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P

C.H.I.P 이라는 이름의 싱글보드 컴퓨터가 있습니다.  C.H.I.P은 Next Thing Co. 에서 개발한 미화 9불짜리 저가형 컴퓨터로,  예전에 중국제 타블렛에 들어가던 AllWinner A13 (현재 AllWinner G8로 개명됨)를 기반으로 제작되어 성능은 썩 좋지 않으며 추가 장비를 구매하지 않으면 화면 출력도 구형 컴포지트 출력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SD카드같은 것을 추가로 구매할 필요가 없으며 GPIO 구성이 충실해 임베디드 프로젝트에 종종 활용되곤 하는 그런 제품입니다.

C.H.I.P의 사양과 외관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양:

가격	미화 9불
CPU	Allwinner G8 (A13) : 1GHz Cortex-A8 / Mali 400.
RAM	512MB DDR3
저장소	초기제품 8GB / 후기제품 4GB
전원	MicroUSB 포트 / 요구 용량은 목적에 따름 (1.5A 이상 권장)
O/S	커스텀 데비안 리눅스 (Jessie)
네트워크	802.11 (WIFI) B/G/N, 블루투스 4.0
출력 포트	USB 2.0 x1, USB OTG(충전 겸용) x1, 소리/비디오 겸용 3.5mm 포트, GPIO/SPI 등.

외관:

Pocket C.H.I.P

그리고 Pocket C.H.I.P은 이 C.H.I.P을 기반으로 하는 휴대용 리눅스 머신입니다. 말 그대로 C.H.I.P을 통째로 꽂아넣은 휴대용 컴퓨터입니다. 기능적으로는 예전의 자우루스 같은 것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감압식 터치스크린과 물리 키보드가 달려있습니다.

사양,외관

사양:

가격	미화 69불
화면	480 x 272px 4.3인치 스크린
CPU/ RAM / IO구성	C.H.I.P와 동일
입력	감압식 터치스크린, 물리 쿼티 키보드.
O/S	커스텀 데비안 리눅스 ( + PocketCHIP용 전용 GUI 인터페이스)
배터리	3000mAh Li-Polymer 1셀 (5시간 가량 동작가능)
기타사항	*C.H.I.P 싱글보드 컴퓨터가 물리적으로 장착됨. *스피커 없음 (소리 출력을 위해서는 헤드폰이 필요함) *일부 GPIO핀 사용가능

외관 - 전면:

보시다시피 거의 PCB가 노출되다시피하는 단순한 구조입니다 (버튼 위에 돔을 붙이기 위해 위에 PCB위에 필름이 덧발라져 있기는 합니다). 키감 또한 그냥 생 버튼을 누르는 느낌입니다. 썩 좋은 느낌은 아니나 익숙해지면 타속은 무난하게 나옵니다 (3D프린터등을 이용해 키보드 오버레이를 제작하는 것으로 키감을 개선하는 개조방법들이 나와있습니다).

그 외의 특기할 만한 사항이라면 일단은 최소한의 보호를 위해 액정에는 투명 플라스틱 배젤이 둘러져 있으며, LCD화면 위에는 C.H.I.P의 GPIO핀들이 일부 나와있습니다. 또한, 기기 우하단의 육각형 구멍에 연필을 끼울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연필 구멍은 스탠드로 쓰라고 뚫려있는 것인데, 저기에 연필을 끼우는 것으로 연필을 받침대로 써서 Pocket C.H.I.P를 책상 위에 똑바로 세울 수가 있습니다.

사용예 (육각 연필이 없어 샤프로 대체합니다):

후면:

Pocket C.H.I.P의 후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Palm 3e마냥 투명 플라스틱 케이스를 사용해 내용물이 바깥에서도 보입니다. 약간의 전자부품들과 C.H.I.P 컴퓨터 마운트, 그리고 리튬 폴리머 배터리가 보입니다. C.H.I.P 컴퓨터 모듈은 잡아 빼는 것으로 간단히 제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꽉 결착되므로 기기 사용중 빠질 염려는 없어 보입니다.

상단에서 C.H.I.P 컴퓨터의 USB 포트와 MicroUSB포트 (충전/OTG 겸용), 그리고 해드폰 잭을 억세스할 수 있습니다. Pocket C.H.I.P은 스피커가 없기 때문에 소리를 들으려면 반드시 저 헤드폰 잭을 이용해야 합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이 기기는 크기가 생각보다 크다는 점입니다. 이름에 Pocket 자가 들어가 있지만 평상시에 주머니에 넣고 다닐 만한 크기는 아닙니다. 트렌치 코트의 큼직한 주머니라면 괜찮을 지도 모르지만 바지 주머니는 절대 무리입니다.  밑은 Pocket C.H.I.P와 제 지갑과의 비교입니다. (물론 이 지갑이 작은 편이기는 합니다.)

