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 및 구매후기


아이폰 SE → Xs 하루 소감

2019.08.20 19:04

matsal 조회:923

써놓고 보니 개똥철학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은 셈이 되었는데 

개인적인 소견임을 참고하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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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은 안드로이드와는 달리 족보가 하나라 사용의 일관성을 특징으로 삼고 있습니다.

제가 아이폰을 쓰는 이유는 그것 때문인 것은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사용성은 제품의 호불호에 크게 관여할 수 밖에 없으니 신경쓰이기 마련입니다.


제가 몇년 간 안드로이드로 외도하다가 다시 돌아온 아이폰은 SE 인데,

아이폰 SE 는 10년 전 처음으로 나온 아이폰의 아이덴티티가 모두 집결된 마지막 아이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 678 은 안드로이드에 점점 가까워지는 외도의 길이라고 보며,

점점 아이폰만의 특징 (장점이 아닙니다)이 사라져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반면, 2년 전에 나온 아이폰X로 시작되는 놋치 대머리 아이폰은 새롭기는 하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고 금새 안드로이드의 추격에 시달리면서 678 에 이어 아이폰9가 되어버렸습니다.

변태도, 아니 차이점도 더욱 커져서 678 과는 사뭇 다른, 9.99999 정도이긴 하지만요.




본론으로 들어와서, 이전에 쓰던 기종이 SE 니 만큼 XS 로 바꾸면서 느꼈던 차이점에 대한 내용이 주류가 될 것입니다.



먼저 크기.

가로수길에서 XS 와 XR, XS Max 와 SE 의 크기를 신중히 비교해봤는데,

아무리 봐도 SE 를 대체할 만한 크기의 제품은 없습니다만, 아쉬운대로 테두리가 1cm 씩 길어진 XS 가

SE 를 쓰던 사람으로서 그나마 용납할만한 수준이더군요.

물론 50g 늘어난 무게는 용서 할 수 없습니다만, 주머니가 그렇게 쳐지는 수준은 아니고

이전에 한두달 잠깐 쓴 아이폰8 과 마찬가지로 못써먹을 수준은 아닌? 크기입니다.


클래식 아이폰의 아이덴티티를 포기한 678 유저라면 XS 로의 전환은 너무나 쉬울텐데,

저는 SE 였기 때문에 그 격심한 격차로 고생하고 있습니다만 일단은 어떻게든 납득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은 사용성.

UI 설계 및 버튼 배치 등을 말하는 겁니다.

아이폰 XS 를 하루 동안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난 느낌은.....

이건 또 다른 아이폰이라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클래식 아이폰과는 또 다른 생태계를 이룩하고 있습니다.


아이폰 SE 에서 절정을 맞이한 UI 설계 및 조작법은 678 에서 조금씩 어그러지며 불화합음을 내고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은 X 또는 XS 에서 완성시키기 위한 사전 포석이나 다름없었습니다.

XS 의 UI 는 XS 답게 완성형으로 되어 있어서 생각보다 사용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마치 못먹는 감을 찔러나 본다고 놋치 욕하거나 물리 버튼 사라진 걸 욕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자신의 정신적 평안을 위해 그렇게 생각하는 건 자유입니다만 

객관적으로 보면 아이폰XS 의 UI 는 아이폰 SE 와 비슷한 수준으로 쓸만하다고 보여집니다.

그만큼 모든 게 잘 조화롭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아이폰8 과는 달리 말이죠.

특히 아이패드 프로 저거 뭡니까 -_- 왜 X 용 UI 를 패드에 적용한 건지 이해 불가네요.

아, 제가 3세대를 써보지 못하고 2세대 쓰는지라 마치 아이폰8 처럼 미성숙한 단계였을 수도 있는데,

여튼간에 2세대는 참 안 좋습니다.


허나, 진보는 없었습니다.

아이폰 SE 는 끝내주게 사용하기 좋은 제품이며, 아이폰 XS 도 매우 잘 사용하리란 예감이 듭니다.

하지만 4년이 지나서 나온 신 제품이 더 나아졌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나아진 건 오직 더 빨라진 CPU 뿐, 그 밖에는 SE 와 비등비등하거나 아직 살짝 모자란 부분도 보입니다.

팀 쿡 체제에서 아이폰의 혁신이 사라진 건 이미 많은 분들이 동감하실 겁니다.

하지만 팀 쿡이 체제를 잘 유지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윗 분들 만큼이나 동감하실 겁니다.

아이폰 XS 는 클래식 아이폰을 분해하고 재구축하여 새로운 아이폰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 SE 를 대체할 이유는 되지 못합니다.

둘 다 좋은 제품이고, 하나는 단종된 중고 10만원 짜리 제품, 다른 하나는 130만원짜리인 것이 차이죠.


마지막은 거슬리는 점.

베젤이 태평양 같습니다.

XR 도 직접 확인해보고 거슬리는 걸 느껴서 XS 로 고집했습니다만 (물론 크기가 더 큰 요인이었습니다)

XS 도 간혹가다 길가에 보이는 갤럭시 S 의 엣지-마치 베젤리스처럼 보이는 핸드폰에 비하면 룩이 많이 딸립니다.

최신으로 나온 S10 같은 제품들과 비교하면 더더욱이죠.

하드웨어 만큼은 아이폰이 밀린지 오래되었습니다.

아이폰의 현재 유일한 강점은 그 독특한 통일 생태계-아니 사파리 파크죠.


두번째로는, SE 와는 달리 한손 사용이 거의 무리라는 것입니다.

한 손으로 들고 있기 어려운 무게이기도 합니다만, 무엇보다도 크기가 커서 

왼손 엄지나 오른손 엄지 하나로 모든 걸 처리하는 게 너무 힘듭니다.

게다가 SE 의 태평양 베젤을 쓰던 버릇 때문에 자꾸만 모서리에 손바닥이 닿아서 확대 축소도 잘 안됩니다.


그외에도 자잘한 버그들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애플워치와 다시 페어링 하는 것도 잘 안되서 고생중이고

페이스 ID 의 인식 범위가 정면에 한정되어 있어서 멀리 테이블 위에 올려둔 아이폰을 켜려면 반드시 일으켜 세워야 하고

사용하던 앱이 위 아래로 길어진 화면과 호환이 잘 안되서 화면이 넓어져도 태평양 같은 베젤을 만들어 버려 

제대로 활용 못하기도 하고, 등등.

아참, 가장 중요한 배터리 떨어지는 속도가 SE 와 비등비등합니다 -_-

급속 충전 케이블을 구입했고 이걸로 충전하면 몇십분 만에 만땅되어서 한시름 놓았지만요.





결론은, 못산 것도 잘산 것도 아니었습니다.

SE 좋습니다 XS 좋습니다 SEXS 둘 다 좋습니다.

돈 있으면 기변해도 좋습니다만 돈 없다면 굳이 기변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iOS 14 업데이트가 불가능해졌을 때(=보안업데이트 안될 때) 옮겨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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