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XS 에서 아이폰12 미니 변경 간단소감
2020.11.20 22:24
오늘 배송온 아이폰12 미니 포터 블루 64GB 입니다. 뒤늦게 예판 소식을 접하고 황급히 찾아갔으나 이미 전부 품절이고 포터 블루 64G 만 남아있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샀습니다. 지금 사면 15~20% 까지 싸게 다양한 모델을 살 수 있습니다만 12월 8일인가 배송일일 겁니다.
일단 크기는 예전에 돌고 제가 적었던 아이폰 SE2 루머와 거의 같습니다. 아이폰 SE1 과 현행 아이폰 (7=8=X=Xs=11 Pro=SE2=12) 의 딱 중간으로 새로운 크기죠. 내심 SE1 크기였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워낙 무거워지고 커진 iOS 의 경량화 버전 같은 게 나오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이보다 작은 건 나오기 힘들 겁니다. 윈도우와 비슷한 꼴이라고 할 수 있죠.
디자인이 다시 아이폰 4 시절로 회귀했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전 3나 2G 시절의 둥글둥글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별 감흥은 없고, 어짜피 둥글둥글한 케이스 씌워서 쓰니 더더욱 상관없습니다. 지금은 나온 초기라 케이스 고를 선택권도 별로 없고요.
내용이야 iOS 답게 다 똑같습니다. 다만 AP 가 바뀌어서 속도가 한결 더 빨라졌다는 것 정도? 사파리나 기본 앱들의 작동 속도도 빠릿빠릿해졌고, 게임에서도 로딩 시간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어서 업글했다는 체감이 가장 많이 옵니다. 그러나 기본 Xs 도 충분히 빠르기 때문에 큰 차이는 아니고 60 Hz 모니터 쓰다가 120 Hz 모니터로 오면서 조금 더 스무스해진 것 같은 체감입니다.
카메라는 다운그레이드라는 거 아시죠?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건 줌으로 당기는 것-즉 망원렌즈인데 Xs 는 2배 망원 렌즈가 있습니다만, 아이폰 11이나 12는 0.5배 광각 렌즈가 들어있습니다. 광각이 쓰긴 편하지만 좋은 사진 뽑긴 어렵죠. 쓸모없는 광각은 프로에나 집어넣고 훨씬 쓸모많은 망원을 기본 페어렌즈로 넣었어야 했습니다. 이것도 다 팀쿡의 속셈이죠. 아이폰 11부터 저광량 노이즈가 많이 나아졌다는데 아직 테스트해본 적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상황은 그냥 대형 카메라 들고 찍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실사용 체감입니다. 제가 아이폰 SE1 을 여전히 그리워하고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엄지손가락 한손으로 모든 걸 다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SE1 만이 아니라 4인치 액정을 쓴 안드로이드-넥서스S 나 갤럭시 넥서스 같은 것도 좋아합니다. 이유는 상동) 그래서 예전에 아이폰 SE2 나오기 전부터 기대하던 아이폰 12 미니 폼팩터에 기대하는 것도 엄지손가락 한손 사용 여부였습니다.
결과는 다소 처참합니다. 우려하던대로 아이폰 X 부터 도입된 스와이프 디자인이 엄지 한손 사용과는 거리가 먼 사용방법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화면이 다소 작아졌기 때문에 키보드 자판을 엄지손가락 하나로 치는 건 조금 더 나아졌습니다만 조금 손가락이 피곤하긴 합니다. 그래도 아이폰8 이나 Xs 처럼 그냥 작정하고 두 손으로 치는게 쉬울 정도는 아니라는게 위안거리입니다만... 그 외에 핀치투줌 화면 확대 방식도 이젠 구시대적인 방식이 되어서 한손 사용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한손으로 핸드폰을 든 채 엄지와 검지로 핀치투줌 동작을 행하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고 핸드폰 떨어뜨릴까 불안하거든요. 이건 안드로이드에서 두번 따닥 클릭한 후 위아래로 스와이프 하는 슬라이드 줌 기능의 완벽한 승리입니다. 애플도 어서 도입해주면 좋겠는데요... 그러나 한손 사용을 막는 진정한 적은 홈버튼이 삭제된 이 후 도입된 스와이프 디자인입니다. 기기 가장 밑부터 긁어 올리는 동작을 빈번히 요구하고, 엄지손가락에서 가장 먼 기기 가장 상단, 혹은 상단 오른쪽 모서리에서 긁어 내리는 동작으로 제어판 동작을 수행케 하는 스와이프 제스쳐야말로 엄지손가락 사용을 기피하게 만드는 가장 큰 주범입니다. 이건 두 손을 쓰면 전혀 문제없지만 한 손에선 치명적입니다.
따라서 아이폰 12 미니는 아이폰 SE1 의 사용자 경험을 재현해내는 기기로는 역부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으로선 아이폰 SE1 의 쾌적한 경험을 재현하려면 애플에서 iOS 의 무거운 기능을 쳐낸 가벼운 iOS Mini 를 만들고, SE1 과 똑같은 (홈버튼도 있고 화면 사이즈도 똑같은) 기기를 만들어줘야 가능할 듯 합니다. 물론 돈버는 귀신 팀쿡이 이런 니치 마켓 니즈를 들어줄 것 같진 않습니다.
결론을 내자면, 아이폰 12 미니는 좀 더 작고 빠르고 강합니다만 아이폰 SE1 의 재래는 아닙니다. 현존하는 플래그십급 핸드폰 중 가장 작은 크기이기 때문에, 보다 작고 가벼운,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강력한 핸드폰을 원하는 분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허나 제가 바라는 아이폰 SE1 의 경험은 지금으로선 안드로이드에서 4.0 인치 크기의 제품을 찾아보는 수 밖에 없는데, 마땅한 대체제가 없어서 울며겨자먹기로 12 미니를 쓸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네요.
딱 맞는 제품을 중국에서 만들어줄 수는 있을텐데 iOS는 아니고 iOS 처럼 생긴 넘이겠네요. 팀쿡의 강점은 언제나 5% 모자라는 제품을 만들어서 그 다음 제품을 사야 하게 만드는 재주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ㅎㅎ
저는 그냥 갤럭시 S8+에서 정착입니다. (한손 사용은.. 오래전에 포기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