소프트웨어

기기 하단의 전원버튼을 꾹 눌러주면 Pocket C.H.I.P이 켜집니다. 데비안 리눅스 기반 커스텀 운영체제인데, 부팅에는 약간 시간이 걸립니다.

부팅이 완료되면 Pocket C.H.I.P의 커스텀 유저 인터페이스가 나옵니다. (첫 기동시라면 유저 인터페이스가 나오기 전에 튜토리얼이 먼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 느낌은 아니지만 일단은 X-Window 기반입니다.

화면 상단에는 배터리 잔량과 무선랜 연결 상태가 표시됩니다. 좌측 하단의 전원 아이콘은 기기를 끄거나 재시작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으며,  우측 하단의 설정 아이콘은 시스템 밝기, 볼륨, 무선랜 AP 변경 등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화면 중앙에는 각종 어플리케이션의 아이콘들이 있는데, 터미널, Pico-8 (게임), 작곡 프로그램, 도움말, 문서 편집기, 파일 브라우저를 억세스할 수 있습니다.

이 기능들 중 제가 관심이 있을 만한 것이라면 당연히 터미널입니다. 말 그대로 데비안 리눅스 8의 터미널 환경입니다. 데비안 + ARMv7 환경에서 가능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ssh 원격 접속, 파이썬 코딩, GNU Radio 등..  물론 CPU의 연산력과 화면의 낮은 해상도 때문에 사용이 불편한 소프트웨어들도 많습니다. 이론상 이걸로 오피스도 구동할 수 있지만 저라면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일단은 GUI가 X-Window기반이기 때문에 X-Window기반 앱을 터미널에서 실행해주면 정상 실행됩니다.  이런 식으로 파이어폭스 등도 사용가능합니다. (물론 이걸로 본격적인 웹서핑을 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USB 포트가 있기 때문에 리눅스상에서 사용 가능한 USB장비라면 Pocket C.H.I.P로 구동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밑의 사진은 HackRF 소프트웨어 라디오를 Pocket C.H.I.P로 구동하고 있는 화면입니다. GUI가 공간이 부족해 썩 보기 좋지 않게 나오나 조금 터스터마이즈를 하면 쓸만할 것으로 보입니다. 단, 연산속도가 좋지 않기 때문에 너무 연산이 많이 요구되는 장비 (또는 프로그램)은 사용이 힘들 수 있습니다.

HackRF 구동 장면:

그리고.. 그다지 제가 구매한 이유는 아니나 일단 게임 콘솔로도 사용은 가능합니다. Pico-8이라는 Lua 기반 게임 프레임워크를 기본으로 가지고 있으며 게임 몇 개가 번들됩니다. 홈브류 게이밍 머신으로 쓰라는 건데, 홈브류쪽에 취미가 있으신 분이시라면 관심이 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Pico-8 화면:

외에도 간단한 게임 에뮬레이션 정도는 (조금 설정이 불편할 수 있으나) 가능합니다. Allwinner G8 (A13) 기반인데다 리눅스용 에뮬레이터들은 GLES보단 GL 기반으로 작성되어 제 성능을 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예전 8비트 게임 정도라면 구동하실 수 있습니다.

단, 이미 언급한 바 있으나 키감이 좋은 편이 아니므로 에뮬 머신으로 쓰시려면 키보드쪽에 추가적인 개조를 하실 필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아예 외장 컨트롤러를 쓰는 방법도 있으나, 그럴 거면 그냥 스마트폰으로 돌리는 것이 편할 것으로 보입니다.

NES 에뮬 구동화면:

소감

Pocket C.H.I.P는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제품은 아닙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소비용 기기로서는 극히 제한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다른 모바일 기기에 비해 장점이 없습니다. 하지만 휴대할 수 있는 리눅스 터미널은 사람에 따라 굉장히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자우루스 등 기존의 리눅스 PDA가 단종된 지 꽤 시간이 지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일상에 그다지 낄 구석은 없는 제품이나 특이한 물건을 좋아하시거나, 조금 특수한 목적의 휴대용 리눅스 터미널이 필요하시거나 하신 경우 고려해보실 만한 물건이라 생각합니다.