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노하우


이번에 휴가를 제주도로, 그것도 김여사 모닝구를 배에 실어 갔다 오면서 여러 경험을 하였기에 배로 제주도를 갔다오고자 하는 분, 특히 카페리로 자신의 차를 싣고 가려 하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경험담을 실었습니다.


1. 어디에서 배를 탈 수 있나?

- 은근히 제주도로 이어지는 노선은 많은 편입니다. 그렇다고 배가 하늘을 날 수는 없으니(뉴 노틸러스는 날 수 있다고 하는 분들은 일단 가고일과 결판을 내고 오십시오.) 실제로 갈 수 있는 부분은 꽤 제한되어 있습니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곳으로는 인천이 있고, 그밖에는 목포, 부산, 완도, 녹동(고흥), 장흥, 삼천포(사천)같은 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천과 부산은 빨리 가려는 분들이라면 당장 지도에서 지워야 하는 곳입니다. 부산-제주는 11시간, 인천-제주는 13시간 30분이 걸립니다. 배니까 느린게 당연하다구요? 완도-제주는 빠르면 100분이면 끊고 녹동-제주가 4시간입니다. 가장 표준형인 목포-제주는 느려터진(?) 크루즈선으로도 4시간 30분이면 충분합니다.


2. 표는 어떻게 사야 하나?

- 이게 조금 복잡합니다. 그냥 항구의 터미널에 가서 표를 사는 것은 어디든 다 마찬가지입니다. 버스는 터미널, 항공이면 공항, 기차면 철도역에 가서 그 쪽에서 출발하는 모든 노선의 표를 끊으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버스나 기차면 몰라도 항공권이나 선박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특히 휴가철 등 성수기에는 그냥 예약도 안하고 터미널(공항)에서 표를 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제주도는 이 두 가지 방법 이외에는 다른 교통 수단으로 갈 수 없는 곳일 뿐더러 항공과 선박 가운데 선박의 공급이 압도적으로 적습니다. 일단 항공의 경우 국내선에 주로 쓰이는 보잉 737이나 에어버스 320은 많아봐야 한 편에 160명을 실을 수 있습니다. 선박은 그 보다는 많이 실어 목포-제주간 크루즈면 1,600명정도는 밀어 넣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배편은 하루에 한 편 뿐이기에 사실상 공급은 매우 부족합니다. 그에 비해 국내 항공 스케줄은 김포-제주 노선이면 거의 서울-부산 고속버스 레벨에 가까울 정도로 있기에 실제적인 공급량은 2, 3배 이상입니다.


그러기에 휴가철이나 명절에 배로 제주도를 가고 싶다면 미리 예약을 해둬야 합니다. 다만 버스처럼 터미널별로 예약 체계가 갖춰진 것이 아니라 선사별로 별도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먼저 어디에서, 어디로 갈지를 정확히 정한 뒤 그 노선에 취항하는 선사에 전화 또는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합니다. 심지어 그 시스템도 낙후되어 있어 인터넷 예약이 안되거나 제한된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경우는 인터넷으로는 꽉 차 있는데 전화로는 술술 예약이 되는 경우도 있는 만큼 그냥 인터넷으로 대충 알아본 뒤 포기하기보다는 전화를 걸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3. 요금은 어떻게 되나?

- 국내선 항공 요금은 이코노미/비즈니스의 두 가지 등급의 기본 요율에 성수기 할증, 공항이용료, 유류할증을 더해 결정이 됩니다. 선박 요금은 등급 요금에 항만이용료가 조금 더 붙고 여기에 성수기 할증이 더 붙는 정도이기에 단순합니다. 그렇지만 등급이 훨씬 복잡합니다.


일반적인 연안여객선이면 백령도같은 곳을 방영할 때 나오는 선박처럼 붙어 있는 개별 시트 형태가 기본이 되지만, 제주 노선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다 사람을 '가축수송'할 목적 때문인데, 일부 쾌속선은 가장 기본 등급이 이런 시트인 경우도 있지만, 저속의 대형선이 되면 아예 기본이 그냥 '선실'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선실은 그냥 배에 마루를 깔아 놓고 여기에 수십명을 몰아 넣어 버립니다. 이 수준이 되면 쪼그리고 앉아 가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어 자신이 베트남 난민과 뭐가 다를까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예약을 할 때 배의 등급을 잘 봐야 합니다. 좌석 표기가 없고 '선실' 또는 '객실'로 표기가 되면 백이면 백 이런 가축수송 모드라고 봐야 합니다. 이런 선박에서는 좌석, 몇 명씩 분리가 되는 선실, 침대실은 추가 요금을 받습니다. 이처럼 좌석이 기본이 아닌 배편을 이용해야 한다면 몇 가족 단위로 이동하지 않는다면 꽤 불편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두명이 여행한다면 매우 NG인 만큼 돈을 더 내더라도 상위 등급 객실/좌석을 얻는 것이 낫습니다.


일단 요금은 항공료보다 싸다면 쌉니다. 하지만 싸지 않다고 하면 싸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포-제주 항공 노선은 성인 한 명이 할인을 안받고 성수기라면 10만원쯤 돈이 듭니다. 목포-제주 노선은 가축수송 모드(즉, 기본)라면 1인당 4만원 이하로 나옵니다. 그렇지만 여기에 목포까지 이동하는 비용을 계산해야 하기에 이 부분을 두드려 보면 싸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대충 제 계산은 두 명까지는 항공료보다 절대 싸지 않다는 것입니다.


