으로 갑니다.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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