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노하우


편하게 쓰느라고 경어체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냥 독백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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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아일랜드_절망에 대하여

 

디카프리오 보다는 마틴 스콜세지라는 이름 때문에, 그리고 요새 보기 드문 대작일 것같은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아무런 꺼리낌 없이 영화 "셔터 아일랜드" 표 1장을 샀다. 거기에는 '끝날 때까지 모릅니다'는 지인의 귀뜸도 한 몫을 했다. '오랫만에 재미있는 영화를 보겠구만..' 그렇게 나는 표를 들고 영화관에 들어섰지만 유명한 두사람의 이름과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일 거라는 것 외에는 어떠한 더 이상의 정보를 가지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나는 영화의 시놉시스 정도는 읽어야 그 영화를 이해하는데 좋다고 주창하던 바였으나 이 영화만큼은 거의 백지 상태로 보고 싶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가장한 스포일러에 노출되기 싫은 것이 큰 이유 중의 하나였지만(안본 사람은 보지 마시길...이라고 써있으나 평소의 성격상 안보고는 못배긴다), 영화를 제대로 즐겨보자는 심산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어정쩡한 시간이라 영화관에 사람은 많지 않았고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긋한 나이대의 분들이라 영화에 집중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시작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처음부터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 나 "글라디에이터"처럼 스펙터클한 시작은 아니었지만 처음의 5분은 충분히 영화의 전체를 기대하게 하고 조망하기에 충분했다. 뻔한 스토리가 내다보인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영화가 끝날때 까지 아무것도 미리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매순간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랬다. 만약에 내가 집에서 DVD로 이 영화를 보았다면 옆에 있는 사람을 귀찮게 했을 것이다. Why, why???

 

이런 얘기를 하려고 글을 쓰는 건 아니다. 영화적 감흥 때문도 아니다. 이유인 즉은, 영화를 보고 영화관을 나오면서부터 시작된 씁쓸한 생각들이 계속 나를 물고 늘어져서이다. 마법의 스틱이라도 있으면 그것들을 머리 속에 꺼내고 싶다. 그렇게 될 수는 없지만 노트북 자판이 그것이 되길 바란다.

 

이 영화는 주인공인 FBI요원(디카프리오)은 심한 배멀이와 그날 처음 만난 파트너 요원과 함께 배를 타로 "서터 아일랜드"로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정신이상자인 중범죄자들을 수용해놓은 그 섬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자세한 스토리는 영화를 보시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보고도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작가가 심어 놓은 여러 장치들이 너무 많아서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그것들을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나는 중간 쯤에 포기했다. 이미 찾은 것들로도 충분하게 복잡하니까. 받아쓰기를 중간도 하지 못했는데 시험은 끝나버렸다.

 

영화관의 계단을 걸어내려가면서 계속해서 새어나오는 슬픈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슬픈 영화도 아닌데 난 왜 슬픈가. 그 슬픔이 무엇인지 '헤아려' 보았다. 그 이유가 영화 속에 나오는 비참한 가족사 때문은 아니다. 충격적 결말 때문은 더욱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식스 센스"나 "디 아더스"를 보고서도 그랬어야 했다. 생각해보면 '진실'이 나를 슬프게 한 것같다. 좀 복잡한 감정이라 그것 하나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이 슬펐고 '진실'이 슬펐다. 그 '진실'이 주인공을 '진실'되게 할 수는 있었지만 '진실'이 그 사람을 회복시킬 수는 없었다. 그것이 이 영화에서 보여준 '진실'이었고 거기에 나도 동의하기에 슬펐다. 진실에 대한 갈망은 더 큰 절망으로 인도하는 출입구의 손잡이를 잡게 하고 그 밖으로 발딛게 한다. 최소한 그에겐 그랬다. 진리를 받아들일 준비도 안된채, 아무런 방어책도 갖추지 못한채..

 

정신질환에는 모두 이유가 있을 것이다. 트라우마를 견딜 수 없어 '방어기제'가 발동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은 머리가 터져서 죽고 말것이다. 전문적 지식은 없지만 이 영화 속의 주인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그 트라우마가 어떤 것인지는 그 자신 외에는 누가 제대로 알 수 있을까. 나는 영화를 통해서 주인공의 머릿속을 들여다 보았지만 의사나 보호자들은 객관적 사실을 통해서만 어느정도 알 수 있을 뿐이다. 설령 상처의 이유를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알아내고 또 그것을 환자에게 인정하게 한들 무슨 소용인가. 그 상처를 되풀이 하는 것외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아픔은 아픔 그대로 두는 것, 잊은 것은 애써 생각하려 하지 않는 것, 감춰진 것은 굳이 들추려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위한 최선의 길이 아닌가 한다. 모든 슬픔과 좌절에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잊자 그리고 들추지 말자. 깨우지 말자. 내것도 네것도. 그러나 사람들이 '도움'이라는 명목으로 자꾸 깨운다. 그것이 그 사람을 더 큰 절망으로 밀어내는 줄 모르고.

 

결국 영화속의 주인공은 정신적으로 죽었고 두번째 죽기 위해서 깨어난다. 스스로 깨어난 것이 아니라 남이 깨운 것이지만. 그래서 그는 더 깊은 절망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절망은 헤어나올 수 없는 것이었다. 진실을 알고 있는채로 살아 갈것인가? 더이상 깨어나지 않을 망각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갈 것인가? 불행하게도 주인공에게는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았다. 그 이상은 없었다. 그것이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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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보니 좀 무거운 글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좋은 밤 되십시오.

 

ps. 혹시 문법이 이상하거나 오타가 있으면 댓글로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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