4. 카페리에 대해

- 사실 배로 제주도를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차량을 실을 수 있는 카페리의 존재입니다. 익숙한 차로 이동을 하는 만큼 절차가 까다롭지 않고, 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경제성이 생깁니다. 그 이유는 인원이 늘어나도 자동차로 이동하는 비용은 그에 비례하여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혼자 가나 네 명이 가나 기름값 차이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항공료는 사람수에 비례해 늘어나는 만큼 사람이 늘면 늘수록 배로 이동하는 것이 싸게 먹힙니다. 또한 렌터카 대여 역시 기간에 비례해 늘어나는 만큼 여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비용 부담도 줄어듭니다.


모든 제주행 노선에서 카페리를 운영하지는 않는 만큼 카페리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확인을 해보시고 그에 맞춰 이동 스케줄을 잡아야 합니다. 보통 제주로 가는 편은 아침 일찍 있고, 오는 편은 오후 늦게 있는 경우가 많기에 항구에서 거리가 멀면 멀수록 새벽같이 움직여야 하는 불편은 있습니다. 저도 목포에서 9시 배를 타기 위해 새벽 2시 30분에 출발했습니다.


만약 카페리를 이용할 경우 예약 과정에서 차량을 같이 싣는다는 점을 알려야 합니다. 그리고 예약을 할 때 차 번호와 차종을 등록하여 요금을 결제합니다. 인천-제주를 빼면 나머지 노선은 대충 요금이 비슷한 편인데, 경차라면 8만원선, 중형차나 일반 SUV라면 11만원 내외의 요금이 나옵니다. 이 비용도 만만치 않기에 차로 이동하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배로 이동하는 것은 경제성이 없어집니다. 제주도는 다른 지역보다 렌터카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원인인데, 대충 계산을 하면 이틀 이하로 여행 계획을 잡는다면 렌터카 대여 비용이나 카페리 비용이나 비슷하게 먹힙니다. 반대로 사흘 이상 계획을 잡으면 그 때부터는 카페리로 차를 가져가는 것이 싸게 먹히기 시작합니다.


차를 가지고 이동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때 보다 최소한 1시간은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대부분 차를 배에 싣고 바로 선실로 올라가는 것이 아닌 동승자를 터미널에 내려준 뒤 운전자만 배에 차를 내려놓고 다시 터미널로 와서 개표를 하기 때문입니다. 차를 싣는 것은 공간이 찰수록 느려지는 만큼 늦게 갈수록 시간은 더 걸립니다. 단, 배에서 내릴 때는 다시 터미널로 왔다 배를 찾으러 가는 것이 아닌 그냥 바로 차에 타고 순서에 따라서 내립니다.


참고로 오토바이나 자전거도 실을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까지는 보통 요금표기 기재가 되어 있지만, 자전거는 없는 경우가 많은데, 자전거는 보통 선실에 넣는 조건으로 약간의 비용만 더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두명이 갈 때는 대충 선실쪽 난간에 묶어 놓는 경우도 많고 대당 몇 천원 정도의 비용만 받습니다. 이번에 여행 기간에 한라산 1100도로와 516도로를 자전거를 밀면서(타고 가려면 30km 정도의 무시 못할 언덕을 향해 페달을 밟는 강철같은 체력과 의지가 필요합니다.) 가는 라이더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는 일주도로쪽은 라이딩을 하기 꽤 좋은 편입니다.


5. 기타 사항

- 제주도는 부분적인 무비자 지역입니다. 다른 지역에서 무비자 적용이 안되는 국가에서도 이 동네만큼은 무비자로 들어올 수 있는데, 그러다보니 늘 밀입국에 대한 우려가 있고, 검색이 꽤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제주도로 가는 모든 성인은 신분증을 지참해야 합니다. 들어갈 때는 상관이 없는데 나갈 때는 신분증 확인이 끝나야 배에 탈 수 있습니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닌 곳이 제주도입니다. 고립된 섬지역이기에 검역도 꽤 까다로운데, 축산업 관계자는 검역 없이는 함부로 들어오고 나갈 수도 없으며 고기류 역시 제한을 받습니다.


만약 타고 갈 배에 예약해 놓은 것이 가축수송 모드인 일반 객실인 경우, 그리고 그 일반 객실에서 끼어 가는 것이 매우 싫다면 다음 두 가지를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A.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상위 객실을 원할 경우 배가 출항한 직후 직원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약 예약이 직전에 취소되어 빈 자리가 나온 경우 그것으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행객이 혼자이거나 소수인 경우 말만 잘 하면 특수한 객실이 무료 또는 저비용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제주도의 경우 트럭 물류 이동이 많아 여객선에 따라서는 이러한 화물기사 전용 공간이 있기도 한데, 바로 그런 곳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캡슐호텔 수준의 공간에 깨끗함은 덜하며 시설도 없지만 일단 독립된 공간에서 앉아 또는 누워갈 수 있습니다.


B. 돈은 더 쓰기 싫고 사람은 많다면 그냥 '앉은 곳이 내 자리' 모드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보통 로비나 갑판쪽에 돗자리를 깔고 앉는 것을 말하는데, 실내에서도 그렇게 할 수는 있지만 공간도 좁고 다른 승객의 이동 공간을 마련해줘야 하기에 제한은 있습니다. 그래서 날씨만 좋다면 아예 갑판에 돗자리를 깔고 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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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이러한 갑판에 돗자리를 펴는 것인데, 솔직히 중간에 떡하니 펴는 것은 통행 문제면에서도 좋지 않고 여름에는 햇볕도 있기에 이런 구석을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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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늘에 돗자리를 펴놓으면 바다바람을 느끼며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습도가 높은 것이 문제이긴 합니다만, 가축수송보다는 오히려 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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