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제 허접 CDP 사용기
2023.04.07 02:35
간만에 음악CD 가 들어왔는데 재생할 기기가 마땅히 없어서 궁리하다가 초저가 중국제 CDP 를 구입해봤습니다.
겉모습과 기능은 멀쩡해 보이지만 중국제는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단순 CDP 가 아니라서 기능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블루투스 입출력이 가능하여 블루투스 이어폰이나 스피커를 연결하여 무선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사진의 상단부에는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어 모노 스피커로 음감도 가능합니다.
비디오 입출력 기능을 이용해 요즘에는 쓸 일이 거의 없는 컴포지트를 연결하면 VCD (CD 포맷 비디오) 및 DVD 까지 감상 가능합니다. 이 때는 본체 버튼으로는 조작 안되고 본체 크기만한 리모콘을 써야 합니다.
작은 크기로 음악 CD 는 물론, DVD 감상까지 가능한 다재다능한 기기로 보입니다. 겉으로는요...
음악 시디를 끼운 모습입니다. 특이하게도 뒤집어서 밑면의 뚜껑을 열어야 시디를 넣을 수 있습니다.
시디 크기를 보면 덩치와 두께가 상당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배터리도 무려 18650을 통으로 쓰므로 묵직합니다.
그리고 켜보면 중국제의 본질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연결해봅니다. 한쪽만 들립니다. ??? 이어폰으로 빨리감기, 재생 멈춤 등을 조작해봅니다. 안됩니다. ???
유선으로 헤드폰을 연결해봅니다. 화이트 노이즈 작렬합니다. 그냥 쉬이익이 아니라 찌직찌직 하는 시디 구동음, 모터 소리 노이즈까지 다 들립니다. 툭툭 두드려서 시디 트랙이 위치를 다시 잡을 때의 찍찍거리는 노이즈도 들리고, 재생을 시키거나 멈출 때마다 뚝뚝 끊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신기하게도 블루투스로 연결시에는 이 노이즈가 안 들렸는데, 음질이 더 좋아야 할 유선이 이따구니 할 말이 없습니다.
조작법은 중국난방입니다. 버튼 배치가 직관적이지 못하고 화면을 연결하지 않으면 쓰지도 못하는 기능이 많습니다. 리모콘을 분실하면 대부분의 기능을 못 쓰게 되죠. 설명서는 중국어로만 되어 있어서 읽으려고 구글렌즈 썼네요. 설명서를 보니 USB 포트로 시디 립 뜨는 기능도 있던데, 노이즈를 보니 음질을 믿을 수 없어 포기했습니다.
제품 만듦새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디를 끼우면서 여러모로 성가심을 느꼈는데요. 내부가 뾰족한 모서리 투성이라 시디에 기스나기 쉽습니다. 사진을 보듯 내부의 주의문구들이 스티커가 아닌 양음각으로 파여 있어서, 만약 위에 무거운 물건을 둬서 눌러버리면 시디에 바로 기스 작렬입니다. 시디를 읽는 트랙도 PC용 DVD 드라이브에서 바로 뺴온 건지 뾰족한 모서리가 노출되어 있습니다. 상단의 뚜껑을 고정하는 노치도 뾰족해서 손가락이 아팠는데, 이런 곳도 시디를 빼다 스치면 바로 기스납니다.
역시나 중국제답게 딱 팔릴만한 외부 세일즈 포인트만 적당하게 꾸며놓고 내부는 엉망진창 쌍팔년대 개발새발 그자체입니다. 제가 원했던 음감은 제대로 되지도 않고 (유선은 노이즈 작렬, 무선은 한쪽만 들림) 사용할 수록 시디에 손상이 갈 위험이 커서 이건 집어넣고, 창고에 넣어뒀던 외장형 ODD 를 꺼내 립떠야 겠습니다.
블투는 괜찮은데 (모노라도) 유선에 노이즈 작렬하는건 블투는 디지탈 데이타로 와서 이어폰에 DAC가 있어서 괜찮은듯 하고요.. ㅠㅜ 유선에 노이즈 작렬하는건 설계할 줄 모른다는 얘기네요. ㄷㄷㄷ
블투가 모노밖에 안되는 것은 아마 내장 스피커가 모노라서 블투 구현 자체를 모노로만 한 듯 합니다. 도대체 그게 관련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지만요. 씨디는 이제는 리핑 이외에는 들을 방법이 별로 없네요. (dvd/bluray player로도 재생이 가능하기는 합니다만) LP도 리핑을 해야 하나 고민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